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는 중에 교회에서 긴급 문자가 온다.
“긴급광고 드립니다. OOO님이 피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계속 수혈을 받고 있는데 병원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피가 부족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 시간을 낼 수 있는 O형(+)의 혈액형인 분들은 가까운 헌혈 장소에 가셔서 헌혈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수혈자 등록번호 : 000000-0000
요청의료기관 : 00병원
.....
내가 아는 분이고, 내 혈액형이 O형(+)이다.
“어떻하지?”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을 당한다면 ?’....
순간 오만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지금 시간이 급하고, 이건 한 생명을 다투는 일이다.
그분에게는 헌혈해 줄 사람이 얼마나 간절할까?
'별일 없어야 할텐데 ....'
(내가 안해도 아무도 모르겠지만 ... )
이런 상황에서 내가 모른 척 발을 빼놓고는, 내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다른 사람의 사랑과 헌혈을 기대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다. 이건 정의가 아니다.
말로만 이웃사랑, 생명사랑, 시민정신, 정의를 이야기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움직이는 것이 사랑이고 정의다.
내 마음도 급해진다.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될 것 같다.
“내 나이도 있고 건강상태도 몰라 헌혈을 받아줄지 모르겠지만 .... 되겠지...”
인터넷에서 헌혈 장소를 검색하니 800m, 걸어서 가도 될 것 같다.
사무실 문을 나서며 내에게 전화한다.
“문자 봤지? 지금 헌혈하고 와야겠다”
“알아서 하세요, 그런데 헌혈할 필요가 없다고 다시 문자 왔던데요”
문자를 확인하니 '헌혈을 안해도 된다'는 문자다.
잘 됐다니 다행이고, 상황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아직 연세도 그렇게 많지 않은데 .... 별일 없으셔야 할 텐데 ...'
살다보면 우리가 입으로만 이야기 하던 시민정신, 사랑, 정의를 실천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머뭇거려서는 안 되는 '타이밍'이란 게 있다.
헌혈을 결정하고 문을 나서는 '그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생명을 살리는 순간
“진실의 순간”이다.
(우리는 누구나 가끔 이런 진실의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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