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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시모노세키 초밥여행 (5)

뚜벅뚜벅 인생여행 (자유 여행기)

by 유초선생 2024. 9. 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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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의 둘째 날이 밝았다. 
숙박객은 조식 무료제공이라 1층 레스토랑으로 간다.
갓 구운 빵과 스프, 샐러드, 계란, 우유 등으로 간단하지만 깔끔한 아침 식사를 하고 여유 있게 커피도 즐겼다. 

창 너머로 식당 안까지 벌써 아침햇살이 두껍게 밀려들어온다.  
체크아웃을 하고 시모노세키역으로 향한다. 
'웨스트워싱턴 호텔 good bye..... 가깝고 괜찮았어, 다음에 또 보자구...'

오늘은 고쿠라로 가서 고쿠라성, 탄가시장, 리버워크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전철을 타면 시모노세키 – 모지 –고쿠라로 2정거장이라 15~20분이면 갈 수 있고, 아직 아침이라 바로 고쿠라로 가면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다.
그래서 어제 시간에 쫓겨 포기했던 ‘쵸후(長府)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나중에 후회할까 봐...
쵸후마을은 에도시대 쵸후모리 가문이 다스리던 성하(성 아래) 마을로, 당시의 흙담과 전통가옥들이 많이 남아있어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마을이다.  

우선 큰 배낭은 시모노세키역 코인락커에 보관하고 가볍게 떠나기로 한다. 
작은 락커가 200엔, 큰 락커는 400엔이다.
락커는 터치패드형이 있고 열쇄형이 있는데, 아날로그인 나는 열쇄형에 보관하기로 한다. 
열쇄가 꽂힌 빈 락커을 열고, 배낭을 넣고 동전 400엔을 넣고 열쇄를 잠근다.
그리고 다시 잘 잠기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으니 어? 잠기지가 않는다.   
‘뭐야? 이런 ... ’ 일단 한번 문을 열어버리면 그것으로 끝나는 모양이다. 
슬쩍 화가 난다. 아무리 그렇지만 1초도 안되었는데 이건 너무하다. 
할 수 없이 다시 400엔을 넣고 보관할 수 밖에 ....

버스정류장, 각 버스의 노선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쵸후마을로 가는 버스는 몇번 버스가 가는지를 한 눈에 알수 있다.

한국은 1구간을 타나 20구간을 타나 기본요금만 내면 되지만,  일본은 타고 간 구간만큼 요금이 계산된다.   
그래서 일본의 버스 앞쪽에는 요금을 표시하는 전광판이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정류소가 20번 정류소라 하면, 15번 정류소에서 탄 승객은 400엔, 10번 450엔, 5번 500엔, 1번에서 탄 승객은 550엔 이런 식이다. 

그러므로 매 정류소에 도착할 때 마다 전광판에 요금이 다르게 표시된다.   
굳이 얼마냐고 물어보지 않아도 내가 탄 곳(정리권 번호)의 요금이 전광판에 뜨니 그대로 내면된다.   
따라서 시내버스지만 먼 거리를 가면 요금이 상당히 비싸다.  

외국에서 버스를 탈 때는 먼저 목적지에 가는지를 확인하고, 운전기사 뒤쪽에 앉아 내리는 곳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앞쪽 좌석엔 다른 사람이 먼저 앉아 나는 부득이 뒤쪽에 앉는다. 
어제 갔던 길 유메타워, 가라토시장, 아카마신궁, 간몬교를 다시 거쳐 쵸후마을로 향한다. 
간몬교를 지나 앞자리가 비자 운전기사 뒷자리로 이동한다. 
이제 시모노세키역 1층 버스정류장으로 내려가 쵸후마을로 가는 버스를 찾는다. 
여기가 버스 시종착지라 하차하는 곳이 있고, 승차하는 곳이 있는 모양이다. 
한국처럼 어디가는 버스 몇 번은 언제 도착한다는 디지털 도착정보가 있으면 좋을텐데 일본은 아직 그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다행히 안내판에는 버스운행노선을 선으로 연결해 두었는데, 6개 노선버스가 쵸후마을로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버스에 올라 먼저 정리권을 뽑는다. 여기는 시발정류소라 정리권 번호가 1번이다.

탈때 정리권을 뽑아야하고 내릴때 전광판에 적힌 요금을 내야한다.

거의 다 온것 같아 전광판에 써진 정리권 1번 승차요금 340엔을 미리 손에 준비한다.
쵸후마을에 도착 후 1번표를 보여주며  '340엔입니다" 하며 요금함에 돈을 넣자, 운전기사가 390엔이라 한다. 
어? 다시 전광판을 보니 390엔으로 바뀌어 있다. 앞 정류소에서 전광판을 보고 340엔을 준비했는데 한 정거장을 더 가면서 요금이 더 많아졌나보다. 
미안한 마음에 지갑을 열고 50엔을 더 넣고는 내렸다. 

