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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찾아서 ...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5. 3. 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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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는 
꽃눈을 감춘 나목 속에 
예민한 가지 끝 움으로
꽃봉오리 속 꽃물로 산다.

마르고 거친 관념으로 
한(恨)으로
내포(內包)로
소리가 되지 못한 자모로, 
짝을 찾지 못한 낱말로,
생명의 실루엣으로.... 

움이 트고 꽃이 피면
내포는 외연(外延)이 되고 만다.     
사실이 되기전에 누가 나를 건져다오. 

촉수의 돌기를 세워
어렴픗하지만 또렷하게,
신선한 파격으로 울리고 찌르는
낯설지만 살아 존재하는,  
스쳐는 것이 아니라, 머물고 생각하게 하는 언어로,  
향기와 씨앗과 근원까지 보아다오.

나의 이야기로, 
두 살갗이 접촉하듯 설레고 달달하게 
추상이 암호처럼 혼자 떠돌것이 아니라, 
해독가능한 언어로 나를 표현해다오

언어 밖을 떠도는 이 불구와 암시의 자모(字母)들을 모아
묶고, 갈고, 닦고, 까불고, 즙을 내어 줄을 세워다오
용광로에 녹여 정수(精髓)를 뽑아
오선지 위에 놓고 맥을 넣어다오

관념과 서정과 언어들이 춤추며
나는 부드럽고, 격렬하고, 꼿꼿한 한편의 시(詩)로 태어나리라
낮은 곳으로 사람냄새가 흐르고,    
부연하지 않아도 넘쳐
벌 나비 머무는 의미의 꽃으로 피어나리라.  

내포에 숨은 함묵과 외침과 은유의 노래
마침내 시(詩)가 된 너는
꽃은 져도 영원히 살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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