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 게 뭔데 ...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이루려하고, 더 쌓아두려 한다.
욕심은 끝이 없고 그걸 이루려다보니 마음은 늘 조급하고 불안하다.
나 역시 세끼 밥 먹을 정도는 되고, 나름 배웠고, 개똥철학이든 뭐든 인생철학도 정립되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감도 있는데 왜 2% 부족함을 느낄까?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더 완벽하게 해소하고자 하는 ‘안전의 욕구’ 일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욕심’이다.
나도 젊은 시절엔 목숨 바쳐 일했다. 나 자신과 가정보다 회사가 우선이었다.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로 공황장애까지 앓으면서도 탈출과 변화를 생각해 보지 못했고, 자유를 그리워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 편법과 요령을 피우며 인생을 비겁하게 살고 싶지 않았고,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멘토mento 도 없었다.
물론, 그 결과로 지금이 있지만, 분명 자신에 대한 학대였고, ‘완벽에의 충동’은 스스로 만든 '희망고문'이었다. 거기다 끝없이 이어진 학업과 각종 사회활동에서의 역할과 책임 역시 구속이었다.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그래야 삶을 제대로 사는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나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가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인생을 숙제처럼 살았던 것일까?
김형석 교수는 100세를 살고 보니 인생을 알 것 같다고 했는데, 나는 60여년만 살아 봤는데도 인생을 알 것 같다.
‘인생 진짜 별 것 없다.’ 100% 완벽한 삶이란 없고, 살아 보면 다 그게 그거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시행착오가 있고 희로애락이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하기도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다.
‘질량불변의 법칙’, 결과적으로 보면 인생은 항상 본전이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은 생로병사,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무(無)로 돌아간다.
그렇다.
이만하면 됐는데도 조급해하고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나이’탓이고 ‘욕심’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역할도 줄어들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 나이면 지금 직장을 그만둬도 아쉬울 것이 없는데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결국 돈에 대한 욕심이고, '나의 삶을 살고 싶다’ 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은퇴 후에 여행가로의 삶을 꿈꾼다. 한번 뿐인 인생,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월급쟁이가 긴 휴가를 낼 수 없어 멀리는 못 떠나지만, 가끔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은퇴 후 더 많은 곳에, 더 오래 다니려면 돈과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하지만, 돈을 더 모으려다 보니 직장은 더 다녀야하고, 시간이 있으려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마음 같아선 앞으로 2~3년만 더 직장을 다닌 후 자발적 은퇴를 하면 두 가지 다 충족될 것도 같은데, 하지만, 그땐 또 돈에 욕심을 부릴지, 지금과 같은 열정과 건강이 유지되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는 하루하루 늙어가고, 오늘이 남은 인생에서 제일 젊은 날이다.
심장이 떨릴 때 떠나야지, 다리가 떨리면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내 속엔 그리스인 조르바의 기질이, 이방인 뫼르소의 기질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질이, 아나운서 손미나의 기질도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했으니, 나는 충분히 떠날 자격이 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지금하지 않으면, 가족과 멀어지면, 건강을 잃게 되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후회로 남는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내 인생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필요한 것은 용기다.
가슴을 두드리는 '먼 북소리'를 듣고 37세에 3년간 유럽여행을 떠난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잘나가던 아나운서 직을 그만두고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난 손미나처럼, 나의 삶을 살고, 인생의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익숙하고 안전한 것으로 부터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은 없다. 나 역시 부끄러움이 많지만 그런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인생을 너무 숙제처럼 생각해 의무와 책임감에 치이다 보니 정작 누려야할 삶의 즐거움을 놓쳐버렸다. 이제부터 스스로를 닦달하지 않고, 나 자신을 챙기며 그냥 재미나게 살려고 한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저자 김혜남이, 삶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파킨슨병을 앓으며 깨닫고는 우리에게 간절히 호소하는 것 같다.
"제발 후회 없는 인생을 사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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