에어콘이 나오는 버스 안에서는 몰랐는데 버스에서 내리자 바깥 날씨가 또 뜨겁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몇  걸음 걷다가.... '아차!' 버스에 모자를 두고 내렸다. 
뒷자리에 모자를 벗어 두고는 앞자리로 옮기면서 모자는 두고 몸만 간 것이다. 

뒤돌아 버스로 뛰어간다. 다행이 버스 문을 닫지 않았다. 
"스미마셍...(죄송합니다)!!"  
버스에 다시올라 뒷 자석에 가니 모자가 그대로 있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
미국 그랜드캐니언 갔을 때 샀던 모자라 내겐 소중한 것이다. 

이제 쵸후(長府)마을을 찾아 가야한다.
이곳에 대한 정보검색도 안했고, 길가에도 오가는 사람도 없어 물어 볼 수도 없다. 

잠시 후 저쪽에서 아가씨 한 분이 지나간다.  
멀리서 뛰어가 쵸후마을을 물으니 이쪽이라 한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그 길로 가는데, 이 아가씨도 계속 같이 간다.  
‘어? 워낙 친절한 일본인들이라 (나가사키에서 처럼)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시려나?.....’

나중에 보니 히로시마에서 왔는데 자기도 쵸후마을의 모리저택을 구글맵을 보고 찾아가는 중이었다.  
(난 아날로그라 지도만 볼줄 알았지 구글맵을 사용할 생각을 못했다)

성하마을(城下町) 쵸후(長府)는 에도시대 형성된 마을로 수십 채의 무사 저택들이 모여 있고, 성하(城下, 성 아래)를 쓰는 걸 보니 오사카나 고쿠라 같은 큰 성은 아니더라도 당시 시모노세키 지역을 다스렸던 영주 '모리'가 사는 저택의 아랫마을이란 뜻인 것 같다. 
모리저택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쵸후마을은 정물화처럼 깨끗하고 차분하다.
요란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쵸후마을 골목골목은 일본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고 감성이다.  

키 높은 담장에 둘러싸인 집들은 사무라이 무사들이 살았던 집 같은데 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석축도 성벽처럼 곡선미를 살려 쌓은 집도 있고, 기하학적으로 또는 자연석의 멋을 그대로 살려 올린 집도 있다. 
짧은 대화를 나누며 귀여운 아가씨를 무작정 따라가다 보니 모리저택에 도착했다. 
모리저택 입구는 마추픽추처럼 아귀를 잘 짜 맞춘 높은 석축위에 담장을 둘렀고 그 위엔 기와를 얹었다.
담장 안에는 뭉텅뭉텅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대문은 ‘ㄷ’골목 오르막 끝에 두었는데, 외부인을 침입을 막고 통제하기 좋았을 것 같다.

아래 입구 쪽의 높은 석축이 대문에 이르러서는 낮아지고, 담장에 칠한 하얀 띠도 대문으로 연결되어,
마치 투시도의 소실점처럼 시선은 자연히 대문으로 빨려 들어간다. 

성은 아닐지라도 깔끔하고 저택치고는 그 규모가 놀랍다. 

대문을 지나니 넓은 흙 마당과 큰 아름드리나무들이 세월의 무게를 대변하고,   
대문 안에는 또 하나의 담장이 있고 그 안이 모리저택이다.  
모리저택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고, 빗자루로 마당을 정리하던 관리인 같은 여자 분이 인사를 하고는 저택 건물입장료 210엔을 받는다.  

택 안은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방마다 미닫이문과 창문을 달아 건물 안에서 사방 정원을 다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합판을 붙인 높다란 천정, 기교를 부리지 않은 창호지를 바른 격자식 미닫이와 창살문, 다다미가 깔린 방, 방 가운데 놓인 검은색 좌식 탁자.
고즈넉하고 정갈한 분위기에 저절로 정숙해진다.

여기서는 차(茶)도 판다.
이런 분위기에서 차 한 잔 하면서 고즈넉한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맛차(抹茶.말차) 2잔을 시킨다.  
녹차가 찻잎을 우려낸 차라면, 말차는 차나무의 어린 싹이나 잎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차다. 

