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은
기도의 시간, 시인의 계절이다.
길가 은행나무 가로수 아랜 콩고물 뿌려 놓은듯 노란 은행잎이 자북이 쌓이고
믹스커피 한잔을 들고 바라보는 양지쪽에는 따스한 햇살이 소복이 쌓였다.
문득,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시가 생각난다.
'떨어져 죽은 참새의 시체위에 초추의 양광이 힘없이 내리쬘 때 그것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한켠, 등 뒤 바람골에선 상록수 잎이 또 어지럽게 흔들리고, 어디선가 떨어진 잎들은 포도위를 질주한다.
나는 바람길 창문을 닫았지만, 밖엔 여전히 바람이 불고
나는 전기난로의 따스함에 온기를 느끼지만, 추운 겨울을 견디는 사람도 있다.
지옥에서는 커피콩을 볶을 수만 있고, 커피를 맛보지는 못한다고 한다.
은행잎 노랗게 지는 창밖을 바라보며 믹스커피 한잔 할수 있는 나는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다 갖추진것 같으면서도 뭔가 부족하고,흔들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가끔씩 흔들리는 초로의 중년은 이때 쯤 시집을 꺼낸다.
며칠 전 출간되었다는 아마추어 여류시인의 시집 '2025 봄과 가을'
자신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바라본 삶의 이야기를 작은 시집으로 엮어 단 60권만 출간해 선물해준 책이다.
시를 쓰고 싶었던 작가는, 봄에서 가을까지, 계절을, 사랑을, 그리움을, 인생을, 감사를 노래했다.
청천벽력 같은 암을 진단받고는 집중치료실에서 죽음을 체험했고, 삶의 여정에서 비바람도 맞고, 표류도 했지만
그녀의 시詩는 ‘솔’을 으뜸음으로 하는 G단조의 애절함을, 밝고 명랑한 G장조로 노래했다.
포장하지 않고, 비틀지 않아 자연을 닮았고, 맑은 햇볕에 잘 말린 빨래처럼 뽀송하다
맞춤법이 틀려도, 표현이 어색해도, 세월의 향기가 묻은 묵은 언어에선, 소녀의 감성과 아카시아 향기가 난다.
어떤 시詩가 좋은 시詩 인가?
어느 시인은 자연이 하는 말을 그냥 받아 적었다고 하고, 어떤 시인은 몇 년을 달여 진액을 짜낸 작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그렇다면 좋은 시詩의 기준이 있는가?
어떤 것만이 좋은 시가 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좋은 시가 아닌 것은 아니다.
네루다는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다'라고 했다.
시를 통해 언어의 연금술을 맛보는 것도 좋지만, 자기만의 시어詩語로 다른 사람의 가슴까지 전달되는 시가 좋은 시다.
나의 체온 36.5도,
뜨겁지도 차지도 않게 다가와 나의 체온과 하나가 되는 36.5도의 시詩, 나의 이야기 같은 시가 나는 좋다.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중년의 마음은, 보통사람의 시를 통해 또 하나 삶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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