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는
꽃눈을 감춘 나목 속에
예민한 가지 끝 움으로
꽃봉오리 속 꽃물로 산다.
마르고 거친 관념으로
한(恨)으로
내포(內包)로
소리가 되지 못한 자모로,
짝을 찾지 못한 낱말로,
생명의 실루엣으로....
움이 트고 꽃이 피면
내포는 외연(外緣)이 되고 만다.
내포가 외연이 되기전에 누가 나를 건져다오.
눈을 뜨고, 귀를 모으고, 촉수의 돌기를 세워
어렴풋하지만 분명하게,
긴 파장과 여운의 낮은 울림으로,
낯설지만 존재하는 언어로,
하늘을 향한 바램과, 뿌리 끝 빨판까지 찾아다오.
나의 이야기로,
두 살갗이 접촉하듯 설레고 달달하게,
삭풍처럼 에고, 춘풍처럼 부드럽게,
난해한 추상적 단어들이 암호처럼 떠돌것이 아니라,
쉽고, 또렷한 어휘로 표현해다오
화려한 수사(修辭)의 향연도 좋고
비가 내린다. 바람이 분다. 둘이 모여 비바람이 몰아치듯
존재를 보여주는 명사와 동사만으로도 좋다.
이 불구와 암시의 자모(字母)들을 모아 어절을 만들고
묶고, 갈고, 닦고, 까불어, 줄을 세워 열과 행을 만들고
오선지 위에 맥을 넣어다오
마침내,
관념과 서정과 언어들이 춤추며
나는 부드럽고, 격렬하고, 꼿꼿한 한편의 시(詩)로 태어나리라
자연이, 삶이 내게 걸어오는 말
절제된 결여속의 가득함
함묵속의 외침,
직유와 환유와 은유의 합창
정신과 감각의 혼연
언어의 재롱
너를 부를 이름하나 붙이면
너는 시(詩)가 되어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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