일본은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내는 더치페이 문화가 일반적이다. 
이 귀여운 아가씨도 자기 몫의 500엔을 내게 건네주는데, 내가 한국 남자인데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각자의 작은 쟁반위에 말차와 과자 1개를 담아 내 온다.  
검은색 찻잔 안에 담긴 연두색 말차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데, 하얀 종이위에 앙증맞게 올려진 과자 한 개가 공간과 분위기의 여백을 메꾸며 긴장을 풀어준다. 잘 정돈된 조화다.    
다도(茶道)는 모르지만 그래야 될 것 같아 찻잔 밑에 손을 대고 아껴 먹듯이 한 모금을 들이킨다. 
분위기와 어우러진 말차의 향이 깊다. 

아동 심리담당을 한다는 이 여행객도 휴가를 내서 이곳으로 여행을 왔고, 어제 나처럼 걸어서 간몬터널을 건넜다고 한다. 
나도 이번여행 때 들고 온 책이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이었다. 

미션일본어스쿨을 하며 아이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이야기, 지금 다문화 사역을 하며 외국인근로자나 국제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이야기 등을 나누고는 모리저택을 나온다. 

내려오는 골목길 역시 깔끔하다. 가을 햇볕에 잘 마른 빨래 같다.
주택가 좁은 골목에도 양쪽으로 배수로가 만들어 놓은 것이 특이하고, 마을을 흐르는 하천에서는 청둥오리가 평온하게 놀고 있다. 
조용하고 잘 정돈된 마을, 세상의 소음이라곤 없는 이곳에서 살면 걱정이 없고 머리도 맑아질 것 같다. 
작은 카페, 달마당(達磨當)이라는 고미술 가게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대로까지 왔다. 

기회 되면 한국에 한번 놀러오라는 인사를 전하고, 다시 돌아가 다른 골목골목도 걸어보고 싶었지만, 오늘 고쿠라로 넘어가야하기 때문에 시모노세키행 버스를 탄다. 
중간에 휠체어를 타신 승객이 타는 모양이다. 
운전기사가 버스 안에 보관 중이던 휠체어용 이동식 삼각 램프를 깔고 휠체어를 밀어 승차시키고는 다시 램프를 걷고 출발한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인데 놀랍다.
시내버스에도  이런 장비가 있고, 버스기사의 이런 직업정신과 서비스정신을 보면서 정말 우리도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옛날의 미풍양속이나 예절, 윤리, 도덕, 양보, 이해, 수긍, 협조 .... 를 순진하게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되었다. . 
세상 참 날카롭다. 과거엔 ‘서울 가면 코 베인다.’ 했는데, 지금은 산골이나 섬에 가도 코 베이는 세상이다. 
정의의 문제고 시민정신의 문제다. 모두가 이런 정신, 이런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이웃과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의 본성을 회복할 때 더 살기 좋은 세상, 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10:30분 시모노세키역에 내려 락커에서 배낭을 꺼내고는 고쿠라행 전철을 탄다. 
2코스, 280엔 싸다. 전철은 한국의 전철과 비슷하고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빈 자리가 있어 앉아간다. 

11:00 고쿠라 역에 내렸다. 
우선 역사규모도 크고, 화려하고, 사람들도 많다. 
기타큐슈 인구가 100만 명으,로 큐슈지역에서는 후쿠오카 다음으로 큰 도시이고, 고쿠라역 건물 내에 아뮤플라자 쇼핑센터, 스테이션 호텔 등도 있어 늘 사람으로 북적인다. 

역 홀에서는 하얀 교복을 입은 수십 명의 학생들이 자선행사를 하는지 기타도 치며 뭔가 접수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요즘 보기 드문 풍경이다.
일본 학생들은 아직까지 교복을 입고 있어 순수함이 느껴진다. 창의력은 모르겠지만 ...

고쿠라 역사 안

오늘도 먼저 숙소인 게스트하우스에 배낭을 맡기놓고 가볍게 여행할 계획이다.  
역 뒤쪽은 간몬해협 쪽이고 역 앞쪽은 시내 쪽이라 역 앞으로 나오니 바로 시내 한복판이다.  
역에서 뻗어나온 두갈래 모노레일 선로가 도로 위로 뻗어있다. 고쿠라역 2층 건물 안에서 뱉어내듯 모노레일이 툭 튀어 나오고 또 쭉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멋있다.
고쿠라는 만화영화 ‘은하철도999’의 작가인 마츠모토 레이지의 고향이다. 
그래서 고쿠라역에는 ‘은하철도999’와 관련된 사진도 많고, 주인공 메텔과 철이의 동상도 있다. 그걸 떠올려서 그런지 우주도시를 보는 느낌이다. 

다시 지도를 펴고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간다. 
오늘도 걷는 여행의 시작이다. 
전철로 1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라 시내구경도 할 겸 걸어간다. 

