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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할머니의 생의 마무리 방법 : 여행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1. 2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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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남편이 별세한 후 이틀 만에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은 90세의 미국의 노마 할머니. 
 말기 암 선고를 받은 할머니와 가족들 앞에는 ‘생의 마무리’라는 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몇 가지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인다. (1)의사의 권유대로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계속 받는 것, (2)병원치료를 거부하고 요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 (3)할머니 주장대로 여행을 하다가 여생을 마치는 것. 

어머니를 요양원에 두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 아들 내외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집으로 가서 함께 살자”는 제안하지만 할머니는 그것을 거부하고, 병원에서연명치료를 받느라 여생을 낭비하는 대신 평생의 소원이던 미국 전국여행을 하면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가족들에게 전했다.  

152cm 키에 체중 45kg인 할머니가 항암치료 대신에 무기한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는 건 무리라면서 의료진이 말렸지만, 노마 할머니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결국 의사도 “솔직히 할머니가 수술 후 살 수 있을지 장담 못 하겠다”며 차라리 멋진 여행을 하시라고 권하고, 가족들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애완견과 함께 캠핑카를 타고 미국 대륙 횡단에 나선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여행의 시작이다.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가고 싶은데 간다'는 것이 노마 할머니의 유일한 여행 계획이었다.

90세를 넘긴 할머니가 평생 처음으로 열기구를 타고, 승마도 하고, 물개와 입을 맞추는 등 새로운 경험도 만끽하며 소박한 소원을 이루는 장면들을 연일 할머니의 페이스북인 드라이빙 미스 노마 (Driving Miss Norma)에 올리면서 팔로워는 40만 명을 넘어섰고, 전 세계 네티즌 수십만 명이 관심과 응원을 보냈다. 

인터넷을 통해 유명해진 노마 할머니는 이후 미 국립공원관리청의 초청을 받아 그랜드캐니언, 옐로스톤 등 20여개 국립공원 기념행사에 초청되고, 미 해군, 프로 농구팀 등 다양한 기관과 단체 마을로부터 초대받는 행복한 여행을 이어갔다. 

노마 할머니는 이번 여행을 통해 90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새로운 일들을 시도했고, 평상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짜릿한 경험도 즐겼다.

"여행은 어때요?" 
"너무 멋지고 정말 재미있어요. 전혀 아프지 않아요." 
이렇게 노마 할머니는 13개월 동안 미국 32개 주 75개 도시, 약 2만 1천km를 여행했다. 그리고는 2016년 9월 1일 워싱턴 주의 한 해안가 캠핑카 안에서 아들 내외가 지켜보는 가운데 91세로 숨을 거두었고, 생전의 바람대로 화장된 뒤 남편 곁으로 돌아갔다. 

노마 할머니는"병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 대신 여행길로 나서길 잘했다. 내 여행을 통해 사람들이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했다. 
노마 할머니와 가족들이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은 ‘매 순간의 소중함’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의 중요성’과 여행을 통해 삶과 사랑 그리고 현재의 순간들을 온 힘을 다해 ‘껴안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노마 할머니는 말기 암 진단 후 한 번도 의사를 다시 찾은 적이 없다. “인위적인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고 가족들에게 밝혔고, 가족들도 할머니의 뜻에 따라 여행 내내 인위적인 생명 유지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시한부 삶을 맞이한 환자들에게는 치료보다 ‘인간의 존엄’이 더 중요하다. 

 ‘존엄하고 행복한 죽음은 고인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겪어내는 일이고, 이는 환자의 용기뿐 아니라 환자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에 짓눌리지 않은 가족의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할머니의 결정도 용기 있지만, 이를 받아주고 13개월이란 여행에 아들 며느리가 같이 동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며느리에게는 효부문이라도 세워줘야 할 것 같다. 한국에도 ’효‘ 사상이 있고 자식들도 나름 효도한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와 세태는 그렇지 않다. 만일, 내가 노마 할머니가 되었다면, 나의 바람대로 여행을 할 수 있었을까? 혹시 지금 요양병원에 가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거기서 천정만 바라보며 생을 마무리 해야만 하지는 않을까? 특히 내 자의로 의사를 표현마저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더더욱 말이다. 
  
‘인생은 붙잡는 것과 놓아주는 것 사이의 균형 잡기’라는 말이 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죽음도 받아들이고 삶을 조용히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게 인생이니까.... 
 
노마 할머니는 “지금까지 여행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바로 이곳"이라고 답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 늙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사라지기 때문에 늙는 것‘이라고 한다. 난 머리가 허옇더라도 지금의 나이가 좋다. 그리고 오늘도 열심히 살고 오늘이 즐겁다.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버킷리스트도 쌓아 두었다.   
 
그러나 내게도 그런 시기는 반드시 다가온다. 꼭 온다. 
우리가 시한부 판정을 받을 때, 나는 나의 여생을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가?

“만일 당신이 꽃을 보내고 싶으면, 지금 누군가에게 꽃을 보내 놀라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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