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나이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기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는 뭔가 분명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내 주변의 많은 것으로 부터 배운다.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부모, 친구, 하물며 자식에게서도 배운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사람의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를 경계(警戒)하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
비단 사람으로 부터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책에서도 배우고, 자연으로 부터도 배우고 스스로 깨우치기도 한다.
설 연휴 혼자 바닷가 숲길을 걸었다.
사람의 인기척도 없는데 거기 소리가 가득하다.
바람소리인지, 파도소리인지, 이명(耳鳴)인지 산이 가진 것은 적막만이 아니었다.
땅이 터를 비워둔 탓에 거기 나무가 자라고,
자연이 남긴 열매를 땅속에서도 땅위에서도 생명들이 먹고 산다.
텅 빈 것 같지만 가득차고, 가득 찬 것 같지만 텅 비었다.
나는 거기서 혼자 또 깨닫는다. 사람도 그리해야 하리라,
친구를 만나 인생을 이야기 하면서도 나는 또 깨닫는다.
지금의 내 모습이 많이 흐려있다는 걸,
내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걸....
일상 속에 쉽게 내뱉는 나의 말들이 한없이 가볍고 색깔도 진하고 날카롭다.
철학을 이야기해도 삶으로 연결되지 않는 입에 발린 것 같고,
말에 심오함도 없고, 삶을 변화시킬 정도로 충격적이거나 영향력도 없다.
이런 나에 비해, 서른여섯 아들의 삶을 보면 충격적이다.
아들은 끼가 많다고 했지만, 그건 끼를 넘어 삶의 방식으로 체화된 인생철학이라고 느끼고 싶다.
돈과 여가에 대한 생각, 일, 패션, 먹거리에 대한 원칙.
가족, 아내, 자식의 소중함 .... 이 모든 면에서 본인의 생각과 가치관이 정말 분명하다.
우선 느끼는 것은 생각이 독특하고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족이 달리지 않아 날카로울 정도로 선이 분명하고 방향성이 뚜렷하다.
대나무처럼 휘지 않고 부러질 듯 경직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대로를 실천하며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걸 보면 나의 개념으로 잘잘못을 재단할 것이 못된다.
진짜 나도 저런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확고한 철학이 정립이 되고 나면,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이 그저 내 갈 길을 가면 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은 맞다.
나는 참 비를 좋아했다.
어릴 적부터 비가 오면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낙숫물을 하염없이 바라보았고, 지금도 비가 오면 차를 몰고 나간다.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추억을 억지로 끄집어내려 했고, 스스로 가슴 앓으려 했다. 비 폐인이다.
빗속은 늘 흐릿하다.
이런 나의 감성 탓에 내 인생도 늘 흐릿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지대에 살며 이도 저도 아닌 회색인간으로 살아왔던 건 아닐까?
아들과 이야기 하고, 친구와의 대화 속에 나타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쿵하며 뭔가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이건 아닌 것 같다.
나도 이제부터 분명해져야겠다.
우선 삶의 철학이 제대로 정립되고, 방향이 정확해야겠다.
선이 굵고 분명해야겠고,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눈치 보며 좌고우면해서도 안 되겠다.
‘그 친구는 원래 그래..’
누가 뭐래도 (남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비린내를 풍기며 살아야겠다.
돈과 소유에 대한 생각, 여가에 대한 생각, 은퇴 후의 삶의 계획,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명확히 하고,
무엇보다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행동이 깊고 거침없어야겠다.
호불호(好不好)를 분명히 하고, 친구일지라도 삶의 결이 맞지 않는다면 기꺼이 외로움을 택할 것이다.
그래 말을 적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왜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을까?
어제까지도 다독을 하려했고, 의무적으로 글도 쓰려했다.
지식도 꾸역꾸역 집어넣으려 했고, 미사여구에도 밑줄을 그어두었다.
그럼에도 완성에 이르지 못한것 같고, 내것이 아닌것 같고, 생각과 행동의 선이 굵고 선명하지 못하고,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확고한 믿음도 가지지 못하는것 같다.
깨달음은 순간에 다가온다
늘 가르치려 들고 설명하려 들던 내가,
설 명절에 아들을 만나고 친구를 만나고 난 후 깨달았다
'분명해져야겠다.'
비오는 날의 풍경처럼 흐릿하고 늘 감상적으로만 살게 아니라, 비 개인 하늘에 걸린 무지개처럼 맑고 곱게, 선이 굵고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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