이쯤에서 왼쪽으로 돌면 게스트하우스 같은데 잘 보이지 않는다. 
건물 주차관리를 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저쪽이라 해서 가보니 아니었다.    
다시 지도를 펴고 한 골목 한 골목 체크해가며 골목안에 숨은 게스트하우스가 찾았다. 
큰 도로에서 세 블록 뒤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인데, 4층과 5층 일부를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안내실로 간다.   
복도식 건물인데 입구 쪽 2-3칸은 게스트하우스로 쓰고, 나머지는 간판을 보니 가벼운 주점인 스나쿠(스넥바)인 것 같다. 

바우처를 보여주고 숙박자 명단을 적은 후 사물함 키를 받아 5층으로 올라온다.
아침 청소중이라서 그런지, 요금이 싸서 그런지 좀 무뚝뚝하다. 
늘 일본을 칭찬해 왔는데 일본에 와서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예약할 때 다인실이 아니라 1인 독실로 예약했는데, 숙소에 들어가니 복도는 좁고 토끼장처럼 여러 개의 칸이 1층과 2층으로 질러져 있다.
각호의 출입구 문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내 방(공간)은 2층이라 나무계단으로 올라가보니 폭도 좁고 천정도 낮다. 
마치 사람을 보관하는 사물함 같다. 아뿔사...!!

다행히 복도에 에어컨과 공기를 순환시키는 선풍기가 있어 덥지는 않고, 공용사워실과 화장실은 깨끗해 침실을 제외하면  그럭저럭 하루밤은 때울 수 있을 것 같다.       
시모노세키 우즈하우스의 경우 공용거실과 주방도 있어 간단한 조리를 하거나, 휴게실에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이용객들과 교류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여긴 단지 잠자는 공간 하나 뿐이다. 

사실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해외여행도 많이 다니려면 늘 호텔만을 이용할 수는 없다. 버킷리스트인 산티아고 길을 걸을 때는 알베르게(여행객 숙소)도 이용해야 할 텐데 그런 경험을 쌓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경험해보고자 해서 예약을 한 것이다. 

물론 각자의 필요와 형편에 따라 숙소를 정하겠지만, 혼자 잠만 자고, 비용 등을 생각하면 이런 곳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개별 사물함에 배낭을 넣고 본격적인 고쿠라 여행을 시작한다.
벌써 12시가 다 되어 먼저 ‘탄가시장’으로 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시모노세키는 ‘카라토시장’, 고쿠라는 ‘탄가시장’이 유명하다고 하니 메뉴는 거기 가서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오늘 일정으로 탄가시장, 고쿠라성, 리버워크 등 시내 근교만 돌 것이기 때문에 오늘은 천천히 걸어서 움직여도 될 것 같다. 

여행은 걷는 것이다. 걸으면서 보고 느끼는 것이다. 

 

탄가시장 가는 길에서 저 멀리 고쿠라성이 보인다.  탄가시장에 도착했다.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탄가(旦過)시장이고, 오른쪽은 ‘우오마치 긴텐가이(魚町銀天街)’ 아케이드 상가다.   
탄가시장은 1910년대부터 개설된 재래시장으로, 시장골목 양옆으로 식재료를 파는 점포와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아 고쿠라 추천여행 코스로 많이 소개되는 곳이다. 

막상 탄가시장에 들어오니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문을 닫은 집이 많고 사람도 적다. 
시장이라 해도 200m도 안 되는 골목 양쪽으로 있는 가게가 전고, 점포들도 다 자그마해 동네시장 정도다. 인터넷엔 120개의 점포가 빼곡이 있는 ‘고쿠라의 부엌’이라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이곳에서 맛있는 걸 골라 먹으려 했는데,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시장 끝에 있는 소바집으로 들어간다. 
일본에 왔으니 본토 소바를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것 같다. 
5평 남짓한 가게인데 주방을 빼니 홀은 테이블 2개와 벽을 보고 4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다찌석이 전부다. 
시원한 냉소바를 시키고 싶었지만, 벽에 노란종이에 특별한 메뉴로 ‘오로시소바’라고 붙어있어 한번 먹어보기로 한다.
(이 무모한 도전정신을 어찌하리요)
주인이 “좀 매운데 괜찮겠느냐” 묻기에 와사비가 더 들어갔겠지 하고 오로시소바를 주문한다. 

소바가 나오는데 소바 위에 위에 얇게 썬 다랑어포가 올려져있고 주먹밥도 나온다. 아무것도 없는 맨 주먹밥은 그냥 먹으면 된단다. 
그런데 ... 한 젓가락을 입에 넣으니 아 ~ 좀 맵다. 약간 달큰하면서도 코가 쏘이고 뒷맛이 좀 따갑다. 
 생와사비를 강판에 갈아 넣은 소바인것 같은데 쏘는 통에 소바 맛인지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그냥 오리지널 소바를 시킬 걸 ...' 어쩌랴 .... 주먹밥으로 매움을 달랜다. 

