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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이 없는 지식은 장식품이다?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5. 2. 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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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바람에 더 공부를 못한 것이 아쉬워 직장에 다니며 대학을 다녔고, 그것도 모자라 석사, 박사, 최고경영자 과정까지 했다.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고, 열심히 했고, 매번 좋은 성적을 얻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도전과 성취의 기쁨, 자긍심.
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늦게 시작한 공부가 그렇게 추가로 10여 년을 이어갔다.   

잠시 강단에 서서 전공과목에 직장과 인생경험을 더한 나름의 실용적인 강의도 했지만 직장인이기 때문에 연구 시간이 부족했고, 따라서 내가 가진 많은 것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 그런 자세로 강의하는 것 역시 학생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 두었다.      

난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고, 어느새 환갑도 훨씬 지나 은퇴의 시기에 이르렀다. 
한때 학교 측의 제안도 있었지만, 그 길을 택하기에는 물리적 나이가 있고, 그 길 또한 구속과 스트레스가 존재함을 알기에 굳이 새로운 직업으로 삼을 것은 못 되었다.   

학위란 건 참 보기 좋다. 명함에도 덩그러니 올라가고, 남들도 다 부러워 한다. 
그러나 전공과 직업이 매치되지 못하니 애써 딴 그 학위가 장식품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결코 쓸데없이 돈을 낭비했거나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 아니다.  

배움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투자한 만큼 그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 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자기만족과 자기 성장이다.    

내가 박사를 한 것은 꼭 직업으로 삼거나 노후 대책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가난해서 많은 공부를 못한 것이 늘 한이 되었기에, 배우고 싶었고 또 배우는 것이 즐거웠다. 
교회 다문화친구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전문성을 더하기 싶었고, 그게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많이 성장했다.
지식의 폭이 넓고 깊어지고, 지혜와 통찰이 생기고, 인적.사회적 네트워크도 넓어졌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 연구자적 자세로 다가갔고, 자신감과 문제해결 능력이 생겼다.      
공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임으로 아이들도 그런 모습을 보며 잘 성장했고, 
무엇보다 사유의 시선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나의 목적을 다 달성한 셈이고, 배운 값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전공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고 있지만,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지금도 관련 연구와 봉사를 하고 있다. 

배운것을 써 먹지 않는다해서, 투자한 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다고 해서 그 배움이, 학위가 장식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배우고도 깨닫지 못하고 삶가운데 그것을 녹여내지 못할 때 그 지식과 학위는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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