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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시모노세키 초밥여행 (3)

뚜벅뚜벅 인생여행 (자유 여행기)

by 유초선생 2024. 8. 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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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분.
6:20분부터 식사가 개시된다는 선내 방송이 나오다.    밤사이 현해탄을 건너 시모노세키에 도착한 모양이다.
눈을 뜨니 선창이 훤하고 몸도 개운한게 Good morning이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먼저 데크로 나가본다. 
어느새 파란 하늘에 한발이나 떠 있는 해가 잔잔한 바다 너울위에 한줄기 긴 아침햇살을 드리우며 반짝이고 있다. 

시모노세키의 아침이 밝아오다

밝다, 맑다, 상쾌하다.
시모노세키와 모지코가 간몬해협을 끼고 마주보고 있고,  난 오늘 이 두곳을 다 여행할 예정이다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사는 식판에 밥과 반찬을 덜어먹는 자율급식이다.  
김치, 콩나물, 메추리 알, 콘, 김 5종류에 미역국이 나온다. 
지난번 카멜리아호에서는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 후쿠오카 국제여객터미널에 내린 후 하카타역까지 가서 아침을 먹었다. 
작은 도시에서 터미널에 내린 후 근처에 아침을 제공하는 식당이 없으면 빵과 우유로 때워야 할 수도 있다. 

식사중 합석한 여자 분이 일행을 위해 물을 떠오면서 내 것도 가져다준다. 
Thank you!
이렇게 여행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친구가 된다.    

식사 후   배낭을 정리하고는 하선을 위해 1층으로 내려간다. 
승객이 많을 때는 하선과 입국 심사에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일찍 나가서 줄을 서는 것이 요령이다. 
줄을 선다는 것은 캐리어나 배낭을 순서대로 놓는 것이다.
줄 맨 뒤쪽에 배낭을 내려놓고, 커피한잔을 마시며 하선 순서를 기다린다. 
어느새 내 뒤로 캐리어는 계속 길어진다. 

하선을 시작하고, 브리지를 건너 입국심사장에 도착했다.
여기부터가 일본이다. 
지금부터 나는 외국 사람이고, 외국어를 사용해야 한다. 
승객이 많아서 그런지, 빨리 줄을 섰음에도 입국심사하는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

 8:30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와  관광안내소에 가서 ‘시모노세키 지도가 있느냐'고 물으니 '없다'고 한다. 
후쿠오카는 터미널에도 호텔에도 시내 지도가 있어 여행하기 편했는데 지도가 없다니 아쉽다. 
다행히 일본에 오기 전 구글에서 시모노세키와 모지코 지도를 출력해 나만의 여행지도를 만들어 온 게 있어서 이걸로 길을 찾기로 했다. 

여행지역이 넓을 때는 전체 지도를 펼쳐놓고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여행스케쥴을 짜야 하기 때문에 이런 지도를 통한 사전 여행계획의 수립은 필수다. 

이제부터가 혼자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다. 
여행은 몸도 마음도 가벼워야 한다. 
몸을 가볍게 하기위해 먼저 예약한 호텔에 배낭을 맡기기로 하고 호텔을 찾는다.     

시모노세키 국제여객 터미널앞 풍경

국제터미널 앞은 긴 브리지로 연결되어 있다. 
브리지를 건너자 씨몰, 부산문이 보이고 왼쪽으로 시모노세키역이 있다. 유튜브에서 봤던걸 직접 보니 반갑다.

웨스트워싱턴 호텔은 시모노세키역 건녀편에 있기 때문에 일단 역으로 들어가야 반대쪽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역의 서문으로 나오니 200m 쯤에 워싱턴 호텔이 보인다. 그래도 잘 찾았다. 
길가 가로수에서 매미소리가 자지러 진다. 올려다 보니 참매미 만한 것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지금은 좀 처럼 듣기 어려운, 어릴적 강가 포플러 숲에서 한소끔 끌어오르던 그 매미소리다.   
비즈니스 호텔이라서 그런지 건물은 큰데 시설은 웅장하거나 하지않고 소박하다.

웨스트 워싱턴 호텔

현관에 들어서자 왼쪽은 프론트고 오른쪽은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에 식사하는 사람이 있는걸 보니 지금 아침을 먹는 모양이고 나도 내일 아침 여기서 식사를 하게된다. 
프론트에서 60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 직원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예약 바우처를 보여주며, 가방만 맡기고 체크인은 여행 후 저녁에 하겠다고 하니 친절하게 가방을 맡아주고 보관 번호표를 준다. 
친절하다. 시모노세키의 첫인상 역시 친절하다는 느낌으로부터 시작한다.

