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찍 여름을 떠나보내려는지,
열어둔 창을 통해 들려오는 굵은 빗소리가 귀에 자그럽다.
사색의 소리, 차분한 침묵의 소리다.
이 빗소리에 머리는 맑아지고, 생각은 깊은 우물 속 두레박을 내리듯 더 깊어진다.
1주일간의 여름휴가가 끝났다.
푹 쉬어야할 휴가인데 덥고 바쁘다 보니 거기 쉼도 없었고,
무언가 말해야 하고, 들어야하고, 먹어야 하고, 좀비처럼 움직여야 했으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한 휴가였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그것도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했으니 휴가가 숙제처럼 된 것이고,
돌아보면, 내가 남을 챙기는 것도, 누가 나를 챙겨주는 것도 다 내가 만든 소음이었다.
휴가가 끝나자 부산함도 가라앉았다.
안가도 되고, 안 해도 되고, 무엇보다 사람의 소음이 사라지니 귀가 편하다.
한여름에 듣는 굵은 빗소리 ... 내가 세상에 오기 전에들었던 침묵의 소리, 생명을 깨우는 소리, 거슬리지 않는 자연의 소리다.
그래서 빗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멍하니 비를 바라본다.
침묵하는 순간 사색은 시작된다.
침묵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화를 하려는 적극적 선택이다.
자신과 대화하고,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다.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다.
그때 나의 내면은 자라고 단단해진다.
내가 뱉은 많은 말들과 내가 들은 많은 말들 중에서 소음이지 않은 것은 얼마였던가.
극히 사적인 이야기, 자기 자랑, 똑같은 말 ....아직도 귓전을 왱왱거리는 소음이다.
고요함 속에서 느끼는 것은, 그 소음은 알맹이 없는 껍데기라는 것.
그래, 그게 소음이었다면, 나부터 소음을 줄여야겠다.
말을 줄이고, 그냥 찬찬히 오래 바라보자.

침묵은 응시하게 한다.
시선이 오래 머물면 생각이 깊어지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다.
뚫어지게 바라보면, 현상너머의 본질까지 보인다.
침묵이 생각을 낳고, 눈을 맑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묵은 관조요 통찰이다.
침묵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위험으로부터 나를 지켜준다.
말없는 사람은 적이 없고, 모든 화근은 혀로부터 온다.
내가 말을 하지 않으면 나는 숨겨지고, 말을 하는 상대는 드러난다.
SNS에 글을 잘못 올리거나 잘못된 말이 뱉어지면, 그때부터의 부끄러움과 후회는 자신의 몫이다.
잘난 척 나무위에 올라간 원숭이의 엉덩이가 훤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침묵에는 질서가 있다. 가만히 놔두어도 저절로 자리 잡는 것이 자연의 질서요 순리다.
질서는 세우려는 인간의 소리, 질서가 깨어지는 소리는 소음이다.
자연의 질서는 시끄럽지 않다.
귀가 편하다는 것, 눈이 편하다는 것.
이제야 깨닫는다.
내면의 고요함은 침묵에서 오고, 나를 드러내려 하면 소란스럽다.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고, 그 답 역시 나에게 있다.
침묵이 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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