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루틴처럼 매일 외국어 공부를 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사실 나이가 들어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잘 외워지지 않는다. 하나를 외우면 하나를 까먹고, 솔직히 20번을 외워도 머리에 남는 건 거의 없다.
그래도 혼자 해외여행을 가려면 외국어가 필요하기도 하고, 교회에서 아프리카, 네팔, 스리랑카 유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 영어로 설명을 곁들여야 하는 경우도 많아, 영어를 더 잘해야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목적,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요즘은 승용차 대신 지하철로 출근하면서 외국어공부를 한다. 지하철 출퇴근 2시간은 유튜브로 외국어 공부하기에도 딱 좋다. 나이가 들어 비록 기억력은 떨어진다 할지라도 콩나물 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은 다 빠져나가지만 콩나물은 자라듯이 외국어도 매일 듣고 말하면 입도 조금씩 열리게 되는 것을 느낀다.
나는 교회 다문화사역을 하면서 몇 년 째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거기에는 외국인 근로자, 결혼 이주여성, 외국인유학생들이 있는데 각각 학습속도가 다르다.
이전에 있었던 캄보디아 근로자들은 한글 습득속도가 늦었다. 공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적고, 일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자기나라 말로만 대화하다보니 한국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E-9비자로 입국에 한국에 체류 가능한 기간이 4년 10개월(기본3년 + 사업주 재고용 시 추가 1년10개월)이고, 이 기간이 끝나면 일단 귀국해야한다. 이후 성실근로자로 인정되어 재입국이 허가되면 다시 4년 10개월 동안 체류할 수 있다. 1차 2차 합해 최대 9년 8개월 끼지 체류후에는 무조건 출국해야 하고, 더 이상 E-9비자로는 재입국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의 필요성이 유학생이나 결혼이주여성보다 덜 하기 때문에 한국에 학습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유학생들의 한국어 습득 속도가 빠르다. 우선 젊어서 기억력이 좋다. 매일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과제를 하고,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고, 동아리 활동 등을 하다 보니 한국어를 접할 시간이 많아져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빨리 익히게 된다. .
요즘 모든 대학들마다 외국인학생이 넘쳐난다. 한국의 출산율이 떨어져 대학생 수는 줄어든 반면 한류(k-컬쳐)의 영향으로 한국에 유학을 오는 학생들은 늘어났다. 대학 역시 재정난을 해소하기 적극적으로 외국유학생을 유치하다보니 2025년 9월 현재 외국인 유학생 수는 약 27만명이나 된다.
수도권 대학만 하더라도 유학생 비율이 평균 10% 정도 되고, 내국인 학생들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의 유학생비율은 평균 45%에 달한다. 특히 대학원의 경우 한국학생보다 외국학생들이 더 많은 곳도 많다. 강원도에 있는 A대학은 내국인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자 글로벌캠퍼스란 걸 만들었는데 학생의 99%가 네팔,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인 곳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저 소득국가, 비영어권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고, 같은 국가 출신 룸메이트와 모국어로만 대화하다보면 한국어 습득속도는 더 늦어진다.
나는 늘 강조한다.'성공적인 한국유학생활을 하려면 한국어를 잘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일 내가 미국에 유학을 갔다 왔는데 영어를 못한다면 그게 말이 되느냐', '네팔이라 스리랑카, 몽골등에서는 한국에 취업목적과 한류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 여러분이 이곳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다양한 길이 많이 열린다. 열심히 공부해라, 석박사 까지 마치면 고국에 돌아가 교수도 할 수 있다'고 늘 다그치고, 동기부여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국어를 잘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어를 못하면 학위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어를 빨리 배우는 외국인은 결혼이주민(특히 여성)이다. 한국인과 결혼하여 생활하다보니 남편, 혹은 시댁 식구들과 한국어로만 의사소통해야 되고, 한국어를 못하면 시장을 본다든지, 아르바이트 같은 것도 못하게 되니 부득이 생존을 위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각 지역의 다문화센터 등에서 한글교육, 사회통합교육도 실시하고 있어 한국어습득할 시간이나 기회가 다양하다. 한마디로 생활 한국어, 서바이벌 코리언, 생존 한국어다.
하지만, 외국인근로자, 유학생, 결혼이주여성 모두 하기 나름이다 같은 시기에 한국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한국어를 빨리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하고,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고, 배운 것을 부끄러움 없이 즉시 써 먹는 사람들은 한국어가 실력이 빨리 늘고, 노력하지 않고 자기나라 사람들 끼리만 어울려 지내는 소극적인 사람은 한국어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다. .
나도 다문화를 전공했지만, 한국어교원 자격증은 없다. 하지만 교회에서 수년째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를 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 늘 고민한다.
내가 외국어를 배우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더라 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머리에 오래 남는 한글 학습방법을 사용하고 싶어서다.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어교육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있어야하지만, 무엇보다 가르치는 요령,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학습방법이 중요하다. ‘바람풍’을 ‘바담풍’이라 가르쳐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는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배우는 사람보다 더 공부해야 한다.
서점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재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회화중심 책들이 대부분이고, 나는 보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기초부분을 통과할 때 까지는 내 나름대로의 학습페이퍼를 만들어서 가르치려고 한다.
동사, 형용사의 기본형, 현재, 과거, 미래형, 명령, 제안형 등 가장 회화에서 많이 쓰는 형태를 먼저 가르치고, 자음접변, 말음법칙, 구개음화 등의 문법은 어느 정도 기초가 된 다음단계에 진행할 예정이다.

내 나이 66세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별도 교안을 만드는 등의 머리 아픈 것은 안 해도 되는데, 나는 꼭 이렇게 까지 하려고 한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어떻게 보면 타고난 팔자다.
하지만 그 ‘몰입’의 순간들에 나는 ‘나’의 정체성을 느끼게 된다.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몰입이고, 대단한 열정이다. 그리고 잘하는 것 같다.
힘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렇게 몰입하는 순간에는 힘들거나 스트레스 같은 건 느끼지 않고, 더 깊은 곳으로 탐험을 하는 느낌이다.
작년 이맘때 지인으로부터 사이버대학 입학 권유를 받았는데, 석사, 박사까지 한 사람이 또 무슨 사이버대학에 들어가 공부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거절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올해도 또 제안한다. ‘배워서 꼭 돈을 버는데 써먹으란 것이 아니고, 공부하면 자격증도 나오고 치매도 안 걸린다.’는 것이다.
한때, 은퇴 후, 일본에 가서 여행도 하며, 한국어도 가르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제2의 인생을 사는 방법으로 한번 생각해 본 정도였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때, 한국어교원자격증이 있으면 더 좋다. 만일 사이버대학에 입학한다면 한글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작년에 ‘이 나이에 무슨 다시 학부공부냐?’ 하면 포기했지만,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니까 ‘그럼 다시 학부에 들어가서 공부해봐?’ 하는 생각이 좀 들기는 한다.
아, 나의 이 열정을 어찌할 것인가?
또 고생을 사서 하려는 것인가?
네팔 유학생이 자기 아버지는 올해 42세, 또 한사람은 50세라면서 나는 할아버지 나이라 한다.
‘사람은 배우는 동안에는 성장하고, 성장하는 동안에는 늙지 않는다’고 나는 늘 말한다.
할아버지 되는 나이에, 학생들을 기숙사에서 픽업하고, 교재를 만들고, 가르치고, 같이 점심 먹고, 태워다주고....
이러는 동안에 나는 늙지 않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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