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만 65세가 되는 날.
공식적으로, 법적으로 고령자로 분류되어 지하철도 무료고 평일엔 ktx열차도 30%나 할인을 받는다.
노인외래정액제 대상이 되어 의원급 진료비가 15,000원 이하면 정액으로 1,500원만 내면 되고,
기초연금 수령도 시작된다.
난 아직 젊은데 ... 세상이 나를 고령자라고 대접해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다.
TV조선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3”에서 출연한 OB부 김지만은 60세인데도 총각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20여 년 전 ‘마음 약해서’, ‘십오야’,들을 불러 히트 친 보컬그룹 '들고양이들' 멤버였던 점도 있지만, '젊음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철이 안 들어서 그렇다’는 대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OB부 김칠두씨는 73세임에도 빨간색 자켓과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왔다. 이분 역시 철이 덜든 사람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용기와 도전 정신이 부럽다
지난 블로그에서 ‘불량노인이 되자’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불교신자로, 불상 조각가로 평생을 살아온 세키겐테이씨는 종교적 수행의 허망함을 깨닫고 자연그대로 살기로 마음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은 하며 사는 것이 삶을 눈부시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81세가 넘은 겐테이 영감은 꽁지머리를 하고, 청바지를 입고, 젊은 친구들과 펍 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여자 (사람)친구도 한 트럭이나 된다고 한다.
언뜻 천박한 노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진짜 불량한 노인이거나 난봉꾼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 그냥 좋은 할아버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활기찬 노인으로 살고자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꼰대가 되거나, 삶이 메말라지거나, 위축되는 것이 아나라, 늘 설레는 삶, 시들지 않는 삶을 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나도 65세가 되고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고령자'라는 공식적인 분기점에 서다보니 '어떤 개념으로 이 나이를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들이다.
지금부터 '제2의 인생'의 시작으로 구분해 볼까?
.... 아직 은퇴도 안했는데, 지금까지의 삶의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지는 제2의 인생이라 할 수는 없다.
나이를 잊고 그냥 어제처럼 살아갈까?
.... 그러나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살아온 인생을 결산해보고, 남은 인생에 대한 구상과 준비를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비록 나이는 65세가 되었지만 나는 아직 충분히 젊다.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호기심도 왕성하고, 배움에도 갈급하다.
젊은이들과 비교해도 지지 않을 만큼 지지 않을 만큼 의욕도 열정도 넘치고, 거기다 철도 들었다.
“사람은 배우는 동안에는 성장하고 성장하는 동안에는 늙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날마다 성장함을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65+의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1) 우선 욕심내지 말고 가볍게 살아야겠다.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았고 잘 살았다. 이만하면 됐다.
돈에, 명예에, 권력에, 공부에, 종교적 성찰에도 더 이상 욕심을 내지 말자.
이 나이에 크고 거룩한 목표를 세우고 이루려고 달려가다 보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젠 그런 강박과 구속에서 벗어나 나이 듦의 여유를 즐기며 느긋하게 천천히 살고 싶다.
죽을 똥 살똥 새가나도록 일하다 탈진해서 죽어버리는 번아웃(burn-out)보다 차라리 심심해 죽는 보어아웃(bore-out)가 나을 수도 있다(우리나이에).
나 없이도 세상은 운행된다. 주인공은 인기는 있을지 몰라도 힘들다. 삶의 가장자리에서 느긋이 바라보는 관망자로서의 삶도 괜찮다.
적당히 하자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되 마음부자로 살자는 것이다.
2) 겐테이씨 처럼 불량노인으로 살고 싶다.
나이는 들었어도 젊게, 똑똑하고, 품격있는 멋쟁이로 살고 싶다.
나이, 도덕, 관습, 종교 등의 구속으로 부터 벗어나 정신적으로 자유하고 싶다.
스스로 철장을 만들고, 족쇄를 차고는 거기 갇혀 자유를 그리워하며 울부짖는 짐승이 되지는 말자.
청바지를 입고, 워커를 신고, 오프로드 차를 타고, 생맥주를 마시고, 배낭하나 메고 어디든 떠나고, 여자 친구도 사귀면서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자.
흰머리에 깔끔한 외모, 해박한 지식, 어진 인품, 지갑에도 인색하지 않는 멋있는 노인으로 말이다.
3) 하고 싶은 건 그냥 해버리자.
나는 꿈도 많고,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다.
지금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 당장 버킷리스트를 실천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런 다짐 역시 구속이다.
이제 (큰) 꿈은 그냥 꿈으로 남겨두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 노력이나 큰 돈이 들지 않는 것이라면 바로 행동에 옮겨버리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자. 쾌도난마(快刀亂麻),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도 결정하기가 어려우면 그냥 동전을 던져 나오는 대로 하자.
뭐가 됐든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것이 나의 최대 목표다.
4) 늘 배우는 자세로 살자.
과정에 등록하고, 학위를 취득하고의 차원이 아니다.
그냥 읽고싶은 책을 읽거나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바리스타 등 자격증을 따보는 것도 좋다.
오늘처럼 주제도 명확하지 않고 영양가 있는 글을 투닥거려 보는 것이다.
조건은 스트레스 안 받는 한도 내에서다.
(글쓰는 것 역시 잘써야 된다. 정기적으로 써야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정신적 건강이 육체적 건강만큼 중요하다.
계획을 세워본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차 이야기 했지만, 큰 목표를 세우고 이룬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떤 분기점에서는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필요하다.
꼭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고, 가급적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 보려는 다짐이다.
세상에는 버릴 수 없는 것도 많지만, 버려야 할 것 또한 많은 것이 인생이다.
현대인들은 날마다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그 삶이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남을 위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은 아니었을까?
간테이 영감처럼, 지금부터라도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것이 나의 본성대로 사는 것이고, ‘나답게’ 사는 것이고, 가장 자연스런 삶이고, 후회 없는 삶이 아닐까?
나이를 인식하며 살면 그것이 나를 더 노친네로 만든다.
원래 “나이는 사람이 죽고 나서 그때 헤아려 보는 것이다”
아직 내 안에 끝나버린 것은 없다. 식어버린 것도 없다.
나는 더 젊게 살것이고 늘 배울며 살 것이다.
인생에 도통한 나이가 아니라,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은 초보의 자세로 살고, 죽을때 까지 성장할 것이다.
지식과 지혜와 경륜이 쌓이고,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생긴 반면 책임감이 줄어든 65세.
고령자도 아니고 노인은 더 더욱 아니다.
그럼 지금의 나이는 뭘까?
지금이 모처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딱 좋은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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