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탓인지 자존심인지 요즘은 은퇴라는 문제를 자주, 깊이 생각하게 된다.
누가 회사를 그만두라는 것도 아니고 일이 힘든 것도 아니지만, 60중반이면 은퇴의 시기에 이른 것은 맞다.
조직에는 그 직급에 맞는 역할이 있다. 아직 열정도 있고 능력도 있지만 그 일을 아래 사람들이 대신하고, 자신의 존재감이 떨어지면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된다.
물론, 한때는 펄펄 날았고, 젊은 시절 죽도록 일한 결과로 지금의 위치가 있는 만큼, 실무보다는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이런 여유가 낯설고, '내가 밥값을 하고 있나?'에 까지 생각이 미치면, ‘자발적 퇴직’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사람은 때와 위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일을 해야 할 때가 있고 쉬어야 할 때가 있다.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가 있고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 ‘때’라는 것은 가장 적절한 시기와 타이밍이고, 시기를 놓친 후의' 때'는 의미없는 시간이 된다.
제철음식이 그렇듯 달래 냉이는 이른 봄에, 전어는 가을에 먹어야 맛도 영양도 좋고, 세상 모든 일에도 알맞은 때가 있다.
위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다.
우리 모두는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젊은이는 젊은이 대로, 늙은이는 늙은이 대로 꿈이 있다.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꿈, 은퇴 후에는 여유롭게 전원생활을 하는 꿈, 온 세계를 여행하고 싶은 꿈......
그 꿈을 실천하며 목표에 다가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유로 꿈을 실현시키지 못한채 인생이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멋진 꿈도 좋지만, 은퇴 후의 삶은 현실이다. 돈과 건강과 일이 그것이다.
평생을 열심히 일했으니 '은퇴 후엔 실컷 놀아야지' 라고 하지만, 막상 은퇴를 하고나면 뭘하고 놀아야 할지를 모르고, 노는데도 돈이 든다. 해외여행도 은퇴 후 처음 한 두 번이지 수입이 끊긴 상태에서 계속하기엔 부담이 크고, 몇 번 다니다보면 설렘도 떨어져 다시 일상에서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나 재취업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수입의 많고 적음을 떠나 삶의 의미와 건강을 위한 재취업이라면 좋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부득이 낮은 단계로라도 재취업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노후의 삶은 더 힘들어진다.
은퇴 후 하루의 긴 시간을 보내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면 무언가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일'이란, 경제적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있겠지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시켜 주고, 자아를 실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은퇴 후의 '일'에는 취업뿐만 아니라 취미나 봉사 등 사회활동도 포함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능력도 있는데 할 일이 없고, 더구나 같이 어울릴 사람마저 없으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심심해 죽는다. 젊었을 때는 먹고 살기위해 목숨바쳐 일하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 고갈되어 버리는 번아웃(burn-out)이 되고, 은퇴후엔 심심해서 죽는 보어아웃(bore-out)이 된다.
그래서 은퇴 후 적당한 사회활동은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할 일이 있으니 무료하지 않고, 거울이라도 한번 더 보게 되니 젊게 살 수 있고, 적지만 수입이라도 생기면 마음의 여유가 더 생긴다.
어느날 걷지도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있어야 하고, 나의 벗은 몸을 남에게 맡겨야 하는 상태가 되면 그건 더 이상 삶이 아니다. 삶은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을 때 까지만이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안정된 노후와 삶의 의미, 건강을 위해서라도 ‘평생현역’이 되어야 한다고들 조언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었으면 그 돈은 나를 위해서 (아.낌.없.이, 후.회.없.이) 써야한다.
재산도 내가 쓰면 재산이고, 쓰지 않으면 유산이다.
가족간의 삶 역시 서로를 간섭해서는 안된다. 나에게는 나의 삶이 있고 아내는 아내의 삶, 자식들에게는 자식들의 삶이 있다.
약간의 조언은 하겠지만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면 되는 것이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이전보다 역할이 줄어들다보니 심적으로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무능한 것은 아니다. 다행히 자식들도 다 결혼시켰고, 세끼 밥은 먹고 사니 큰 걱정도 없다.
주변에서는 할 수 있을 때 까지 무조건 오래 버티라고 하지만, 지금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도 , 직장생활을 오래 하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를 놓치면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퇴직을 권유당한다면 감사하게 받아들이겠는데, 그것도 아닌데 자발적 퇴직을 할 필요까지 있느냐를 두고는 많이 망설여진다. 우선 이 안정적 상황을 놓치는 것이 아깝고, 막상 은퇴를 하고나면 그 많은 시간을 뭘 하며 살아야 할지, 또 내 생각대로 잘 되어 질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을 때 ~~해 볼 껄 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곰곰히 생각해 보자.
인생이 한번 뿐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자라고, 공부하고, 성년이 되어 직장생활하고, 결혼해서 자식 낳고, 나이가 들면 직장에서 은퇴하고, 노후생활을 보내다 마지막엔 다 죽는다. 세상에 이것 만큼 확정적이고 공평한 것은 없다.
잘 났든 못 났든, 나이가 들면 결국 모두 늙고, 병들고, 죽은 후엔 무(無)로 돌아간다.
그러면 남는 것은 뭔가?
이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알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는 더 분명해진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그래서 남에게 종속된 삶이 아니라, 나는 나의 삶을 살아야 내 인생을 사는 것이다.
직장에서 오래 버티고 가늘고 길게 사는 것도 방법의 하나이지만, (어느 정도 노후준비가 되어 있다면)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이젠 그런 고민들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입장정리는 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일단 현실에 충실하자.
직장을 그만둘까 말까? 하는 고민도 하지말고 상황에 따라 그때 결정하면 된다.
은퇴 후에 일을 계속할까? 아니면 놀까?
결정 : 은퇴 후엔 일하지 말고 놀자.
난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할 수있는 일도 많다.... 단, 놀되 생산적인 활동을 하자.
직장이라는 건 늘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고 질서에 구애받는다.
더구나 일에, 돈에 욕심 부리면 거기 또 얽매이게 되고, 결국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될 것은 뻔하다.
대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지금, 매일, 매주, 매달, 매년 실천에 옮기자.
실제 은퇴를 한 후엔, 보헤미안처럼 자유롭게, 거슬림이 없는 바람처럼 가볍게 나의 길을 떠나자.
하고 싶은 것은 하고, 가고 싶은 곳은 가고, 보고 싶은 것은 보고, 먹고 싶은 것은 먹고 느끼자.
그 길 위에서 마주할 늙음도, 운명도 다 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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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한 초등학생이 권투선수 마이클타이슨에게 물었다
"이렇게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으신 후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어떤 업적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난 업적이란 말을 믿지 않아, 그건 그냥 자존심의 다른 단어라고 생각해. 그냥 사람들이 붙잡고 사는 말일 뿐이야 . 난 그냥 스쳐가는 존재일 뿐이고, 언젠간 죽을거고 그럼 모든게 끝이야. 내가 죽고나서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고 위대하다고 해 줬으면 좋겠다고? 우린 그냥 죽는거야 먼지일 뿐이야.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지. 우리의 업적 같은 것은 의미없어 .."
초등학생은 뇌 정지가 온 듯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끝난다.
무식하고 망나니 같은 마이클 타이슨도 삶에 대한 분명한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맞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후회하는 것도 자신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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