벽에는 '반전반핵 예언 리얼하게' 라는 타이틀의 신문기사를 붙여 놨다 
이 신문의 주인공이 이 가게 남자 주인이고, 반전 반핵운동을 하는 가수 출신인 모양이다.
잘 생기고 스타일이 좀 개성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런 끼가 있는 사람이었나 보다. 
7,810엔 계산을 마치니 주인이 “맵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어쩌겠나 엄지와 검지를 조금 벌리며 “약~~간 매웠지만 맛있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다시 시장을 구경하며 나오는데 또 지도를 테이블 위에 두고 왔다. 
지도를 가지러 돌아가는데 여주인 분이 배달을 가면서 나를 발견하고는 다시 돌아가 지도를 건네준다.
고맙다. 쓰레기라고 버릴 수도 있었는데 보관해 두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면 이렇게 깜빡깜빡한다. 
시장을 나오면서 유일하게 10여명이 줄을 선 가게가 보였는데 ‘KOKURA堂’이라는 과일 빙수 가게인 것 같다. 

탄가시장을 나와 맞은 편 우오마치 아케이드 안으로 들어가 본다. 
깨끗한 아케이드 안은 길이도 길고, 다양한 점포, 식당, 술집들이 즐비하고 할인마트 돈키호테도 보인다. 

점심은 먹었으니 이제 관심은 저녁은 뭘 먹을까?  밤엔 어디서 한잔하지? 하며 둘러본다.  
‘보쿠노 미세’(우동, 소바점) 우동 하나에 300엔, 450엔, 550엔, 
카케 우동은 2.700원, 비싼 새우우동과 소바도 5,000원이 안되고,  
야키니꾸(불고기) 소고기 무한리필이 한국돈으로 25,000원 정도니 싸다. 
일단 여기도 찜해 둔다,
어제 시모노세키에서 한 잔 못한 아쉬움에 눈은 밥보다 자꾸 PUB이나 이자카야 술집을 찾는다

우오마치 아케이드

이곳은 저녁에 다시 오기로 하고 고쿠라성으로 향한다. 
도심을 흐르는 무라사키강 이쪽에서 바라보니 왼쪽으로 높은 건물이 기타큐슈 시청, 오른쪽으론 예술적 감각의 리버워크 쇼핑몰이 보이고, 그 가운데 푸른 숲속에 고쿠라성이 단정하게 앉아있다. 

그늘이 지는 무라사키강 맞은편에서 고쿠라 성을 바라보며 산책로를 걸어서 간다. 
바다로 향하는 맑고 잔잔한 강과 주변의 공원, 건물, 카페 등이 어우러진 풍경이 예쁘다.   
낮에는 반짝이는 햇살을, 저녁에는 강에 비치는 낙조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급할 것도 없고 강가 나무그늘에 앉아 목도 축이고 발에도 쉼을 준다.  자유다.
남들은 개고생이라 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이런 여행이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무라사키 강을 건너 리버워크 쪽이 고쿠라성과 고쿠라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리버워크에서 작은 해자(垓字)를 건너면 바로 높은 석물 도리이와 고쿠라성이 보인다. 도리이로 들어가면 야사카신사(八坂神社)다. 

다시 좀 더 큰 해자가 나오고, 해자 위 높은 석축위에 세워진 건물이 바로 고쿠라성 천수각이다. 
앞쪽의 작은 해자는 신사까지를 포함하는 1차 해자이고, 두 번째 해자는 고쿠라성을 방어하는 2차 해자인 것 같다. 

오사카성 천수각 보다 규모도 작고, 해자의 깊이도 얕지만 전체적인 조형미와 성의 위용은 늠름하고 요새다.  

도리이와 고쿠라성이 한 컷에 들어오는 이 지점이 포토존이다.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한 커트를 부탁하고 여행기록을 남겨둔다.   
성 입구 기념품을 파는 가게 앞에서는 이 더운 날씨에 무사갑옷을 입고 퍼포먼스도 하고 아이들과 사진도 찍어준다.
그리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와 연신 생수를 들이킨다.
이 더운 날씨에 이 친구 직업정신이 대단하다. 

