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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분모 .. 일본 자매결연 교회방문기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3. 12. 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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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교회와 일본 후쿠오카 히라오교회 간에 국제자매결연을 맺고, 작년 여름에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번에는 한국에서 일본교회를 3박4일간 방문하여 예배도 드리고 교류회도 가졌다.

방문단 34명중 초중고생이 25명이고 실무진은 불과 3~4명이라 모든 행사에 많은 신경이 쓰였고. 11가정에서 홈스테이를 나누어서 했기 때문에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모르는 아이들 교육하고 통제하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가기 전엔 선교여행의 실효에 대해서 염려도 하고, 혹시나 놀러간다는 소리 들을까봐 걱정도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자 두 교회, 두 나라간 화합의 마당이 열리고 하나 됨을 느끼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일본 쪽에서는 찬양, 악기연주, 마술 등의 공연을 보여줬고, 우리는 한복을 입고 찬양하고 마술과 예수님을 주제로 한 태권도를 선 보였는데, 사진촬영을 하면서 내가 그만 가슴이 뜨거워져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교류회 때는 일본에서는 모찌쯔끼(찹쌀떡)를, 우리는 김치 만들기를 같이했다.
명절 때 TV에서 민속촌에서 떡메를 치며 찰떡을 만드는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막상 이곳 일본에서 그걸 해보게 되다니 이게 한국 문화인지 일본 문화인지 헷갈렸다.

매화가 피고 유자가 달린 바깥마당에서는 밥을 찌고, 찐 밥을 돌로 만든 호박에 넣어 한국과 일본 측에서 한명씩 나와 마주보고 교대로 떡메를 친다. 호박 안에서 잘 짓이겨진 떡은 교회 홀 안에 들고 들어와 어린이부터 나이든 노인까지 죽 둘러앉아 속(앙꼬)을 넣어 찹쌀떡(모찌)를 만들고 콩고물에 버무려 한입씩 서로에게 넣어주기도 한다. 온 얼굴에 밀가루가 묻은 모습을 보며 국경을 웃음바다가 되었다.

 다음은 한국 김치 만들기다. 일본 주부들이 수 십 명 둘러선 가운데 한국에서 준비해간 양념으로 김치속을 넣으며 두 교회 목사님이 시범을 보였다. 이후 각자가 직접 김치를 담아 보고, 갓 만든 김치를 찢어 입에 넣어주면서, 말은 달라도 같은 하나님을 섬긴다는 공통분모, 외모가 비슷하다는 공통분모, 서로 간에 정을 나누고 싶은 공통분모, 이를 위해 같이 준비하고 노력하는 공통분모 앞에 서로가 하나가 됨을 느끼게 되었다.

 하나님을 믿은 지 십 수 년이 넘었건만, 나의 삶을 온전히 주님께 맡기고 살아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신앙의 깊이를 떠나서 어떤 일이든 내 몫으로 주어진 일이라면 열심히 확실히 하는 체질이라서 이번 일도 어쩔 수 없이 하다 보니 오히려 교회 일에 늘 뒷전에 있던 내가 은혜를 받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일본교회 역시 이제까진 그저 그럭저럭 예배만 드리던 사람들이, 한국교회를 맞이하기 위하여 3개월 전부터 공연 연습을 하고, 선물을 직접 만들고, 홈스테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좋아했다. 이런 게 바로 제대로 된 전도가 아닐까?

우리 모두는 누가 나에게 해주기를 바란다. 특히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든 만큼 대접받길 원한다. 덜 움직이고, 덜 피곤하고, 덜 신경 쓰고 좋다.....하지만 나는 그런 게 부담스럽다. 대접받는 것 보다 오히려 힘든 "섬김"이 마음 편하고, 상쾌하다. 

“만원의 행복”이란 프로그램이 있던데 10만원으로는 10배의 행복을 살 수 있겠는가?
100만원으로는 어떤 종류의 행복을, 어느 정도 살 수 있으며 트렁크 가득 행복을 넘치도록 담을 수 있을라나?

지금은 행복을 스스로 만들고, 내가 가진 것에서,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만남을 통하여 공통분모를 찾고,
만남을 통하여 분자와 분모가 가까워지도록 만들어 가는 노력
그것이 바로 "섬김"과 "참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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