세면장에서 선크림을 두껍게 바르고, 모자를 눌러쓰고는 호텔 밖으로 나온다. 
배낭을 맡기고 작은 크로스백만 매고 나오니 몸도 마음도 발걸음도 가볍다. 
오늘 여행패션으로 얇은 청바지에, 8부 청면셔츠, 청모자까지 챙기니  깔 맞춤이다.  

아침인데도 벌써 한여름 햇살이 따갑다. 
'이거 오늘 날씨도 장난이 아니겠는데....'
챙 넓은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카우보이 모자는 크고 가방에 쑤셔 넣을 수도 없어 여행에 짐이다 .

시내로 나가려고 다시 시모노세키역 서문으로 들어가 복도를 지나는데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문이 열린 유메마트에서 새어나오는 찬 공기다. 
시간도 많고, 아침도 해결했고, 시원한 바람이나 쐬고 가자며 마트에 들어간다.

유메마트

‘찬란한 석양’이라는 60대 유튜버가 마트나 편의점에서 저녁에는 도시락을 할인하기 때문에 여기서 초밥 같은 것을 사서 숙소에서 먹는 것도 좋다고 해서  겸사겸사 한번 둘러보고도 싶었다.   

시모노세키역에도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이곳 역시 관광 약도만 있고 상세 지도는 없다. 
카라토시장까지는 2km, 40분 정도는 가야한단다. 

일단 시모노세키 역을 빠져나와 국제여객 터미널과 연결된 브리지 위에 다시 섰다. 
어디로 가야하나? 이리가도 되고 저리가도 되고 이것이 바로 자유다.
오늘 주요 일정은 카라토시장 초밥중식 – 쵸후마을 – 모지코 – 철도박물관  –  시모노세키로 돌아와 '오카모토'에서 해산물 요리로 저녁을 먹는 코스다. 

일단  ‘부산문’쪽으로 내려가 본다. 
부산문은 1976년 부산시와 시모노세키간 맺은 자매결연 35주년을 기념하여 2011년 세운 상징물이다.  
이 근처에 ‘오카모토 선어집’이 있기에 저녁에 바로 찾아가기 위해 미리 답사를 해 두려는 것이다.   

부산문, 맛집 오카모토 선어집(들어가면 아주 넓다)

큰길과 골목에 식당과 술집이 많은 걸보니 이곳이 시모노세키 저녁 핫스팟인 것 같다.  
'오카모토' ... 그런데 지도가 없으니 찾기가 어렵다. 
(진작 구글맵을 활용했으면 바로 찾아갔을 텐데 나는 아날로그라서 늘 지도만 갖고 헤맸다)

골목을 몇 바퀴 돌고 나서 인근 가게에서 물었더니 바로 저기란다. 
아직 문은 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허름하고 작아 보이지만 시모노세키 맛집으로 늘 소개되는 곳이다. 
위치는 확인했고, 이제 카라토시장으로 가면서 경로에 있는 카이쿄 유메타워 – 카라토 요코쵸 놀이공원 – 가이쿄칸 수족관 – 이루카포토를 둘러볼 예정이다. 

유메타워의 낮과 밤

두어 블록 뒤에 높은 건물 유메타워가 보인다.
등대를 본뜬 높이 153미터의 유리벽으로 된 가이쿄 유메타워, 간몬 해협과 시모노세키 시내를 조망할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곳이다. 
'가이쿄'는 '해협'의 일본발음으로, 간몬해협 주변에서는 가이쿄(해협)와 유메(꿈)란 단어를 붙인 곳들이 많이 보인다. 

유메타워에 들어가니 관광객은 아무도 없다.
너무 썰렁해 전망대에 올라가보는 것은 생략하기로 하고, 안내원에게 가라토시장을 물으니 걸어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데, 바닷길로 따라가면 더 좋은 경치를 볼 수 있단다.   

잠시 걸어왔는데도 벌써 더위에 지치고 발이 아파온다.
건물 내 국제무역센타 휴게실이 보여 땀도 식히고 발에게도 휴식을 줄 겸 들어가 잠시 쉬며 여행기를 적어둔다.  

