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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주의의 자기착취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3. 11. 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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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칼럼을 읽다가 “현대인이 왜 피로한지 아십니까?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난 할 수 있다”, “넌 할 수 있어” 곳곳에서 외치는 과도한 긍정성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일하다가 쓰러지면서도 그것이 ‘스스로 착취한다’는 인식을 못하는 현대인의 ‘긍정주의 성공신화’에 한병철 교수가 경고장을 던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성공의 꿈, 부자의 꿈, 행복한 미래의 꿈...
꿈은 아름다운 것이기에, 꿈꾸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없다기에,  
우리는 꿈을 만들고, 그 무지개를 잡기위해 ‘무한도전’을 감·행·한다.

사실 요즘 같은 무한경쟁, 모두가 똑똑한 세상에서 성공하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부모 잘 만난 재벌 2세가 아닌 다음에야 지금 성공했다라고 칭할 만한 사람들의 인생스토리를 들어보면 그 이면에는 눈물겨운 각고의 노력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피나는 고통을 참게 한 요인은 무엇일까?
긍정?, 긍정주의?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I can, we can", ‘긍정의 힘’, ‘Secret’, ‘The answer’, ‘1만 시간의 법칙’......
이 수많은 긍정의 단어들이 주는 ‘긍정의 자기최면’ 유혹들이 그 힘든 과정들을 견디고 이기게 한 것은 아닐까?

‘긍정’ 참 좋은 말이다.
긍정이 긍정을 만들고, 날선 각을 없애고 이 세상과 자신을 부드럽게·너그럽게·편안하게 만들어 주니 말이다.

라디오의 소리가 들리는 것도, TV의 영상이 볼수 있는 것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그 소리와 영상의 전파(파장)가 도달했기 때문이고, 두 개의 소리굽쇠를 두고 A소리굽쇠를 치면(예를 들어 ‘도’ 음을 치면) 치지 않은 나머지 B소리굽쇠도 똑같이 ‘도’음을 내는 것 역시 A소리굽쇠가 ‘도’란 음파를 보냈고, B 소리굽쇠가 ‘도’음에 그대로 반응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생각을 하게 되면 뇌파가 발생하는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긍정적인 결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 이들 ‘긍정의 힘’이 전하는 메시지다.

우리는 이러한 긍정과 희망의 최면에 빠져 과정에서의 힘든 수고와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고 견디려 하는 것인데, 이 철학자는 ‘긍정주의’가 ‘피로사회’를 만든다고 했다. 그 이유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하여 스스로 자신에게 ‘긍정’이란 최면을 걸고, 자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적인, 초아적인 에너지를 발산시키도록 자신을 학대하고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일정부분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문제는 긍정의 자기최면에 빠져 그 과정의 피나는 노력과 고통이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파괴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걸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죽을 때까지 ‘죽을똥 살똥’ 일하다가 진짜 죽어버리거나, 목까지 차오르는 육체와 정신적 한계점에서 느끼는 번 아웃(burn out)상태, 그리고 어느 날 더 이상 ‘할 수 있을 수가 없을 때’ 느끼는 자괴감, 상실감, 우울증. 스스로 자기 자신을 학대했던 그 골병들이 육체와 정신에 질병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긍정주의 피로사회’다.

자본주의는 참 영악해서 과거에는 노예를 부리는 ‘타인착취’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다가 그것이 한계에 다다르니까 스스로 ‘자기착취’를 해서라도 성과를 달성하려다 보니 결국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거나 최소한 자기만족을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내 능력에, 내 수준에 “난 할 수 없어”라며 도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염세주의가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긍정’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master key라도 되는 양, 죽는 줄도 모르고 성공에 다가가려 하는것이 과연 단 하나뿐인 내 인생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의미 있는' 일일까?

노력하는 과정들도 행복의 일부이지만, 그 과정들이 너무 힘들고 바삐 움직이다 보면 오히려 우리 삶의 주위에서 날마다 순간마다 만날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다 놓치게 된다.  

따스한 봄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걷다보면, 막 가슴을 열어젖히는 꽃봉오리도, 나비와 벌의 날개 짓도, 개미들의 행렬, 바위틈에 간신히 뿌리를 박고 환하게 웃고 있는 자연과 생명들의 오묘한 향연들이 보인다. KTX를 타고가면 볼 수 없는 것들이, ....
104세 김형석 교수는 “백년을 살아보니” 인생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행복이 무엇인가? 에 대하여,
 
한번 뿐인 인생, 늘 설레고 즐겁게 살아가야 되는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긍정의 자기 최면을 걸고 늘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힘들게, 불안하게, 쉼도 없이, 자기를 학대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빈천하면 친구도 없다”고 했지만 내겐 그 빈천함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반겨주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
빈천하면 빈천한대로 된장찌개에 지난 가을 말린 곶감한줄 내어놓을 준비는 되어있으니  "나도 부자"
 
우리 이제 “이만하면 됐다”고 진짜 긍정하며, 이쯤에서 만족하면 어떨까?
친구야
우리 “이만하면 됐다” 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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