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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잡감(儒草雜感), 유초패설( 儒草稗說)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1. 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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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고 두 달 인데 65개의 글을 올렸다. 
시, 일기, 산문, 독후감, 여행기... 그러고보니  매일 올린 셈이다. 

내용을 보니 정해진 장르도, 테마도, 주제도 없고 그렇다고 정교하지도 않다.  
인생의 내부적, 영적문제를 주관적으로 명상하고 사색하는 명상록(瞑想錄)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수필(隨筆)이 따를 수(隨), 붓필(筆)이고, 그냥 붓 가는 대로, 어떤 목적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쓴 것이니 수필이고 수상록에 가깝다.
한데 체계도 없는 글인데 굳이 장르를 정해 ‘수필’이라 한들 뭐하고, 고급스럽게 '에세이(essay)'라고 한들 뭐하랴.
그냥 나의 잡다한 생각이니까 '잡감(雜感)'이고, 내 주변의 이야기를 잡다하게 적었으니 '신변잡기(身邊雜記 )'다.  

고려 때 문장가 이제현은 달포가까이 비가오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답답하자, 처마의 낙수를 받아 벼룻물로 삼고, 벗들 사이에 오고간 편지 조각을 이어 붙여 그 뒷면에 닥치는 대로 글을 쓰고는 제목을  '역옹패설(櫟翁稗說)'이라 붙였다. 
체계도 없는 잡문(雜文)이고, 딱히 실(實)도 없는 글이라, 자신의 호인 ‘역옹’과 벼논에 자라는 잡초인 ‘피(패, 稗)’같은 글이라 ‘패설’이라 했다니 얼마나 겸손한가?

그런 의미라면 이 블로그 역시 “유초패설( 儒草稗說)”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ㅎㅎ

이곳의 글은 규범도 없고, 소재도 자유롭고, 내용도 사사롭다. 그저 나름 인생과 자연을 관조하고, 삶에서 얻은 체험과 사색의 편린들을 솔직히 적어봄으로써, 당시의 나의 생각들을 더 온전하고 생생하게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세상의 풍경과 군상과 사건들이 다 소재가 되지만, 나 역시 중요한 소재가 된다.  
그렇기에 이곳의 글과 표현들은 나의 나상(裸像 )이고, 나의 비린내요, 자아의 진솔한 고백이다. 

나는 ‘글쟁이’가 아니다. ‘쟁이’가 좋게는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뜻도 있지만, 그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또 내가 쓴 글을 상품화하거나 구독자를 늘리고 싶은 마음도 없기 때문에 ‘글쟁이’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굳이 내가 긁적여 보는 이유는  감각을 잃지 않고, 나를 바로 바라보게 하고, 바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하나 더 보태자면,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 자식들이 “아버지는 이런 생각으로 사셨구나”라고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 있다.

직장생활하면서 글을 적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할 일도 많고 찾는 사람도 많다. 더구나 방랑벽이 심해 아무데나 싸돌아 다니는걸 좋아하다보니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래서 굳이 블로그에 목숨을 걸고, 글을 쓰고 페이지를 늘리는데 부담을 안가지려 한다. 
생각나면 적고, 아니면 말면되고, 또 보여주기위해 잘 쓸 필요도, 마음에 없는 글을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도 없다. 

그냥 내 친구 주영이가 고등학교때 지어준 호인 유초(儒草)에 나의 잡다한 생각인 잡감(雜感)을 붙이고,
역옹 이제현 처럼 ... 비오는 날 아무도 날 불러주지 않을때
‘유초잡감(儒草雜感)’, 유초패설( 儒草稗說) 을 적어보는 것으로 족하다. 
( '피'도 옛~날 한때는 곡식이었던 적이 있었다. 영양가는 낮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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