여유롭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여행, 가고 싶은데 아무데나 가도 되는 여행, 이게 바로 혼자 하는 여행의 맛이다. 
만약 오늘 아내가 같이 왔더라며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라며 불평했을 텐데 ... 혼자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또 해본다. 

다시 출발이다.  
부산도 더웠는데 부산보다 위도가 낮은 이곳의 더위도 장난이 아니다. 
여행도 좋지만 ... 이러다 더위 먹는 게 아닌가 싶어 건강을 생각하며 천천히 걷는다. 
아래에서 올려보니 철골조에 유리로 외벽을 두른 유메타워의 건축미가 돋보인다. 

건물 뒤쪽은 바로 간몬해협 부두다. 
항만에는 대형 어선들이 정박해 있다. 코-호 마루(丸), 마쯔센마루(松扇丸) .. 정박해 있는 배 이름에는 모두 oo丸(마루)가 붙어 있다. 
마루(丸) 가 배 이름임을 인식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붙이도록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시모노세키는 에도시대부터 일본의 국제무역 거점항구 역할을 하고 있고, 지금도 수입컨테이너의 절반이 이곳으로 온다고 하더니, 가는 길 곳곳에는 한때 이름을 날렸던 대형 선박, 포경선의 닻과 스크루가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대형 포경선의 작살과 스크루, 닻

소방서를 지나 ‘하이 카라토 요코쵸’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대관람차가 있는 작은 어린이 놀이공원인데 몇몇 사람만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와 있다.
그늘막 휴게의자 옆엔 대형 선풍기 2대가 하얀 수증기를 내뿜으며 돌아가고 있다. 
자세히 보니 선풍기 뒤쪽에 물을 뿌려주는 호스가 달려있고 이 물이 선풍기바람을 타고 안개처럼 흩날리는 것이다. 
이거 괜찮은 아이디어다. 한국에 들여와 사업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놀이기구  탈일도 없고,  잠깐 신발을 벗고 쉰 후 또 걷기로 한다. 

길가에 빨간색 2층 런던버스가 전시되어 있다. 일본에서 운행을 한 것인지,  그냥 예뻐서 가져다 놓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시모노세키 수족관 가이쿄칸(해양관)에 도착했다. 
이곳에 대형 고래뼈 전신골격이 전시되어 있다기에 2층 매표소에서 입장료 2,090엔을 내고 들어간다. 
유메타워와 달리 여긴 어린이, 학생, 단체관광객 등이 북적이는 걸 보니 가볼만 한 곳인가 보다. 

먼저 아래로 내려가면서 팽귄 수족관부터 둘러본다. 대형 수조는 2층과 1층(또는 지하)까지 연결된 것 같은데 유리수조 밖과 수중유리터널 속에서  펭귄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펭귄수조는 물의 양이 700톤으로 세계 최대라 한다. 

수족관 관리사가 수조밖 2층 야외 바위 위에서 헤드폰을 끼고 뭐라고 이야기 하면서 먹이를 나눠주자 펭귄들이 뒤뚱뒤뚱 걸어와 생선을 받아먹는 모습이 귀엽다. 
펭귄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고, 추운지방에 사는 동물인데 온대지방에도 적응되었나 보다.  

 

3,4층은 어류 수족관이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길의 벽과 천정은 푸른 색 조명으로 꾸며 놓아 바닷속이나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신비감을 더해준다.  

이곳엔 500종 2만마리의 바다생물이 있다는데, 시모노세키가 복어의 산지인 만큼 복어 종류만도 수십 종이 된다고 한다. 
색깔과 모양이 예쁜 물고기, 못생기고 물릴까봐 겁이 나는 물고기, 
손톱만한 물고기도 있고, 덩치 큰 나폴레옹 피쉬와 남미 최대의 담수어인 피라루크는 덩치만큼이나 무게 있게 쓱 왔다 쓱 지나간다. 
고생대 화석 속 물고기인 시라칸스는 박제로 전시되어 있다.  

유리로 된 수중터널을 지나니 작은 물고기 떼가 한 덩어리가 되어 이동한다. 
수족관에서 보는것도 이처럼 아름다운데, 정말 바닷속 세계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곳에서도 관리사들이 수족관 마다 물고기 크기에 맞는 먹이를 주고 있다.  
돌고래 수족관에는 몇 마리 돌고래가 유영하고 있다. 신나게 달리고 뛰고 싶은데 수족관 벽에 막혀 급하게 방향을 튼다. 
돌고래 쇼가 동물학대라는 논란이 커지자, 제주의 제돌이는 큰 바다에 방류되었는데 여긴 아직 이렇게 갇혀있다는 게 안타깝다. 

