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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시모노세키 초밥여행 (2)

뚜벅뚜벅 인생여행 (자유 여행기)

by 유초선생 2024. 8. 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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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드디어 출발일이다. 
금요일 저녁 6시 출항이기에 평일 오전 밀렸던 관공서 일을 보고 유니클로에서 반바지도 하나 샀다. 
점심때 햄버거에 나온 감자튀김 2개는 배 안에서 안주 겸 먹으려고 포장해 간다.  

오후 4시 집을 나선다. 지금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다. 
해외여행이라 해도 이젠 설레거나 두렵지도 않다. 그냥 떠나는 것뿐이다. 

제대로 된 여행기를 적어보기 위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오즈모로 동영상을 찍어보는데 낯설다. 
말도 정리가 안되고 그러다 보니 버벅거리기 까지 한다.
유튜버가 되려면 얼굴 두껍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혼자 중얼거리며 씩씩하게 동영상을 촬영해야 하는데, 난 도저히 그러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장소가 바뀔 때 마다 짧게 영상을 녹화하고, 나중에 기억을 되살려 여행기를 적기로 한다.  

바깥은 한여름 열기로 푹푹 찐다. 삶는다.
지하철을 타니 시원한 냉기가 전신을 덮쳐오고 숨통이 확 트인다. 
'아~ 이게 피서인데 ....' 이 더운 날씨에 굳이 일본까지 개고생 하러 떠나는가?. 
그래도 간다.... 왜? 난 여행가니까 ...

지하철에서 여행노트를 꺼내 조금 전의 그 느낌들을 여행노트에 적어둔다. 
역시 혼자 떠나야 이런 걸 적을 여유가 생긴다. 
과연 여행 작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여행기록을 적을까? 나처럼 무식하게 막 적어 나가는 것일까?. 

부산역에 내린다. 승선까지 1시간 10분 정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아 일단 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간다.
지난번 후쿠오카 갈 때는 국제여객터미널 편의점에 도시락이 없어 부산역까지 다시 나와 사 갔지만 오늘은 있겠지 뭐.  

부산역에서 국제여객터미널로 이어지는 브리지를 건너며 눈앞에 펼쳐진 북항 재개발 지구와 고래를 닮은 국제여객터미널, 오늘 밤 출항을 앞둔 카멜리아호와 성희호, 주변의 고층건물들을 오즈모에 담아둔다.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 후 우선 국제로밍부터 신청한다. 
인터넷에 전화까지 되는 것은 1일 15,000원, 인터넷만 되는 것은 5일 25,000원이다.
특별히 전화 할 일도 없고 전화를 한다 해도 1초에 1.98원이니까 구글맵을 이용하고 인터넷 검색을 위해 25,000원짜리로 신청했다. 
참고로 여럿이 가면 한사람만 로밍하고 나머지는 공유를 하면 된다. 

다음은 도시락을 사러 편의점에 갔는데, 오늘 역시 다 팔리고 손바닥만 한 조그만 도시락 하나 달랑 남아있다.
할 수 없지 이거라도 사고, 집에서 가져온 감지튀김과 함께 저녁을 때우면 될 것 같다. 
작년엔 카멜리아호 선내 식당을 열지 않았는데, 지금 시모노세키행 성희호는 선내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모자라면 선내 식당에서 저녁을 사먹어도 된다.  

이제 쿠팡에서 예약한 승선권을 받기위해 2층에서 기다린다.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승선권을 전해줄 여행사 담당자가 보이지 않아 두리번 거리는데 그때 전화가 왔다. 
“ 이잼투어 인데요. ooo님 도착 하셨습니까?”
“예”
“그럼 이잼투어 배너 앞으로 오세요”
“안 보이는데요?”
“어디세요?, 제일 큰 배너가 이잼투어입니다. 혹시 2층에 계시는 것 아닙니까?. 여기는 3층 출국장입니다”
“아 그런가 보네요 바로 올라갈께요”

출국장엔 사람으로 북적인다.
작년 4월 후쿠오카에 갈 때는 운항을 재개한지가 얼마 안 되어 그런지 승객이 적었는데, 지금은 눈으로 봐도 승객이 북적인다. 하계 휴가기간이라 그런지 좌석도 거의 매진이라 한다. 

