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서 인지 배가 나와서 인지 오래 서 있으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회사까지 출근하는데 지하철로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책 읽기에 딱 좋다
화명에서 서면까지 16개역, 서면에서 환승 후 충무동까지 9개역.
다행히 화명에서 2개 역을 지나면 환승역이라 서면까지 80%는 앉아간다.
그런데 이놈의 허리가 5~10분 정도 서 있으면 끊어질 듯 아파온다.
운동 안하고 똥배 나온 탓이려니 하고 배에 힘을 주고 똥배를 뒤로 쑥 집어넣으면 척추가 꼿꼿해져 아프지 않은데, 그것도 운동이라고 힘이 들고 숨이 가빠 조금 지나면 힘을 풀어버린다.
확률은 역시 확률, 오늘도 덕천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착한 행복론’ .....착하게 살면 행복해진다
칸트의 ‘실천주의 행복론’은 착하게 산 것에 대한 결과론적 만족감이 곧 행복이라는 이론이고, ‘동기주의 행복론’은 착하게 살려는 동기나 태도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옆에서 뭔가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니 배낭을 맨 할머니가 앞에 앉은 젊은 아가씨에게 “허리가 아프니 자리 좀 양보해 달라”고 아가씨의 어깨를 툭툭 치는데도 이 아가씨는 들은 척 만척, 본척 만척 꿈적도 안하니 할머니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보기에도 민망해 네다섯 좌석 옆에 앉은 내가 “여기 앉으세요”하고 일어섰다.
내 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요즘 아이들이 어떠니 .. ‘ 하고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아, 손으로 입을 가리며 ”쉿 ~“하고는 내 할 짓 책을 읽는다
"좀 일어나 주면 될 텐데... 세상 참 .. 젊은 사람들이 ..."
내 머릿속에도 오만 생각들이 스친다
이건 아니다 싶어 둘러보니, 옆에 앉은 대부분이 20대 중반이고 나만 머리가 허옇다.
"아니 이 까짓게 뭐라고 .. 이게 뭐 힘들다고 ..."
이어폰을 꽂고 있는 아가씨는 아직 새파란 젊은이다.
"저 아가씨의 아버지는?, 인간성은? 회사에서는?..." 답도 없는 의문을 던지다가,
이것이 요즘의 세태이기에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왠지 씁쓸하다.
(자리 한번 양보 안했다고 그사람의 인격마저 매도해 버리려는 것이 너무 한건지, 내가 꼰대인지는 모르겠다)
환승 후 3정거장이 지나자 또 허리가 아프다. 허리 아플때는 역시 똥배를 넣는 것이 최고의 처방이다.
지하철 1호선은 늘 복잡하다. 어떤 날은 구겨서 들어가고, 통로에 3줄로 서기도 한다.
6개 역이 남았는데 앞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리려고 일어선다.
순서는 내리는 승객 바로 앞에 선 사람이 앉는 게 맞지만 ... 불과 1-2초 사이에 욕심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결국 순서에 따라 앞쪽의 아가씨가 앉았다.
그런데 아가씨 행동이 좀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뇌성마비를 가진 아가씨였다.
"아이고 ~~ 다행이다". 만약 그 자리를 탐내 내가 앉으려 했다면 어쨌을까?
“내린 그 양반도 그렇지, 이 아가씨에게 자리 양보 좀 해주지 ...”
이 짧은 출근시간 하나에도 세상사는 이야기가 있고 철학이 있다.
자리하나 양보한게 뭐라고 그것이 행복한 하루의 시작을 만들어 주었다.
'실천주의 행복론'과 '동기주의 행복론'이 동시에 작용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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