울타리에 갇혀 자유를 그리워하는 짐승들처럼 ....
나 역시 갇혀있다 자유를 찾아 이곳에 여행을 온 것이다.   

수족관 유리창 너머로 저멀리 가라토시장과 간몬 대교가 보인다.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옆으로 거대한 고래뼈 전신골격이 전시되어 있다. 지구상 가장 큰 생물인 흰긴수염 고래뼈로 일본에서도 유일하게 여기만 있다고 한다

이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카라토시장이다. 
간몬해협이 보이는 바다로 다이빙하는 돌고래(이루카) 형상물을 지나니 카라토 터미널이다.  카라토에서 모지코 레트로로 가는 유람선이 여기서 운항한다.   
3층짜리 키몬워프 쇼핑몰을 돌아가면 바로 카라토시장이다.  
일본 복어의 80%가 이곳에서 유통된다더니 쇼핑몰 기념품가게에는 복어 장식품들이 많이 걸려있다. 

‘이키이키 카라토시장’(활기찬 가라토시장)에 도착했다. 
카라토시장의 초밥은 종류도 많고, 크고, 맛도 있어 시모노세키나 키타큐슈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필수로 들르는 곳이다. 
나 역시 이곳에서 초밥을 먹는 것이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이다. 
  
이곳 초밥가게(23개)는 금,토,일(공휴일)에만 문을 연다. 
그런데 여기선 초밥만 팔지 초밥을 먹는 장소는 따로 없다.
그래서 손님들은 초밥을 산 후 건물 밖으로 나와 바닷가 벤치나 데크에 앉아서 먹어야 한다. 
뭔가 불편하고 품위 없지만 워낙 유튜브에서도 많이 소개되어 꼭 한번은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시장 정문을 통해 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사람이 빽빽하다. 
“뭐지?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
초밥골목 첫 가게부터 북새통이고, 초밥을 주문하는 소리와 주문을 확인하는 소리로 정신이 없다. 

우선 탐색전을 펼치기로 하고 이집 저집 둘러보는데, 어깨너머 보이는 진열된 초밥이 찬란하다. 
한국의 초밥집이나 후쿠오카 회전초밥집도 가 봤지만 이렇게 스시종류가 많고, 크고,  대량으로 진열 판매되는 것을 보니 과연 초밥으로 명성을 얻을 만하다.    
초밥이 메인이지만 튀김류, 덮밥, 복어회... 등도 같이 파는 가게도 있다. 

어디서 사야하나? 뭘 사야하나?  . 
다이(돔), 엔가와(광어지느러미), 오토로(참치뱃살), 사몬(연어), 우나기(장어), 아나고(바다장어), 부리(방어), 우니(성게), 후구(복어), 히라메(광어), 사바(고등어), 이쿠라(연어알), 이까(오징어), 호타테(가리비) .....

흰살 생선과 붉은살 생선, 
돔과 참치도 종류별로, 
생것(나마)과 토치 등 불로 약간 익힌 아부리, 물로 약간 데친 유비키까지, 
초밥마다 색깔이 다양하고, 밥 덩어리인 ‘샤리’도 크고, 초밥위에 얹는 생선인 ‘타네(네타)도 두툼해서 군침이 당긴다.  

가격은 1개에 150, 200, 250, 300, 400, 500엔 등 종류별로 가격이 다르고, 카마토로(참치 아가미 뒤쪽 살 부분)800엔이나 한다. 
싼 것도 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복어 한 접시 1,000엔이니 이 가격에 비싼 복어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없을 것 같고, '잇뽄 아나고'는 아나고 한 마리를 통째로 얹어 놓았는데 타네 길이가 한 뼘보다 긴 데도 400엔이니 싸긴 싸다. 

여기 올 때  초밥이름을  어느 정도 공부하고 왔는데, 지금은 이름보고 고를 형편이 못된다. 
모든 초밥이 다 맛있어 보이고, 이 많은 종류를 다 먹어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우선 초밥위에 얹은 생선인 타네(또는 네타)가 두껍고, 시각적으로 맛있어 보이는 8개를 골라 담았다. 
주문하는 사람이 이것 한 개, 저것 한 개라고 하면, 안쪽에서 주문한것을 플라스틱 도시락에  담아 계산대로 넘겨준다.

