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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감(雜感)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2. 1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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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을 보거나 시대적 상황, 사건, 환경, 인물, 세태 등을 보면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은 것 같은 꺼칠꺼칠한 고목의 매화나무가 춘설을 이고 봄보다 먼저 매화꽃을 피우는 것을 볼 때면 누구나 끈질긴 생명력과 인내, 지조 곧은 선비, 절개를 지키는 여인 이런 것들을 느끼게 되고, 강가의 갈대꽃들이 북풍을 피해 하나같이 남으로 남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간절한 염원의 기도를 떠 올리거나, 때론 동물의 왕국에서 까치발로 서서 주위를 살피는 미어캣을 연상하기도 한다.    

잘 익은 가을,  눈 오는 겨울, 물안개 자욱한 강가의 풍경이라도 만나게 되면 머릿속에 다듬어지지 않은 시상들이 두서없이 떠오르기도 해 금방 시인이라도 될 것 같은 느낌은 누구나 가져 보았을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북한, 일본등과 첨예한 이해를 걸고 하는 줄다리기 외교, 폭력시위, 총선등의 시사문제라든가, 달동네 노인의 지친 삶, 장애인을 입양시키는 미국인의 사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한비야씨, 버릇, 사랑, 신앙, 철학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이 모든 것에 자기 나름의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을 ‘유감(有感)’, ‘단상(斷想)’이라고도 하고, 광수는 ‘광수생각’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느낌들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금방 까먹고 만다
어떤 땐 불현 듯 떠오르는 생각이나 시상(詩想), 감정들 중에서 괜찮다 싶은 표현들이 있으면 아무 종이 쪼가리에 급하게 적어두거나 휴대폰에 메모해 두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완성된 글로 옮기는 데는 많이 망설여진다.  

내가 아는 일본 후쿠오카 한 목사님은 취미가 낚시, TV, 영화보기, 에세이풍의 글쓰기라고 했다. 목사님 치고는 취미가 좀 별나다고 할 수 있지만 정감이 넘치는 것 같아 좋다 

그분은 그냥 세상사는 이야기나 시사적인 문제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끔 홈페이지에 올리는데, 문장력이 뛰어나고 세상을 보는 눈의 예리함을 논하기보다, 그 글을 통해서 나의 생각과 비교도 해보고 또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기도 한다. 

글이란 우리 속에 잠자고 있는 감성을 깨워 마음을 맑고 평온하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같은 자극을 주어 궐기(蹶起)하게 도 하는데, 그런 어떤 목적을 가진 글보다는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글, 보통사람들의 세상을 보는 눈과 느낌이 바로 잡감(雜感)이 아닐까 싶다. 

나의 여러가지 생각,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斷想’도 ‘有感’도 ‘패설(稗說)’도 마찬가지이겠으나, 뻥튀기처럼 먹어도 체하지 않고, 기꺼이 공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편안하고 잡다한 나의 생각이니  ‘잡감(雜感)’이라 하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儒草雜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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