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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은 사랑을 꿈꾼다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5. 2. 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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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은 사랑을 꿈꾼다. 
흔들리는 중년이다. 

사랑엔 국경도 없다더니 사랑엔 나이도 없다. 
나이 차이를 극복한 사랑이 아니고, 사랑하는 데는 나이와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아시아 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중년남성의 62.6%는 현재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고, 외도비율 또한 가장 높았다고 한다.

남자는 왜 가을이면 더 허전함을 느낄까?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줄어들고, 따라서 기분을 좋게 하고 항 우울 효과가 있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이나 코르티솔의 분비도 줄어들어서 일까?
아니면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따라, 인간의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고 나니 본능적으로 그 다음단계인 애정의 욕구가 생기는 걸까?

우리 모두 젊은 시절엔 살기에 바빠서 욕망을 억누르며 살았다.
그 결과 지금은 의식주의 기본문제는 해결되었고 존경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직장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줄어들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안정 후에 오는 공허감. 
가을에 느끼는 허전함처럼, 중년의 남자는 이때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공허감과 변화 없는 생활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래서 중년의 남자는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모험과 일탈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 행복하지 않아서, 부부간의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다.

공허감 변화의 추구가 새로운 사랑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을 가지게 하고,     
한편, 자신의 중후하고 여유도 있는 이 멋짐을 보여주고도 싶은 것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 때문에 사랑이 필요한거고,  그래서 그냥 사랑을 찾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모습은 중년여성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자녀를 위해 헌신하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버렸고, 좀 더 지나면 여성성과 사랑의 감정마저 가질 수 없어지게 되는 것이 두려워진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싶고,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와 같은 우연한 사랑이나, 낙엽 쌓인 벤치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달콤한 키스를 나누는 주인공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동성의 모임보다 이성간의 모임이 좋고, 그런 모임들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남자, 여자 모두 그동안 꾹꾹 눌러두었던 본능과 욕망이 안정된 이후에 마침내 뚜껑을 열고 나오는 걸까?
아니면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인생의 의미를 깨달은 것일까? 
나는 그런 마음들이 쾌락의 추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삶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온다고 본다.   

중년의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된다고 해도 꼭 불륜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뭔가의 허전함과 부족함을 메우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낭만을 추구하긴 해도, 그렇다고 지금의 안정을 깨트리면서까지 결코 무리하려는 사람은 없다.   
뜨겁지 않으면 데일 일도 없다. 

그래서 '중년의 위기'라고 하지만 진짜 위기는 아니다.  
중년이 꿈꾸는 사랑 역시 곧 깨고 마는 꿈같은 것이고, 결국은 안전을 추구하게 된다. 
삶의 기본이 되는 안전욕구가 삶의 완성도를 높이는 사회적욕구, 애정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랑은 괜히 불안하고,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화가 피카소는 7명의 여자와 뜨거운 사랑에 빠졌지만 그 말로(末路)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거나 불행했다. 자신은 하나하나의 사랑 모두에 진지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행복과 연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시라. 
이 모든 것도 한 때다. 
은퇴기에 잠깐 불어오는 계절풍이다. 
나이가 들면 그런 욕망도 열정도 식어간다. 
코스티솔의 분비도 자연적으로 줄어들겠지만 자유가 구속되는 것이 싫고, 관리하는 것이 귀찮아진다.   
기쁨보다는 부담이 크고, 한편 불안하고 언정이 깨질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사랑을 느낄때는 환상으로 가득해져 나의 본 모습 보다 상대에게 잘 보이는 내가 되려한다. 
하지만  얼마지 않아 상대의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환상들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결국 완성되지 못하는 것이 중년의 사랑이다.    
중년의 로망인 전원주택, 캠핑카, 애인 이 셋은 거추장스럽고 짐이되고 결국 후회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 우리는 그런 사랑을 또 꿈꾼다. 
과연 중년의 담백한 사랑, 맑은 사랑 같은 게 있을까?   
우정이기엔 아쉽고 사랑이기엔 부담스럽다면 
썸(some) 정도면 어떨까?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일과 바람이 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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