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지하철 타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우선 교통비가 적게 들고, 피곤하면 눈도 붙일 수 있어 좋다. 더 좋은 것은 지하철을 타는 동안 책을 읽을 수 있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까지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우리 집과 회사 모두 지하철 가까이 있어 비오는 날 우산 없이도 갈 수 있고, 절반 이상은 앉아 갈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동안 기름 값 들고, 교통체증에 스트레스 받는 승용차를 이용했는지 모르겠다.
회사의 직책으로 봐서 무게감 있게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그것 때문에 허세를 부릴 것은 못된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당당한 캐릭터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더 멋있고, 더 카리스마 있고, 더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다.
이전에 지하철을 탈 때는 교통비(유대)절감이 우선이었다면, 지금은 여유와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다. 때론 차가 짐이 된다. 회식이나 소주한잔 할 때면 주차, 2차 장소이동, 대리운전까지 차가 짐 덩어리다. 근데 지하철을 타면 몸도 마음도 가볍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문체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2020년 9월~2021년 8월)간 성인의 평균 종합 독서량은 4.5권이다. 여기에는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을 합한 수치이고, 종이책만 놓고 보면 2.7권이다. 주목할 것은 성인 52.5%는 일 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속에 길이 있고 지혜가 있는데 ...)
사실 직장인들은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런데 출퇴근 하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면 마음의 양식이 풍부해질 것이고, 외국어를 공부한다면 조금씩 실력이 늘어나는 모습에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난 왕복2시간 지하철을 이용할 때 1주일에 한권정도 책을 읽었고, 지금은 외국어공부시간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한때 외국어 배우려고 출근하기 전 학원새벽반에 등록하여 공부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은 유튜브가 있어 공부하기 너무 좋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원하는 외국어강의를 마음대로 들을 수 있고 그것도 공짜다. 외국어는 매일 접하지 않으면 감각도 떨어지고 알던 것마저 다 까먹고 마는데 무한반복해서 들을 수 있고, 무선 이어폰 '에어팟'이 있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그래서 나의 외국어는 ‘지하철 영어’, ‘지하철 중국어’, ‘지하철 일본어’고, 조금씩 스페인어 기초도 듣고 있다.
지하철은 세상을 보게 한다.
꼬박꼬박 조는 사람, 책보는 사람, 화장을 하는 아가씨, 귀에 거슬리는 큰 소리로 통화하는 조금은 무식해 보이는 아저씨부터, 자리가 나면 몇 좌석 옆까지 뛰어가 잽싸게 앉는 아주머니를 보면 약간 측은한 생각도 들지만, 나 역시 경로석 인근에서 얼쩡거리다 두세 자리가 계속 비어가면 슬쩍 엉덩이를 들이댈 때도 있으니, 내가 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나 역시 그들에게 세상의 모습으로 비춰질 테니 피차일반이다.
발아래 따뜻한 난방이 나오는 지하철에서 피곤한 육신을 벽에 기대고 잠시 졸아보라. 이 얼마나 달콤한지 아는가? 만원지하철로 사람과 사람이 부딪혀도 그것이 아가씨 몸뚱이라면 이 한몸 찌그러져도 좋고, 미니스커트 아가씨의 늘씬한 다리에 슬쩍 시위를 당겨보는 것도 지하철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절대 변태 아닙니다. 당신도 분명히 잘생긴 남자나 예쁜 여자를 보면 슬쩍 곁눈질 했던 적이 있을 겁니다)
지하철은 자연스런 운동시간이다. 밖에 나가 운동하는 것이 귀찮은데 지하철을 타면 7천보를 찍는다..계단을 오르내리고, 입석이면 발 뒤꿈치를 들어 종아리 근육도 키운다. 운동이랄 것도 없지만 "오늘 목표걸음수 달성했어요" 휴대폰에 문자가 뜨면 은근히 뿌듯하다.
비가와도 눈이와도 걱정없고, 추우면 따뜻하고 더우면 시원하다. "말도 마라, 아이고~ 그놈의 차가 어찌나 밀리던지....." 약속시간에 늦어서 미안할 일도 없고, 비오는 금요일 밤 대리운전을 잡지 못해 오도가도 못하는 일도 없다.
지하철엔, ....구속당하지 않는 자유와, 여유와, 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