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낙동강 쪽 벌판에 오늘 아침 하얀 서리가 짙게 내렸다.
윗 지방엔 눈이 왔다던데
혹시 눈이 온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제법 하얗다.
풍성하던 생태공원의 나무도 잔디도 초록을 잃은 지 오래고
나무들의 앙상한 가지는 저 멀리까지 막힘없이 시야를 투과시켜 준다.
서리 하나에 오늘 강변풍경은 하얀 캔버스에 그린 스케치화가 된다.
잔가지가 적은 벚나무, 버드나무는 형체를 알 수 없고,
줄지어 심어진 키 큰 메타세과이어만이 밑그림을 그리듯 캔버스 위헤 세로로 굵은 선을 긋고
잔가지가 만든 늘씬한 실루엣은 겨울 풍경을 완전 지배한다.
북풍을 피해 남으로 남으로 고개를 돌린 갈대는
간절한 기도의 손 같기도 하고,
돋움발로 서서 주위를 살피는 미어캣 같기도 하다.
무수히 지났고, 무수히 만났던 풍경이었을 텐데 오늘 왜 눈에 들어왔을까?
그저 서리하나 때문에?
어쩌면 블로그를 시작하고 잃었던 감각이 되살아난 건 아닐까?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다
부산에도 눈이 내렸으면 좋으련만 ....
그래도 오늘은 행복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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