위에 올라와 보니 해자밖에서 본 것과 달리 고쿠라성이 그다지 웅장하지는 않고, 성(城)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의 성(城)모습과 실제 성 모습도 다르다. 
1602년 축조된 고쿠라성은 1866년 고쿠라 가문과 조슈 가문간 전란으로 소실되었고, 1959년 재건축하면서 원래의 성 모습이 아니라 보다 매력적인 모습으로 바꾸어 재건축하였다고 한다. 
그래도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역사를 지키고 보존하는 길이 아닐까?



일본에서는 외침이 없는데도 성(城)축조 문화가 발달했다. 
제일 큰 성이 오사카성(41.5m)이고 그 다음이 나고야성(36.1m) - 시마바라성(33m) - 쿠마모토성(32.5m) - 히메지성(31.5m) - 고쿠라성(28.7m)으로 고쿠라성은 일본에서 6번째로 높은 성이다. 

일본의 막번체제는 중앙정부인 막부가 있고 지방정부인 번(藩)이 있는데, 번(藩)은 영주(다이묘)가 다스리던 영지다. 
1467년 천왕의 권위가 추락하고, 무로마치 막부의 8대 쇼군인 아시카가 후계자 선정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를 계기로 다이묘들 간의 전쟁이 심해지고, 지방의 호족들도 개나 소나 다이묘(영주)나 쇼군(군사령관)이 되겠다고 배신과 하극상을 벌이며 150년간 전쟁이 끊이지 않은 것이 센코구(전국)시대(1467~1615)다. 

이때 각지의 다이묘들이 자신의 영지를 방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성을 쌓기 시작했고, 전국에 걸쳐 3000여 채의 성이 건축된 성의 전성기였다.

성의 입구는 천수각과 붙은 회랑 쪽, 쪽문 같은 곳을 통해 들어가는 구조다.
천수각 입장료는 350엔이다.
2층으로 올라가니 먼저 호랑이 마스코트가 반기고 기념품점 직원이 같이 사진을 찍으라고 권한다.  
한 층을 더 올라가니 고쿠라성과 조카마치(城下마을)의 모습을 1,500여여개의 디오라마로 재현해 놓아 당시의 생활상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조선통신사 행렬도 디오라마로 재현되어 있다. 

4편에서도 시모노세키 조선통신사를 언급하였지만, 당시의 조선통신사는 한일 모두에게 대규모 국가적 외교행사였다. 그 당시에는 조선이 일본보다 문화나 예술이 뛰어났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은 이런 선진국?에서 온 조선통신사가 지나갈 때는 이 행렬을 보려고 먼길에서까지 달려왔고, 말을 타고 갓 쓴 선비로부터 글이라도 하나 받으면 보물처럼 간직했다고도 한다. 

조선통신사 행렬 디오라마

수많은 주민들이 보는 가운데 일본인들이 각종 악기로 춤추며 환영하고, 한복에 갓을 쓴 조선통신사들이 환대를 받으며 입성하는 디오라마에서 벅찬 감회 같은 것도 느껴진다. 

5층으로 된 천수각 각 층에는 당시의 무사들의 모습, 투구와 갑옷, 성의 모형등이 전시되어 있고 각종 체험관도 있다. 
특히 성 입구에도 호랑이 사진이 있었지만, 천수각안에도 초대형 황금빛 호랑이 그림이 2개나 드리워져 있다. 그 눈빛이 매섭고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이 리얼해 섬찟하다. 이곳에 호랑이 그림이 많은 것은 필시 무슨 사유가 있을진대, 1866년 전란으로 성이 소실된 해가 호랑이 해였다고 해서 그렸다고 한다. 
5층 전망대에선 고쿠라 시내를 전체를 360도 조망할 수 있고, 잘 정돈된 시내가 깔끔하다. 

이제 천수각을 나와 고쿠라정원을 거닐어 본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벚나무가 심어져 있고, 천수각아래 석축길과 역사와 대화를 나누며 걷는 산책길,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 좋다. 

여기도 녹슬어 부스러진 대포 하나가 서 있다. 
언제, 어디를 향해 불을 뿜었던 대포일까? 
그날의 역사도, 불뚝대던 젊은 날의 그 혈기도 세월 속에선 다 사그라지고 마는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입구의 기념품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주문한다.   
올라갈 때 갑옷입고 사진을 찍어주던 사내들은 여전히 땡볕에서 힘겹게? 관광객과 어린이들을 환영하고, 또 안으로 들어와 연방 얼음물을 들이킨다.  조금 전 천수각 안에서 호랑이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어주는 안내원이 지금은 여기에 있는걸 보니 천수각 안 기념품 가게와 이곳 기념품 가게도 같은 곳인 모양이다.  

