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는 어른들이 읽는 동화다.
굳이 해석을 달지 않아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 촉촉이 스며든다.
“♪♬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
가수 김만준이 부른 노래 ‘모모’다
고3 감수성 많은 시절에,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방랑자, 외로운 그림자, 환상가, 생을 좇아가는 시계바늘’ ...
이런 단어들이 나를 사로잡혔고, 그것들이 나와 닮았다고 느껴 많이도 불렀다.
《모모》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거기에 미하엘 엔데의 독특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사고가 어우러져,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인지 너무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모두가, 모모를 읽으면 지금 나의 모습은 아닌가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핵심 주제는 ‘시간’이다.
우리는 시간을 투자해서 돈을 벌고, 시간이 있어서 책을 읽고 여행을 가고, 시간 계획에 따라 실천하고 목표에 다가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계절도 변하고, 우리도 늙어간다.
우리는 '지금의 시간'에만 존재하고 있고, '한정된 시간'을 살다 간다.
‘아직은 아니라고,...' 나이를 부정해 보지만 거울을 보거나, 가을 하얀 억새밭을 걸으면, 어느새 비춰지는 내 모습에서 ‘시간'이란 것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죽는 순간, 우리의 시간도 멈추고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다스려야 하고,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어가야 할까?
시간이란 것은 양면성을 가진다.
시간은 모든 것을 창조하지만, 한편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해야 한다.
아름다운 선율 뒤에 감춰진 발레리나의 뒤틀린 발가락은 땀과 시간의 흔적이다
농부가 흘린 땀과 수고들은 시간이 지나면 열매가 된다.
마음을 다치게 한 아픈 상처와 기억들, 분노와 갈등, 애타는 그리움까지도 세월이 지나면 무뎌지고, 잊어지고, 치유된다.
시간이 지나고보면 이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느낀다.
세월이 약인 것이다.
한편, 시간은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고, 무너지고, 사라진다.
견고한 성도,
애써 쌓아올린 부와 권력과 명예와 지식도,
여인의 아름다움도, 청년의 젊음도,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
시간을 이기는 것은 아무도 없다.
만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리석 조각처럼) 죽은 것이다.
그래서 담백한 마음으로 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행히도,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부자든 가난하든, 배웠든 못 배웠든, 권력이 있든 없든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재벌이라고 해서,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하루에 30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시간은 어떤 것으로도 늘릴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각자에게 주어진 그 시간만을 살다가 가야하고, 우리가 살아있는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시간”뿐이다.
과거는 지나가서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올지 안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가 중요하고,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모모에 나오는 사람들 모두가 바쁘다고 한다.
그들은 무언가를 이루고, 무언가를 손에 쥐기 위해 밥 먹는 시간마저 아끼고, 아낀 시간을 거기에 쏟아 붓는다.
자식들과 놀아줄 시간도, 부모님 뵐 시간도, 여가를 즐길 시간도, 하물며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 없다.
모든것이 빨리빨리고, 숨 쉴 틈도 없다. (숨을 못쉬면 죽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들의 신경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안정을 잃어갔다.
시간을 아끼고 쪼개 썼지만 시간은 더 부족했고, 삶의 여유도 웃음도 재미도 사라졌다.
오늘 날도 마찬가지, 세상은 늘 우리를 부추긴다.
남들과 비교해 보라고,
좋은 대학에 가고,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차를 사고, 큰집에 살면 남들이 부러워한다고,
무언가를 이루고 무언가를 손에 쥐어야만 성공한 인생이라고,
그래야 삶이 편하고 행복해 진다고....
《모모》 에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과, 오늘 날 현대인들의 모습은 꼭 닮았다.
공부하느라, 자기개발하느라, 사업하느라 바쁘고,
오지랖이 넓어, 말 갈데 소 갈데 다 가야하니 더 바쁘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만하면 충분한데도 남들과 비교하고 욕망에 사로잡히면 괜히 자신이 작아 보이고 하는 일이 하찮아 보인다.
그래서 꿈을 이루기 위해(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한도전을 한다.
그러다 지치면 나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긍정의 힘과 1만 시간의 법칙까지 동원하며 자기최면을 걸고, 초인적 힘을 발휘하며 몸과 마음을 하얗게 불태운다.
물론 이렇게 노력해서 목표를 이루게 되면 성취감도 생기고 자신의 존재의 가치도 높아지고 좋다.
당연히 생활도 윤택해지고, 남에게 종속되지 않는 삶수 있으므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뭔가를 이루어야만, 손에 쥐어야만,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살 수 있어야만 성공하는 인생일까?
그렇게 해서 얻은 승진이, 권력이, 그래서 산 명품가방이, 좋은 차가, 넓은 집이 정말 자신을 더 자유하게 행복하게 만들어 줄까?
행복과 자유는 가진 것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많은 것을 가지면 관리하느라 시간도 없고,소송에 시달리고, 늘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단언코 그런 사람들의 삶은 대부분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적당히 가지고, 감사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더 자유롭고 행복지수도 더 높다.
안타까운 것는, 욕망을 이루기 윟한 과정의 고통들이 육체와 영혼을 파괴하고 있음에도, 정작 본인은 그걸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목구멍 까지 차오른 육체와 정신적 한계,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번 아웃(burn out)상태가 될 때 찾아오는 후회. 상실감, 우울증.
이렇게 죽을 때까지 ‘죽을 똥 살 똥’ 일하다가 진짜 죽어 버리면 우리에게 남는 건 뭘까?
아무리 이야기 해도 ...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깨닫지 못한다.
이미 회색신사의 꾐에 빠져 들었고, 스스로 욕망의 노예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모는 이런 물질만능주의 사회에 대한 경고를 날리고, 정말 행복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려 한 것이다.
성공이란게 뭔지...
많은 것을 얻고, 비싼 것을 소유하면 정말 삶이 윤택해지고 행복할까?
그래서 남들로 부터 부러움을 받으면 그것이 나한테 어떤 도움이 될까?
"그게 머시라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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