계산을 마치고 초밥과 캔 맥주하나를 사서 밖으로 나온다.
저 멀리 간몬대교가 보이는 바닷가 벤치나 나무 데크, 화단 턱,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먹어야 한다. 
햇빛이 내리 쬐는데도 벤치나 데크에는  사람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고, 어떤 사람들은 햇볕을 피해 건물 아래 쪼그려 앉아서 먹는다.

시장 2층에 공동 테이블을 만들어 두면 멀리서 온 관공객에 대한 배려도 되고, 비오는 날도 걱정없고, 식사의 품위도 올라가고, 매출도 늘어날텐데 ... 굳이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또한 이건 고급음식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ㅎㅎ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사람들의 문화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어쩌랴 지금은 그게 룰인데...
나는 바닷가 화단에 듬성듬성 심어 놓은 야자수 그늘이 비치는 길가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도시락을 열고, 한쪽 뚜껑에 와사비(겨자)와 간장을 붓고는 첫 초밥하나를 찍어 입에 넣는다. 

‘와~ 이거 뭐지?’ 
달큰하면서도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다. 
진짜 맛있다. 
’그래 초밥이란 게 바로 이거지'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둘. ...
맥주 한 캔에 초밥 8피스가 금방 동이났다. 
이것만 먹어도 벌써 배가 부르다. 
하지만 초밥 먹으러 여기까지 왔는데 배가 불러도 여기서 끝낼 수는 없다.
수고한 나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데, 아직 사바(고등어), 나마에비(생새우), 후구(복어)도 못먹었지 않은가.
다시 주문하러 들어가니 손님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시장은 1층이지만, 2층에 올라가니 시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초밥을 파는 골목은 정말 인산인해다. 
그런데 유독 한집엔 줄이 길다
“뭐지?”

배도 꺼줄 겸 우선 시장 안을 둘러보기로 한다. 
초밥가게는 금.토.일만 열지만 시장에는 다른 해산물가게도 많이 있다. 
건어물, 소금에 절인 것, 가리비 꼬치 조림, 튀김을 파는 곳도 있고 고래고기를 파는 집도 있다.  
한국에서는 포경이 금지되어 고래고기를 구경하기 어려운데, 일본은 1986년 포경업을 금지했다가 2019년 다시 고래잡이가 허용되어서 여기에는 고래고기 전문점이라고 붙여놓은 가게들이 많다.  

다시 초밥을 사러 간다. 조금전 보았던 “이 긴 줄이 뭐냐”고 물어보니 초밥을 사기위한 줄이라 한다.  이 가게에는 혼마구로(참다랑어) 300엔이란 현수막이 붙어있고, 진열된 초밥을 보니 네타도 크고, 가격도 다른 집보다는 싸고 좋아 보인다. 
사람들의 소문과 입맛이란게 무섭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꺼이 이 가게 초밥을 먹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나 보다.

군침을 돌게하는 카라토시장의 초밥들 / 바닷가쪽 끝집이 제일 싸고 내용도 좋다.

나도 꼬불꼬불 줄의 맨 뒤에 서서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린다. 
가게 밖에서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유리 안에 진열된 초밥을 보며 “혼마구로 히도쯔(한개), 오도로 후다쯔(2개)” 외치면, 안에서도 같이 외치며 도시락에 담아 옆의 계산대로 넘겨준다. 계산대에도 줄을 서서 계산하고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모든 초밥을 다 먹어보고 싶지만, 이번에도 한 종류에 한 개씩 8개만 시키고 다른 가게에서 복어 한 접시(1,000엔)와 캔 맥주 하나를 더 시킨다.  
초밥을 두 번째 먹는데도 맛은 똑같다. 쫄깃쫄깃한 복어회는 당연히 맛보고 가야지.
초밥 16개, 복어 한 접시, 캔 맥주 2개, .... 이젠 진짜 배가 부르다 .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초밥 하나에 평균 300엔 정도 치인 것 같다.   

이제 바닷길을 따라 걸으며 조선통신사 상륙기념비, 아카마 신궁, 원래 숙소로 예약하려 했던 게스트하우스 ‘우즈하우스’도 둘러본 후  간몬대교 해저터널을 통해 모지코로 갈 예정이다. 
날씨가 덥다. 이 더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앞으로 여행의 최대 이슈다. 
(4편에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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