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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일본식 영어에 막히다.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5. 2. 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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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도 배울 겸해서 일본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일본소설 "コーヒーが冷めないうちに(코-히-가 사메나이 우치니 : 커피가 식기 전에)"를 번역중이다.  
일본어도 겨우 중급수준인 내가 감히, 번역에 도전하다니 무모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못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이미 이 소설의 번역본도 나와 있지만, 일본어 공부차원이기 때문에 그것은 아예 보지 않기로 했고, 번역결과에 다소 오류가 있을지라도 출간하지 않는 이상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나의 어휘력과 감성을 총 동원해서 제대로 된 번역을 해 보고 싶은 것이 나의 자존심이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우선 단어 그대로 번역 할 것인가. 아니면 이해를 돕기위해 알기 쉬운 단어로 바꿔 쓸 것이냐의 문제, 일본 고유어나 외래어를 어떻게 번역 할 것인가에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본인이야 그들의 문화, 말투 등이 있기에 사투리든 뭐든 잘 알겠지만,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번역을 하지 않으면 방향이 영 달라질 수가 있다.

특히 의태어 의성어, 일본식 영어를 번역하는데 가장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예를 들어) 가게 문위에 작은 방울이나 종을 달아두어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딸랑딸랑 소리가 나게한다.

이 소설에서도 (사전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대뜸 
“カランコロン, 카랑코롱”
「いらっしゃいませ, 이랏샤이마세」
「お義姉さん, 오네상 ... 구절이 나온다. 

카랑코롱 무슨 뜻이지? 사전을 찾아도 단어 자체가 나오지 않고, 파파고 번역기를 돌려보니 그냥 ‘칼랑콜론’이라고 나온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번역기에 나온다고 ‘칼랑콜론’이라고 번역해 둘 수 는 없지 않은가?

이때부터가 고민이다. 무슨 뜻인지 찾아내야 하는데 사전에도 안 나온다.
다행히 인터넷 검색  AI개요에서 ‘문에 설치된 초인종 등이 개폐할 때 울리는 소리’라고 나온다. 드디어 찾았다.

“딸랑 딸랑” 
「어서오세요로 번역한다.
 겨우 한 단어 번역하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일본어 전문가라면 금방 알았을지도 모른다.

토트 백 / 펌프스

다음은 일본 고유어와 일본식 영어발음이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후타미코는, 품위 있는 연 삥쿠의 미디아무 완삐-스에 베-쥬의 스프링구 코-토, 하얀 빤뿌스의 모습으로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물론 길을 걷는 남성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카즈의 목소리가 가게 안에 울리자 한 여자가 들어왔다. 
박수색(薄水色)의 바이오 완삐-스에 베-쥬 카-디간, 감색(紺色) 스니-카-에 새하얀 토-토박쿠를 들고 있다.......

가게에는 3명의 손님과 웨이토레스가 있었다. 제일 구석의 테부루에는 하얀 반팔의 완삐-스를 입은 여자가 조용히 책을 읽고, 입구근처 테부루에는 그리 말끔해 보이지 않는 남자가 여행  잡지를 펼쳐 뭔지 작은 노-토에 메모를 하고 있다. 카운타-에 앉은 여자는 새빨간 캬미소-루에 녹색 스빳쯔, 의자등받이에는 찬찬코를 걸치고, 머리에는 카-라-를 한 채였다. 왜 일까?  .....

초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지상은 이미 한여름 만큼이나 더운 어느 날 오후.
가게안에는 젊은 여자가 카운타- 석에서 무언가 글을 쓰고 있다. 옆에는 얼음이 녹아 옅어진 아이스코-히-, 여자는 여름답게 하얀 뿌리루 티 샤쯔구레-의 캇토타이토스카-토 끈으로 된 산다루 차림으로 등줄기를 반듯하게 펴고 묵묵히 연분홍색 편지지에 을 놀리고 있다.....

캇토타이토스카-토

소설 내내 이런 외래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영어의 일본어표기는 영어사전에도 일본어 사전에서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슨 패션 같은 것을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전혀 감이 안온다. 그렇다고 외래어를 그대로 적어두는 것도 번역의 자세는 아닌것 같다.    

여러분은 소-사-(saucer)가 컵받침이라는것, 빤뿌스가 고리나 끈, 잠금장치 등이 없고 발등 부분이 드러나게 깊이 파져 있는 여성용 구두인 펌프스(pumps) 또는 코트 슈즈(court shoes)임을 알겠는가? 

이러다 보니 일일이 사전을 찾고, 사전에 안나오면 인터넷과 이미지검색까지 해서 번역하는 일이 너무 에너지가 많이 든다.

찬찬코(ちゃんちゃんこ)

그중에 찬찬코(ちゃんちゃんこ)는 단연 으뜸이다. 
아무리 찾고 뒤져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 ‘가지런히 걸어두고’라고 번역해 두었다가 나중에야 찬찬코 * 가 일본 환갑행사때 입는 복장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몇자로 설명하기도 어려워 찬찬고 옆에 주석을 달았다.
(*역자 주: 솜으로 된 소매가 없고 겉옷 위에 걸쳐 입는 (아이가 입는) 빨간 조끼, 일본에서는 60세 생일인 환갑(還暦) 때 아이로 돌아가고,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빨간모자, 빨간 방석, 찬찬코를 함께 선물하기도 한다)

잘 아시다 시피 일본어는 일상적인 용어도 외래어 투성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말을 고유한 일본어로 바꾸어 쓰지 않고 왜래어 그대로 쓰는데 표기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과학적인 한글을 두고도 외래어가 범람한다고 걱정하는데, 일본은 훨씬 더 심하고, 이럴땐 영어가 일본에 와서 고생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일본어지만 어휘나 표현력이 풍부하고, 무라카미 하루키같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도 탄생시켰다.  
마찬가지로 내가 어려워했던 단어들을 누군가는 멋지게 번역해 베스트셀러로 만들기도 한다.

고생은 되지만 이 한권을 다 번역하다 보면 나의 일본어 실력도 어느정도 향상되어 있으리라 기대하고,

가장 아름답고 어휘가 풍부한 한글을 가진 우리는 참 행복한 국민이고, 두고두고 세종대왕님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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