선사매표소 앞에는 여러 여행사들이 데스크를 준비하고, 승선권을 예약한 승객들의 여권을 받아 선사 매표실에서 승선권을 발권받아 고객에게 다시 나누어준다. 
여행사를 통하면 선사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 보다 싸기 때문에 쿠팡이나 여행사를 통해서 승선권을 예매하는 사람이 많은가 보다.

승선권을 받고 이제 출국장으로 나간다. 
이 시간대 출발하는 밤배는 후쿠오카 하카다 항으로 가는 미래고속 카멜리아호와 시모노세키로 가는 부관훼리 성희호가 있는데, 출국 수속이 겹치지 않게 부관훼리가 카멜리아보다 약 1시간 정도 먼저 수속한다. 
출발은 성희호가 1시간 30분 먼저 출발하지만 도착은 30분 정도 더 늦다. 

출국수속을 마치고 들어가니 면세점이다. 
특별히 살 것도 없고, 사면 또 짐이라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개찰이 시작되고, 브리지를 건너 드디어 부관훼리 성희호에 승선한다. 
여행은 배나 비행기에 오를 때가 제일 설렌다. 
깔끔한 제복을 입은 선사직원들의 인사는 여행객들의 자존감을 올려주고 괜히 멋있어 보이게 한다.   
 
내 방은 ‘3층 305호’다. 
2등실은 11명 정도가 같이 쓰도록 되어있는 다인실이라 창 쪽이나 출입문 반대 쪽 끝자리가 타인의 방해를 덜 받기 때문에 빨리 입실해서 먼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305호.... 305호....”
티켓을 들고 방을 찾는데 좀처럼 방 찾기가 어렵다. 
오늘 승객도 많던데 이러다 다인실 중간자리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걱정하던 차에 마침내 305호를 찾았다.

어? 그런데 문이 잠겨있다. 
2등실은 다인실이기 때문에 항상 문이 열려있는데  문이 잠겨있다. 
“뭐지?” 
다급한 마음에 2층 프론트에 와서 승선권을 보여주며 "문이 잠겨있다"고 하니 305호 KEY를 내준다. 
KEY를 들고 올라가 문을 여니 뭔가 이상하다. 
“어? 이거 뭐지? 다인실이 아닌것 같은데?....”
다인실은 칸막이도 없는 온돌형 큰방에 1인용 메트리스만 깔려있고, 화장실, 세면장, 욕실은 바깥의 공용을 써야 한다. 
그런데 305호는 2-3명 들어가는 정도로 작은 방인데 방안에 욕실, 화장실도 있다. 

뭔가 이상했지만 승선권에 305호라고 분명히 적혀있고, 아마 방이 비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책과 간식거리를 들고 홀에 나가 책을 읽고 있는데 “305호 승객은 프론트로 와 주세요”라는 방송이 나온다. 

프론트로 내려갔더니 305호는 특실로 다른 여성 세분이 예약되어 있는데 내 승선권을 보자고 한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승선권을 가지고 갔더니 내 승선권도 분명히 305호로 적혀 있음을 확인하고는 방이 중복되었다며 이리 저리 전화를 걸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러면 그렇지...‘나는 어차피 2등실로 끊었으니 아무 방이나 배정해 주고 305호는 세분 아가씨께 드리라’ 했더니,
'미안하다'며 305호(1등실 한실) 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방으로 배정해 주겠단다.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적극적으로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부관페리의 서비스 정신과 기업정신을 느낄 수가 있는 부분이었다)

다시 'S-318호' KEY를 받고 방으로 들어오니 여긴 305호보다 더 좋은 방이다.
하얀 시트가 깔린 트윈 침대가 놓여있다. 305호엔 욕실 샤워부스만 있었는데 여긴 욕조까지 있고, 옷장, 가운, 냉장고, 슬리퍼, 세면도구 세트까지 준비되어 있다. 
S-318호는 '특별실'이란 명패가 붙은 걸보니 디럭스룸(??)인 것 같다.  
‘세상이 이런 일이....신의 축복인가?’
여행에는 항상 에피소드가 있다. 계획대로 되어도 즐거운 여행이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즐거운 경험이다. 
지난번 히타에서는 열차가 2편이나 결행되는 바람에 여행스케쥴이 확 바뀌더니, 
이번여행은 2등실 티켓으로 디럭스룸을 이용하는 행운까지 얻었다. 