입구의 높은 석물 도리이를 지나 야사카신사(八坂神社)로 들어간다. 
400년이나 된 신사라고 하는데 목조로 된 본당과 정문 모두 검게 탈색되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신사 앞마당을 중심으로 경내에 건물이 ‘ㅁ’자로 꽉 들어차 있어 조금은 갑갑한 느낌이다.
신사, 도리이, 참배객 .... 일본의 도시와 시골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관광객 입장이 되어 본당 뒤편까지 죽 돌아보고 신사 정문으로 나오면 해자와 연결되고, 다리를 건너면 바로 리버워크 쇼핑몰이다. 

이것으로 고쿠라의 1차 관광목적은 달성했고, 이제부터 자유시간이다. 
덥기도 하고 일단 리버워크 복합쇼핑몰로 들어간다. 
이곳에 방송국, 영화관, 미술관, 공연장, 쇼핑몰...도 들어있다. 
리버워크는 기하학적 구조의 독특한 외관을 가진 5개의 건물로 구성되어있다. 각각 다른 모양의 건물 같지만 내부는 연결되어 있고, 건물의 외관과 구조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후쿠오카 하카타에 캐널시티가 있다면, 고쿠라에는 리버워크가 있다. 

건물이 커서 생각보다 내부에서도 많이 걸어야 한다.  
‘5층 전망대, 생맥주’ .... 라고 쓴 엑스배너가 보인다. 
‘그래 일본 여행에는 역시 생맥주지 ....’
건물이 큰 만큼 위치를 물어 찾아갔더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뭐야? 층수를 잘못 찾았나?”

여기가 포토스팟 이라더니 문밖에서도 카페너머 고쿠라성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들어가지 못해 아쉽지만 문밖에서 찍은 고쿠라성의 전경도 멋지다. 

여행을 갈 때는 사전에 가볼 곳, 맛 집 등을 검색하고, 일정표에 꼭 넣어둬야 한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나도 검색은 해보지만 대충하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을 따라서 움직이고 먹는다.
그러다 보면 옆에 두고도 못간 곳이 생기고, 먹고 싶었던 음식도 못먹고 오게되면 좀 아쉬울때가 있다. 
솔직히 이번엔 더위탓에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다. 
걷는 여행은 봄, 가을에 가는것이 좋고, 더운 여름은 무조건 피해야한다.  

하긴, 여행이라고 해서 꼭 눈으로 봐야하고 먹어봐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여행은 그 과정을 즐기고 경험하는 것이다.

우오마치 거리 이동식 커피점(푸드트럭)

리버워크 1층 카페에서 달콤 시원한 망고쥬스를 한잔하고는 우오마치 상가로 간다. 
무라사키강 다리를 다시 건너 우오마치로 향하는데 백화점건물 입구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더위가 또 나를 건물안으로 끌고간다. 시원하다. 
온 김에 지하 식품매장으로 들어가 본다. 
귀국할 때 뭔가 선물도 사가야 할 것 같아 둘러보니 예쁘고 먹음직스런 식품들이 너무 많다. 
특히 알록달록 푸딩세트는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예쁜 것들이라 눈이 떠나질 않는다. 

‘어떻하지? 지금 사면 또 짐인데 ... 아~ 사긴 사야하는데 ...’
결국 저녁을 먹고 다시 와서 사기로 하고 나온다. 
우모마치 아케이드골목이 탄가시장과는 달리 길고 크고 점포도 많다. 

어느새 시간은 4시 30분, 저녁시간은 멀었고 특별히 갈 때는 없어 숙소와 가까운 차차타운에 가보기로 한다. 
차라리 멀면 차를 탈 텐데 목적지들이 500m, 길어야 1km이내라 버스를 기다리느니 걷는 것이 편하고, 걷다보면 또 지친다.  
차차타운에도 어린이 놀이시설인 대관람차 하나 달랑있고, 1층에 쇼핑센터와 식당 몇 개가 있다.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크림 쥬스를 시키고, 가방속의 팩 소주를 꺼내 몰래 한모금 들이킨다.
오늘 벌써 몇 잔의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먹는지 모르겠다. 

오늘 관광은 끝, 이제 숙소에 들어가 씻고는 저녁을 먹으로 나갈 예정이다. 
시원한 냉수샤워를 하고나니 좀 살만하다. 

혹시 문을 닫을까봐 조금 전 그 백화점 식품코너에 가서 봐두었던 푸딩선물세트 2개를 사고는, 추가로 뭐 살게있나 돈키호테에도 들른다. 돈키호테는 한국의 이마트나 롯데마트처럼 대형 마트는 아니지만, 과자, 술, 식료품, 약 등 다양한 생필품를  저렴하게 팔고 있는 할인점이다. 짐을 생각하고 .. 한국에서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것이라 구경만 하고 나온다.    

