가을 남자여 ! 바바리 깃을 세워라.
나는 철이 바뀌는 것을 좋아한다. 떠났던 것들이 돌아오고, 있던 것들이 변하고 떠나게 만드는 계절. 그중에서도 생기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이른 봄과 늦가을이 좋다. 봄도 꽃이 활짝 핀 봄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찌지징 꽁꽁 얼었던 겨울에 금이 가고 풀어지는 계절, 찬 바람이 순해지고, 언 대지가 들썩거리고, 연두빛 새싹이 뾰족 뾰족 고개를 내밀고, 버들강아지가 솜털에 감싸였을 때, 특히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전 꽃봉오리 가득 꽃물이 찻을 때다. 봄보다 먼저 오는, 봄의 기운이 좋은 것이다. 가을은 늦가을이 좋다. 고운 단풍도 예쁘지만, 낙엽이 우수수지고, 떨어진 낙엽이 포도위를 구르고, 억새가 하얗게 피었을 때다. 이때는 햇살이 맑고, 바람이 맑고, 낙엽 밟는 바스락거..
유초잡감
2024. 11. 25.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