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목표를 정한다.
특히 새해를 맞거나 30, 40, 50, 60세 등 한 세대가 변할 때는 나이대에 맞는 삶의 방향성과 목표를 잡는다.
그리고는 그 목표를 향해 뛴다.
매주 매달 추진여부를 점검하고, 계획대비 실적을 수치로도 적어본다.
그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하고 싶은 것도, 유혹도 참으며 최선을 다한다.
마침내 목표가 달성되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누려야 하는데, 사람의 욕심은 다시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것이 삶이고 살아가는 이유처럼 되었다.
'무한도전'
잠자는 시간도, 놀고 싶은 것도 참고 거기 나의 시간과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모두 쏟아넣는다.
힘들고, 지치고, 입에 단내가 나고, 스트레스가 쌓이고, 몸이 망가질때까지 그 노력은 결코 멈추질 않는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초긍정주의의 자기착취고 자기학대다.
그 도전의 길을 방해하지 받지 않고 방해하지 않기 위해 피하다 보면 인간관계는 소홀해지고,
하물며 가족간에도 사무적, 의무적인 관계로 변해 애정 결핍이 생기고 거리감이 생긴다.
행복을 찾아 나선 길이지만 그 길엔 여유로움도 만족도 행복도 없다.
소소한 행복들로 가득차야 할 삶이 늘 긴장되고 스트레스에, 소화불량에, 피곤하다.
어느 날 벌겋게 불태우다 하얗게 재가 되어버리는 번 아웃 상태가 되고,
배터리가 방전되듯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마지막 심지에 깜박이던 불 마저 꺼지고 나면 진짜 죽어버린다.
목표가 뭔지, 얻는다는 게 뭔지....
이렇게 힘들고 재미없는 삶을 살다 죽어버리면 남는 건 뭐지?
내가 단 한번뿐인 삶을 사는 이유와 목적들은 과연 무엇일까?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다.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는다.
'선택은 곧 포기다.'
무언가를 이루려면 또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돈을 벌고, 학위를 받고, 권력과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잠도, 노는 것도, 연애도, 하고 싶은 것도, 가정도 포기해야 한다.
반대로, 돈을 학위를 권력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나머지 것들을 잘 지킬 수 있다.
우리는 언젠가는 다 죽는다.
공평하게도, 죽는 것 만큼은 있는 자나 없는 자나, 죽도록 노력하는 자나 마음 편하게 사는 사람이나 다 똑같다.
아니, 후자가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고급호텔 레스토랑에서 격조높게 스테이크에 와인을 마시는 것 보다 삼겹살에 소주 마실 때가 더 즐겁고 웃음 가득하다.
물론 목표도 세우지 말고 인생을 대충 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것 보다,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삶이 훨씬더 즐거울 수 있다.
한번 뿐인 인생이기에 우리는 더욱더 열심히, 보람 있게,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필요한 것은 균형이다.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 그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삶과,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가볍게 즐겁게 사는 삶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
우리 인생에는 끝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때 그 필요성은 더 절실해진다.
그러기에 지금, 내게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야한다.
성경에도 나온다.
여호와여 주께서 복을 주셨사오니 이 복을 영원히 누리리이다.(역대상 17:27)
네가 이 세대에 부한 자들을 명하여 마음을 높이지 말고 정함이 없는 재물에 소망을 두지 말고 오직 우리에게 모든 것을 후히 주사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두며 (디모데전서 6:17)
지난 포스팅 ‘하마터면 올해도 열심히 살뻔 했다’에서 언급했듯이, 올핸 거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무리한 도전을 하지 않고 그냥 가볍게 즐겁게 살기로 했다.
이만하면 열심히 살았고, 잘 살았고, 충분하다’ 굳이 영어로 하자면 ‘good enough’이다.
꼭 무엇을 이루려하지 말고 그냥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고 누리고 살면 늘 넉넉하고 행복하다.
몸도 마음도 가볍고, 조급하지 않고 여유롭다.
하고 싶은걸 하니 사는 재미가 있고, 시간적 여유도 많아지니 (작지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날마다 누리며 사는 것 같다.
음식 솜씨 있는 아내 덕에 늘 맛있는 음식을 누린다.
자식들 부모님께 잘 하니 효도를 누린다.
좋은 친구들이 있어 주말에 스크린골프를 하고 소주도 한잔하니 우정을 누리고 산다.
비가 오면 비를 누리고, 눈이 오면 눈을 누리고, 맑으면 맑음을 누린다. 가을 단풍을, 낙엽을, 꽃을, 열매를 누린다.
출근해서는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바쁨을 통해서는 아직 일을 하고 있다는 긍지를 누린다.
머리가 허옇고 직급이 있어 중후함을 누리고,주말엔 청바지에 워커를 신고 펍에서 생맥주을 마시며 젊음을 누린다.
책을 읽고, 외국어를 공부하며 날마다 성장함을 누리고, 혜안과 통찰, 철학적 시선이 높아져 성숙함을 누린다.
늘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을 누리고, 별로 영양가 없는 내용이지만 오늘처럼 글 쓰는 재미도 누린다.
비록 목표도 없고 이루어야할 것도 없지만, 찾아보면 우리가 가진 것에서 누릴 것은 많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모임에서, 그리고 혼자서도 누릴 수 있는 작은 것들.
햇살드는 베란다에서 믹스 커피 한잔하기, 가볍게 산책하기, 책 읽기, 글쓰기, 가족들과 배달음식 시켜먹기, 퇴근길에 떡볶기 순대 사가기, 금요일 저녁 식탁에 하우스와인으로 분위기 잡기, 주말에 드라이브 하며 다슬기탕 먹으러 가기, 당근에서 싸고 괜찮은 물건 구입해보기, 친구들과 스크린 하고 소주한잔 하기, 차 실내 청소하고 왁스로 광내보기, 넷플릭스 영화보기, 물고기 어항 청소하고 신나게 노는 것 바라보기, 책장 정리하기, 기타연습하기, 맛있는 것 이웃과 나눠먹기, 가까운 곳 기차여행 하기 ..... 세상엔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천지다.
어렵지 않고, 큰 돈 들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달거나 톡 쏘지는 않지만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고 마음이 따뜻해 지는 것들.
이런 것들을 매일 누리고 살 때 인생은 즐겁고 행복해진다.
젊은 시절의 도전도, 자신의 몸을 학대하지 않는다면 젊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나이가 들었다면,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이때를 위해) 지금껏 쌓은 것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누리며 사는 것 또한 인생의 지혜다.
분명한 건 어떤 목표를 세우고 이루려 하면 누리지 못한다.
누리려고 (지금까지) 이룬 것이다.
누리며 살자, 누리는 것이 곧 이루는 것이다.
선이 굵고 분명한 삶의 모습으로... (0) | 2025.01.31 |
---|---|
65세,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딱 좋은 나이 (1) | 2025.01.16 |
하마터면 올해도 열심히 살 뻔 했다. (2) | 2025.01.07 |
2024년을 보내며 ... (0) | 2024.12.31 |
장자의 바람과 구멍 이야기(제물론) (0) | 2024.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