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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남길 것인가?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5. 12. 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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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상가에 조문을 다녀왔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생의 기한이 있기에, 
길든 짧든 한 생을 살고, 때가 되어, 다시 내가 온 곳, 無로 돌아가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그분과는 지척에 있으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하다가, 부음이 경황 중에 달려가 만나게 했고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60을 넘기면, 生과 死, 有와 無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고, 높이가 다른 시선과, 보다 깊은 철학적 思惟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습니다.     

삶의 길에 그려진 노란 화살표
당신은 삶의 목적지를 가리키는 그 화살표 방향으로 잘 따라가고 있습니까?   
가되, 나를 돌아보고, 나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쉬지 않고 나아가야 합니다. 
거창하지 않게, 그러나 막연하지 않게 산티아고 길을 걷듯이 걷다보면, 마침내 콤포스텔라에 도착하게 될 것입니다. 

명문대 졸업과 석.박사 학위를 다 가지고서도 은퇴 후 또 방통대, 사이버대학에서 문학공부를 하는 그분에게, 진액을 짜내며 수십년 간  써둔 글들을 모아 책을 내 보라고 권했습니다. 
죽은 후 차가운 비석위에 生과 卒을 적은 묘비 대신, 비록 나의 육신의 흔적은 없지만 나의 삶과 생각을 적은 따뜻한 책 한권으로 무덤을 대신하라고 권했습니다. 

무덤과 차가운 비석은 사람을 멀리 하지만, 책은 사람 곁에 머물 수 있습니다. 
내가 못다한 이야기, 가슴속 이야기,
나는, 아버지는 한 생을 이렇게 살았고, 이런 생각으로 살았다’고 전해줄 수 있을 겁니다.     

시인이라고 하기에는, 시집을 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하였지만,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 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이 걸어간 길을 참고해서 나의 갈 길의 방향을 잡았듯이, 
또한, 내가 걸어간 길에서 만난 돌부리와 급류들, 꽃들, 새들, 별들과 사랑들도
가지 않은 길을 가려는 다른 사람에게 또 하나 인생의 화살표가 되어 줄 수 있겠지요.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도, 하늘이 영감을 주고, 나의 감각과 언어로 다듬은 세상이야기로
산티아고 길에 화살표 하나 걸어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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