조용하고 깨끗한 방에서 혼자 TV를 보며 식사해도 되지만, 여행은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저녁 식사를 위해 도시락과 병에 담아온 발렌타인을 들고 홀로 나간다. 
 
왁자지껄, 모두가 여행의 설렘에 들떠있고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식당과 홀에서는 여행객들이 미리 준비해온 생선회, 통닭, 도시락에 술을 곁들이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충청도 말을 쓰는 남녀 단체팀은 테이블 서너 개를 차지해 아예 아이스박스 속에서 생선회를 꺼내 회식을 하고 있다.
미리 여행을 경험한 사람으로 부터든지, 가이드로부터 일본 선박여행 팁을 전수 받은 모양이다. 
내 옆 테이블엔 젊은 친구가 혼자 양주를 따서 홀짝 홀짝 마시고 있다. 
이 친구도 아마 나처럼 혼자 여행을 떠나는가 보다. 


도시락을 데우려고 전자렌지 안에 도시락을 넣었는데 몇분을 돌려야하는지 모르겠다. 
고교시절 3년과 직장 다닐때 2년정도 자취는 해 봤지만 요리는 할 줄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반찬을 만든 기억도 없고, 지금 만들 줄도 모르는 걸 보면 아마 김치만 먹었던지, 마가린에 간장만 넣고 밥을 비벼만 먹었을 것만 같기도 하다. 
일단 4분을 맞추고 돌린다. 한참 후 너무 오래 돌리는 게 아닌가 싶어 문을 여니 뚜껑이 녹아버렸다. 
빈자리를 찾아 식사를 시작한다. 진수성찬이 아니더라도 여행의 한끼는 맛있다. 
작은 포켓 소주병에 담아온 양주에 생수를 타서 마신다. 
'아 ` 좋다'
저 멀리 영도 섬에 불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여행은 현재를 사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미련도 미래의 걱정도 없이 오직 이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다.
우리 삶도 늘 이렇게 걱정 없고 설레면 좋겠다.
익숙하게 노트를 꺼내 여행기를 적는다.  

나이가 옷을 입는다고 그동안 늘 긴 바지에 칼라(카라)가 있는 옷을 입었는데, 오늘 새로 산 반바지와 검정색 라운드 티가  너무 편하고 잘 어울린다. 
'이제 부터 나이를 잊고 살자'고 마음을 먹기는 했지만, 가벼운 옷 하나에서도 이렇게 구속받지 않는 편안함과 자유함을 느낀다. 
나이가 들었다고 꼰대로 살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영혼의 불량노인이 되어야 겠다. ('불량노인이 되자', 세키 겐테이. 저)  
여행의 밤은 깊어가고 부산항의 불빛은 점점 선명해진다. 
부산에 살지만 바다에서 이런 야경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멋진 풍경을 기록에 남기기 위해 캔 맥주 하나 뽑아 들고는 바깥으로 나간다. 
바깥 데크가 물에 젖어 있는 걸 보니 비가 좀 온 모양이다. 

우리는 여행에서 늘 영화같은 새로운 만남을 꿈꾼다. 
우연같은 만남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연인이 되는 꿈 같은 걸 말이다.