다시 하이에나처럼 우오마치 거리의 저녁 맛집, 술집 사냥감을 찾는다. 
‘격안(激安,파격가), 생맥주 199엔(삿뽀로 블랙라벨)’
‘홈런식당’이 눈에 보인다. 이곳은 검색도 해보지 않았던 곳이다.  
생맥주가 199엔 말도 안되게 싸다. 안을 들여다보니 손님들로 가득하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한잔 하는거다’
사실 일본에 한국의 생맥주집 같이 편안한 펍(pub)이 없는 게 좀 아쉬웠는데 이곳은 서민 이자카야로 펍과 비슷한 분위기다. 

홈런식당 .. 맛도 가격도 홈런이다

혼자라고 하니까 1인 석으로 안내한다. 일본은 혼자와도 한잔 할 수 있고, 이상하게 보이지 않아서 좋다. 
자리에 앉으니 사람이 빽빽하고, 안주종류도 수 십 가지로 벽에 걸인 메뉴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들뜬다. 술 먹을 기분이 난다. 
주문은 휴대폰으로 QR코드를 먼저 찍고 휴대폰을 통해 주문한다.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연결, 
일본에 가면 역시 ‘토리아에즈 나마비루(우선 생맥주)다.   

QR코드로 생맥주를 주문하면 종업원이 주방을 향해 ’도링쿠 오넹아이시마스(음료 부탁합니다)라고 외치고, 잠시 후 생맥주가 테이블로 배달된다. 
생맥주 ... 목넘김이 너무 좋다. 이제 안주를 시켜야 한다. 

시모노세키 가라토시장 초밥은 눈으로 직접 보면서 주문하면 되는데, 술집 안주는 종류도 많고 뭐로 만들었는지 사실 일본인 아니면 알기도 어렵다 .
가격은 표시되어 있지만 안주의 크기도, 요리법도 모르기 때문에 대충 그림을 보고 닭고기 특수부위 구이 요리를 주문한다. 
가격은 무조건 싸다. (참고로 튀김이나 꼬치는 50엔부터 있지만 꼬치 한개 가격이다. 그래도 다른 가게에 비하면 싸다)

안주도 나왔으니 지금부터 혼 술의 시작이다.
일본의 생맥주는 진짜 맛있다. 안주도 껍질이 붙어 있어 좀 질겼지만 맛있다. (특수부위라 원래 그렇겠지만) 질겨서 가위를 좀 달라 했더니 주방에 가지고 가서 잘라온다.   
다음잔은 하이보루(위스키+소다수)를 주문한다. 
여행 와서 혼자 이렇게 편하게, 부담 없이 한 잔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옆자리엔 한국에서 온 젊은 부부 팀들은 연방 맛있다고 엄지 척을 한다.  
왁짜지껄 술집 분위기 나고, 가격이 싸고, 술도 음식도 맛있고 ....모두 여행의 낭만을 맘껏 즐기고 있다. 
내가 추가 안주를 고르고 있는데 “주문이 어려우면 자기가 도와줄까?”하고 묻는다. 
괜찮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눈치껏 주문하고, 결과는 또 하나의 경험이 된다. (소바처럼)  

이날 생맥주 3잔, 하이볼 1잔에 안주 2개 포함해 2,500엔도(23,000원) 안나왔으니 가격도 맛도 홈런이다 .
(혼자라서 아쉽지만) 어제 시모노세키에서 못한 한잔의 아쉬움을 보상 받은 기분이다.   

기웃기웃 한곳을 더 둘러보려다 손에 선물도 들려있어 숙소로 향한다. 
다시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은 개운해졌는데, TV도 없고, 휴게실도 없고, 그렇다고 잠도 안오는데 지금 토끼장에 들어갈 수 도 없는 노릇이라 다시 밖으로 나온다.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할 때는 필히 이런 부대시설이 있는 곳을 확인해야 한다)   

슬리퍼를 신고 어슬렁거리며 숙소 주변을 걷는데 술집 호객꾼이 자꾸 쳐다본다. 
‘한잔 더 하러 들어가 볼까? ...아이고 술에 원수진 것도 아니고 이만하면 됐다. 말자’
주택가 소공원벤치에 앉아 현지인처럼 밤의 더위를 식히며 하릴없는 여유를 즐겨본다. 
고쿠라의 화려한 밤, 고쿠라의 한적한 밤이다. 
편의점에 들러 숙취해소 드링크와 생수, 헤어젤을 사서 돌아온다. 

양팔이 벽에 닿을 정도로 좁고, 이불도 두꺼웠지만 에어콘 덕에 덥지는 않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
작은 만큼 아늑해 잠은 달콤하게 잤다. 
(6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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