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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철학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1. 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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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KBS에서 방영된 다큐 ‘차마고도’에는 오체투지(五體投地)하며 성지인 라샤 조캉사원으로 순례를 떠나는 사람들이 나온다.
무려 2100km에 7개월 동안 3보1배(三步 一拜),  오체투지(五體投地, 머리, 양팔꿈치, 양무릎을 땅에 닿게 하는 절)로 걷는다.
그 길이 눈밭이든 얼음 위든, 바위 산길이든 가리지 않는다. 마지막 성지에 도착해서도 50여 일 동안 10만 배를 하고서야 순례를 마친다. 

영상 속 순례의 길은 비록 힘들지만 순례자의 영혼은 맑고 아름답다 한편 처절하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과연 삶은 무엇인가? 신앙이란 또 무엇인가?" 를 생각하게 만들고, 무슨 죄가 많아 저런 고통을 통해 회개하려는 걸까? 무슨 기도와 염원이기에 저리도 간절할까? 다음 생에 얼마나 더 좋은 것으로 태어나려 하는 것일까? 안타깝기도 하다.

순례자에게는 이 순례가 가장 의미 있는 일이고, 나약한 인간이 신의 자비를 바라며 다가가는 것이고,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자신에 대한 학대다. 

인생에 대한 욕망도 없이 죄인된 마음으로 참회하며 살아가는 삶이 신에 대한 복종이고 진리를 찾는 일일까?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행복일까?

우리가 타고난 원죄라는 굴레 속에서 평생 죄인으로 사는 것은  진정 신이 바라는 삶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신은 우리에게 행복하게 살라고 하지 않았을까? 

볼테르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하인에게는 그 이야기는 하지마라”고 했고, 니체는“신은 죽었다”고 했다.

 기존의 비전에 묶여 있으면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니체는 말한다. “너 자신을 창조할 수 있어야, 너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어야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고, 너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할 줄 알아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래서 죽음 이후의 삶을 제시하는 종교적 주장이 현실의 삶을 파괴하는 허위의식이라고 단언한다.

신을 위해 사는 삶, 수도자나 고행자처럼 자신의 감각을 철저히 굶기는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퇴화하는 삶에 대한 방어본능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이 세상에서의 삶'이다. 
진정한 행복이 저 세상에 있다면 현실에서의 삶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천박한 쾌락주의’를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자기를 사랑하고 책임 있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자신의 교만이나 어리석음을 참회하기 위해 행하는 금욕과 고행의 삶은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은 자유하길 원한다.
고대 원시인들은 현대의 과학시대에 사는 사람들 보다 훨씬 자유롭고 풍족했다.
기존의 믿음과 관습과 판단과, 외부잣대, 타인의 시선, 신념에 종속되어서는 내 삶을 사는 것이 아니고 남의 짐을 짊어지고 가는 낙타와 같다. 족쇄를 차고 정해진 틀 안에서만 살아가는 삶이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죽어보지 않는 한 죽음과 죽음 이후의 삶은 알 수 없다. 혹시 죽음 이후의 세계 역시 우리의 삶을 위해 만들어 놓은 허구는 아닐까? 

마르크스는 “인간이 종교를 만들지 종교가 인간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했다. 
고통과 모순으로 가득 찬 삶으로부터 구원을 받으려면 매혹적인 환영과 즐거운 가상을 필요로 했고, 그래서 사피엔스는 허구를 만들고 그 상상을 실재화(實在化) 했다. 사피엔스의 천재적 장난이다.  

과학의 시대인 오늘날도 신은 우리 삶속에서 늘 함께 한다. 믿는 자든 믿지 않는 자든 신을 이야기 한다. 종교를 통해 삶의 위안을 받는 것은 좋지만, 종교가 신념이 되어 내세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면서까지 신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은 현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인류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현자와 데카르트, 니체, 칸트, 헤겔 등이 평생 목숨을 걸고 사유했던 인생의 답이다. 

살신성인(殺身成仁) 아니라 살신성인(殺神成人) 
그래서 니체는 신을 죽이고, 자아를 찾는 일을 시작하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생각도 다르고 철학자들 마다도 생각이 다 다릅니다. 종교적 신념으로 비평할 것이 아니라 인문철학적 차원에서 가볍게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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