21:00 드디어 배가 출항한다. 
미끄러지듯 부산항을 빠져나간다. 
조금 후 후쿠오카로 떠나기 위해 승객을 가득 태운 카멜리아호를 밀어내고, 부산항을 떠나자 저 멀리 국제여객터미널과 고층건물, 영도, 초량, 감만동 까지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포강에서 바라본 상하이의 야경도 아름다웠지만, 부산의 야경이 이렇게 아름답단 말인가? 
갑자기 승객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시모노세키로 가는 성희호가 북항대교를 지나고 있다. 
북항대교의 현수교 야간 조명과 어우러진 부산항 동서남북의 야경은 절정에 이른 장관을 연출한다.  
여자분 몇 분이 연방 감탄사를 연발하는데 일본분이다. 
너무 떠들었던지 내게 ‘미안하다’하기에 ‘괜찮다’고 하며 ‘어디에서 오셨느냐?’고 물으니 시모노세키에서 왔다고 한다. 
13명이 왔는데 자기들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고 선생님은 한국인 3세라고 한다. 
내가 일본어로 인사를 하니까 ‘일본어 잘한다’하면서 짧은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분들이 한국어를 배운다니 감사하고, 나도 일본어를 하니 그분들 역시 좋았으리라. 
외국어를 안다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는 것이고, 한국어를 쓰는 외국인들은 아마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한일간의 과거사에 매여 언제까지 적대시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가장 친한 이웃나라가 되어 함께 안보를 지키고 공동번영을 이루어 갈 때다.
이렇게 서로의 말을 배우고, 친구가 되고, 한사람 한사람이 다 민간 외교관이 되면 한일관계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우리 회사가 부산항에서 보이는 높은 건물 근처인데 ‘다음에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고 했더니 명함을 달라고 한다.
내 명함을 받고는 일본 선생님도 전화번호를 건네주며 다음에 시모노세키에 올 때는 꼭 연락하라고 한다. 
모두 아직 한국어가 서툴지만 아는 단어로 이야기 해보려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작년의 4월 북큐슈 기차여행, 11월 오사카여행, 올해 6월 미국서부 여행, 그리고 이번에도 혼자 떠나는 스시투어라고 했더니 이런 나의 자유로움이 부럽다고 난리다.     
여행에서의 우연 같은 만남은 가슴을 설레게 하고 여행을 즐겁게 한다.   

나는 정년 후 뭘 하고 살까? 늘 고민이다. 
이렇게 해외여행을 다니며 여행기를 쓰는 여행작가가 되고 싶고, 일본에 유학해 좀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쨌든 이번 여행도 그런 것을 준비하기 위한 일환이기도 하고 인생을 즐겁게 자유롭게 살고 싶은 꿈의 실천이기도 하다. 

들뜬 마음을 뒤로하고 방에 들어와 내일 아침을 위해 짐을 미리 정리해 두고는 잠을 청한다. 
빵빵한 에어콘, 한여름임에도 포근한 솜이불을 덮은 느낌이 너무 좋고 아늑하다. 
큰 배의 조용한 흔들림이 요람같다. 
잠결에 들리는 이 자작거리는 소리는 갑판을 두드리는 빗소리인가?

01:00 커텐을 열고 밖을 보니 몇 개의 큰 불빛이 보인다. 
저 멀리 배가 지나는 걸보니 우리 배가 정박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분명 일본에 도착할 시간은 아니다. 
01:45 조용한 배의 흔들림, 아늑한 침실, 술한잔 후의 기분좋음
금방 꿈나라로 갈것 같았는데, 우연같은 만남의 설렘 때문인지 잠이 잘 오질 않는다.
난 잠이 안 오면 2시고, 3시고 바로 책을 꺼내 읽는다.  30분~1시간 책을 읽으면 잠이 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 
의대처럼 심리학 전공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머리 좋은 사람이 가는 학과라고 한다. 
책 내용이 무슨 법칙, 무슨 법칙 등 심리학용어가 많이 나와 어렵지만, 내가 모르는 내용들이 많아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데 연필이 나오지 않는다. 
밑줄을 그으려고 샤프까지 챙겨왔는데 (병이다) 샤프심이 다 떨어진 모양이다. 

책을 덮고, 다시 창문을 여니 불빛이 2개뿐이다. 그러면 우리 배가 가고 있다는 건데, 저 불빛들은 배인가?
여행노트를 꺼내 오늘 여행기록을 정리해 둔다. 
혼자 여행이니 이게 가능한 것이다. 

이제사 피곤이 몰려온다. 잠을 청한다. 
오늘도 멋진 하루였다. 
이게 ‘나’이고, 나로 사는 것이고, 이런 내가 자랑스럽다.  
(3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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