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차 수리를 맡겼는데 3시간 이상 걸린다기에 운동 삼아 좀 걷기로 했다.
이 골목 저 골목, 시내길, 둑길 아무데나 걷다가 양산타워까지 와 버려서 전망대에 올랐다.
늘 봐 왔고 무료임에도 올라와 보긴 처음이다.
전망대 꼭대기에서 바라보니 동서남북 양산시내와 금정산, 낙동강 하구언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거침없는 시선에 막힌 가슴까지 뻥 뚫린다.
전망대 아래 5층에는 북 카페가 있었다.
외벽이 유리로 되어 확 트인 전망에 멋진 인테리어. 나무 독서대의 차분함과 따뜻한 커피 한잔.
대한민국에 이런 멋진 북 카페가 어디에 또 있을까?
“왜 여길 몰랐지?”
그리 무겁지 않을 것 같은 책 한권을 뽑아들고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 꺼내들고 보니 류시화 작가의 책이다.
오래전에도, 며칠 전에도 읽은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인생수업》, 《산에는 꽃이 피네》 의 저자다.
30분 정도 밖에 여유가 없어 다 읽을 수는 없고, 우선 관심 가는 챕터를 펼쳐본다.
‘내일은 내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탐스러운 무화과가 잔뜩 열린 무화과나무 가지에서 굶어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지마다 달린 무화과 모두가 탐스러워 어떤 것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사이, 무화과가 검게 변하고 다 땅에 떨어져버린 것이다
젊었을 때는 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그 모든 걸 다 선택할 수는 없고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를 포기해야 한다. 선택은 곧 포기다.
‘우리가 생각에 붙들려 있을 때에도 삶은 흘러간다. 삶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으며, 그러다 삶을 놓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언어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언어란 자신의 목소리다. 자신의 목소리란 자신의 삶이다..... 글을 쓰는 것은 계속되는 여행이다.’
잠시 뒤적인 책속에서 발견한 문장들이 아름답다. 훅 가슴으로 다가온다.
“와~ 이 책 좋은데? ...”
책 표지와 해당페이지 사진을 찍어두곤 북 카페를 나선다.
책을 주문한다.
벌써 설렌다. 이 책에 얼마나 좋은 글들이 많을까? 그 글들을 빨리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이 도착했다. 책속에서 보았던 책, 무라카미 하루키를 3년간 유럽여행을 떠나게 한 《먼 북소리》도 함께..
새 책을 만난다는 건, 연인과의 첫 데이트처럼 설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책과의 데이트 전 (경건한 마음으로) 책갈피와 샤프를 먼저 준비한다.
밑줄을 긋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로 남겨두기 위해서다.
예상대로다. 거기 아름다운 문장과 가슴에 새길 지혜가 한 가득이다.
책의 내용이 좋으면 한꺼번에 다 읽기가 아깝다. 다 읽어버리면 이만한 좋은 책을 못 만날것 같아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좋을 책은 아껴가며 매일 매일 조금씩 읽어야한다. 그렇게 곱씹어야 그 안의 영양분이 몸에 찬찬히 흡수될 수 있다.
살다보면 우연찮게 좋은 인연을 만나듯, 우연찮게 좋은 책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 땐 참 감사하다.
좋은 작가가 좋은 글을 써 줘서 감사하고, 그 책속에서 지혜를 만날 수 있어서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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