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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고 받아들임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1. 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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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유혹으로 가득하다.  
돈, 명예, 지위, 건강, 사랑, 지식,... 하물며 깨끗한 마음, 자기성찰, 종교적 신앙심마저도 우리는 더 많이, 더 깊이, 더 차원 높은 것을 가지려고 한다. 
유혹은, 우리더러 "더 커 보이고, 더 잘나 보이라" 한다.  

바라는 것을 가지기 위해 죽기 살기로 매달리고, 손에 잡고나면 또 더 큰 것들이 눈앞에서 “나를 잡으라”고 유혹한다. 이러다 보면 결국 우리는 원하는 것도, 마음으로부터 만족도 얻지 못한 채 유혹을 좆는 쉼 없는 달림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이 있는 그대로라면, 세상이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유혹을 만들고 좆는 것은 아닐까?
마음을 비우자며 마음에 하얀색을 칠하려고도 해보고, 파란마음을 가지기 위해 푸른 하늘을 가슴에 담아도 보지만, 
그것 또한 비우는 게 아니라 억지로 또 채우려는 것이 되어 마음은 오히려 더 갑갑하다. 

비움은 무엇이고,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지나온 시절들은 다 아름다웠는데, 요즘은 노후문제와 정체성의 문제로 생각이 많아진다.  

10년 전을 돌아보면 행복했다. 20년, 30년, 40년, 50년 전에도 그 시절 나름의 고통과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절마다 작은 행복들과 이룸과 성장이 있었기에 좋았던 것 같다. 

그때 그렇게 고민하던 일들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 지나갔고, 지금은 그것들 때문에 내가 더 단단해졌고, 더 성장했다는 생각에 오히려 감사하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서 먹을 것도 없었지만, 난 그 시절이 그리 원망스럽지는 않다. 알폰소 도데의 ‘별’처럼 빛나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졌고 순수했다. 썰매타고, 물고기 잡고, 소꼴하던 추억이 아름답고, 강변 포플러나무 숲의 자지러지는 매미소리는 지금은 이명이 되어 들린다. (이명은 빨리 치료해야 ㅎㅎ). 

경제도 가족부양에 대한 책임도 모르셨지만 사랑방에서 축축한 볏짚으로 멍석을 매고, 매일 먹을 갈아 한지에 한문으로 무언가를 쓰고 책으로 매던 아버지 모습도 그게 아버지의 삶이었음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내 삶의 운명이 되었다는 것도 받아들인다.

매 시기에는 어쩔 수 없는 그 때만의 사정이 있다. 
어린 내가 가난을 느꼈다면 부모는 자식을 먹이기 위해 아마 굶었을 것이고, 돈이 없어 학교 준비물도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면 챙겨주지 못한 부모 마음은 아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나보면 아름다운데, 훨씬 더 많이 가지고, 훨씬 더 안정적 지금에 무엇이 부족하여 마음이 쫓기고 있는 걸까? 
‘욕심’...  결론은 충분히 가지고도 부족함을 느끼는 ‘욕심’때문인 것 같다.  

오늘의 생각 많은 이 시기도 10년이 지난 후에 돌아보면‘내 인생의 화양연화’시절일 것이다. 
누구의 인생은 늘 행복하고, 누구의 인생은 늘 불행하지는 않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고, 힘듦이 있었기에 기쁨의 크기는 더 커지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별별 일을 다 겪는다. 힘든 일도, 억울한 일도, 불공평한 일도 많다.
 상대과실로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뒤로 넘어졌는데 코가 깨지기도 한다. 노력한 것 보다 좋은 성적이 나와 원하는 대학,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행운이 따라오고, 지역개발로 부동산 값이 뛰어 팔자를 고치기도 한다. 주식을 사서 대박이 났다가 금방 또 쪽박을 찬다. 

이것이 인생이다. 
이럴 때 “원래 인생은 다 그런거야”,“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남도 다 그래”라고 웃으며 넘기면 되게 억울하지도 않다. 

고등학교 때  "인생은 사인곡선(sine curve) 이다"란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 보니 맞는 것 같다. ㅎㅎ.

이제 내 모습 이대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욕심도 까탈스러움도 내려놓는다.  잔소리를 칭찬으로 대신한다. 
세상 끝까지 따라가서라도 떼인 돈을 받으려 하다가 그것마저도 포기하기로 마음먹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비움’, "내려놓음" .... 비우니 내가 편하다. 내려놓으니 걱정이 사라지고, 불안하지 않으니 마음이 고요하다.    

"It's good enough, Why pay more", 이만하면 됐는데... 굳이 더 가지려고 욕심을 내다보니 불행해지는 것이다. 
그냥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오늘을 즐겁게 가볍게 살면 걱정 없고 불안하지 않는 삶이 되지 않을까? 

위만 쳐다보고 살아가는 이상주의도, 아래만 보고 사는 염세주의가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다만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삶 하나하나에 진정성을 더하고,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그리고 개똥철학일지라도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가지고 사는 것, 이게 바로 인생을 사는 지혜가 아닐까?  

“걱정 없고 불안하지 않는 상태” 나는 행복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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