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3개의 작은 커피숍,
오늘도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이먼 & 가펑클의 ‘스카보로우 페어 (Scarborough Fair)’다.
홀린 듯, 얼어버린 사람처럼 걸음을 멈추고,
눈의 초점을 풀고 청각을 곤두세운다.
가슴깊이 파고드는 그 잔잔함이 아득함을 넘어 현기증이 나고, 깊은 나락으로 빠지려 한다.
“'스카보로우 페어'네요”
“어머 이곡을 아시나 봐요”
음악도 잘 모르지만 아는 팝송중의 하나라 귀에 쏙 들어왔던 것이다.
“선곡 참 잘 하시네요. 아메리카노 따뜻한 걸로 ... 테이크아웃 할께요”
터키 여행 갈 때 ‘리라(Lira)’화 환전하러 들린 은행 입구의 간이 커피숍이다.
그때도 조용한 노래에 덜컹 발목이 잡혔었는데 오늘 또 나를 잡아끈다.
독일의 라인강 기슭에는 로렐라이(Loreley) 언덕이 있다.
높이가 132m나 되는 바위언덕으로 그 아래는 강이 ‘ㄱ’자로 굽이치고 물살도 거칠어 지나가는 배들이 난파되는 사고가 잦은 곳이다.
뱃사공이 이곳을 지날 때, 아름다운 여인이 로렐라이 언덕 바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면, 뱃사공들이 그 매혹적인 모습과 목소리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 물결에 휩쓸리고 바위에 부딪혀 난파된다는 전설이 있어, '요정의 바위'라는 뜻의 로렐라이(Loreley)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화장기 없는 커피숍 주인
중년의 감성을 자극하는 잔잔한 음악
홀린듯 향하는 발걸음.
뭐지?
나를 잡은 게 잔잔한 음악인가?
커피숍 주인의 담백함인가?
그렇다면 여긴 로렐라이 커피숍?
사무실로 돌아와 조금전 스카보로우 페어를 다시 듣는다.
오늘 커피향은 더 진하다.
https://youtu.be/wG8gyZKskng 스카보로우 페어 (Scarborough Fair)
https://youtu.be/XHvfKe0N5AY 스카보로우 페어 (Scarborough F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