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당근(당신 근처)'하는 재미에 빠져있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호기심이 많은 내가 당근을 알고부터 당근 애호자가 되어버렸다.
우선 내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물건들이 있었다는 게 신기하고, 정말 괜찮은 물건을 싸게 팔거나 공짜로 주는 ‘나눔’까지 하니 특별히 살 것이 없는데도 자꾸 기웃거리게 된다. 이것도 중독이다.
호기심이 많아 오즈모 포켓, 골프거리 측정기 같은 비싼 물건도 구입했지만, 한편 사실 당장 필요하지 않음에도 5천원, 1만원 싼 맛에 구입한 지구본, 차량용 온냉장고는 벌써 짐스럽게 느껴진다.
이건 분명 호기심에 욕심까지 더한 충동구매고, 어느 정도 당근의 생리를 알고 나니 물건도 그게 그거라 이젠 책 위조로 본다.
(필요없는 물건은 다시 당근에 되팔면 되는데, 나는 살줄만 알지 팔 줄은 모른다.)
한 달 전 당근에서 책 5권을 5,000원에 너무 싸게 구입해서 감사했는데, 이번엔 50권이 넘는 책을 ‘나눔’ 한다고 올라왔다.
이런 나눔은 바로 연락하지 않으면 금방 나눔이 완료된다.
책 내용을 보니 인문학, 수필, 자기개발서, 그리고 여행관련 책도 많다.
내가 읽은 책도 몇 권 있었지만, 대부분 내 독서성향과 맞아 ‘나눔해 주시면 감사히 잘 읽겠다.’고 연락을 했더니 문 앞에 둘 테니 가져가란다.
그리고 집에 2묶음이 더 있는데 괜찮으면 다 가져가도 된다고 한다.
약속한 아파트 문 앞에 가니 책 다섯 묶음이 문밖에 놓여있다.
끈으로 묶은 책이 다섯 묶음이다 보니 거의 70권쯤 된다. 한 짐이다.
아마 이사를 가시는지 책을 정리하는 것 같고, 여행관련 책도 많은걸 보니 이 분도 여행을 엄청 좋아하시는 것 같다.
인문서적도 마음에 들지만, 제주도를 비롯하여 미국, 일본, 유럽, 지중해, 이집트, 인도, 중국, 라틴아메리카 까지 세계 곳곳의 여행관련 두꺼운 책들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도 은퇴 후에는 세계를 여행하며 인생도 즐기고, 여행기도 책으로 내고 싶었던 차라, 언젠간 사야 할 이런 책들은 앞으로의 나의 여행과 여행기를 쓰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비 대면으로 문 앞에 책을 둘 테니 가져가라 해서 가져오긴 했지만, 이 많은 책을 거저 받기엔 아무래도 좀 미안하다.
나눔이라 했기에 돈으로 전달하기도 뭐 하고, 그래서 인근 가게에서 복숭아를 한 상자 사서 문 앞에 두고 오며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제 나눔 받은 책은 집에 3묶음, 사무실에 2묶음을 가져다 두고 찬찬히 읽을 요량이다.
몇 년 전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 강제 격리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다행히 미리 사둔 책이 3권이나 있어서 1주일 격리기간 동안 잘 읽고 모자라 옛날 책을 다시꺼내 읽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지난 목요일 목이 칼칼해 병원에 갔더니 코로나 확진이란다.
과거보다 위험성은 낮지만 그래도 주변의 안전을 위해 주말동안 책을 읽으며 지냈다.
‘아차 !, 이건 아니다’ 하고 깨닫기도 한데다 책도 쌓이고 해서, 책상을 다시 정리하고, TV를 끄고는 책상에서 책 읽는 습관을 다시 들이기 시작했다.
감사하다.
넉넉히 준비된 책 중에서 우선 눈이가고 좀 가벼울 것 같은 책부터 골라 주말동안 3권의 책을 읽었다.
특히 '일본의 작은 마을'이라는 책은 일본의 작은 마을, 골목골목을 여행하며 적은 여행기인데, 20년 전쯤에 발간된 책이지만 사진도 많이 실려있어 일본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좋은 여행가이드가 될것도 같다.
습관이란게 참 이상하다.
그렇게 책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당근을 하고, 유튜브에 빠지고, 올림픽 기간이라 TV도 많이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감각적인 것에 익숙해져 책상에 앉고, 차분히 책 읽는 맛과 습관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책이 생겨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책상에 앉다보니
하루 이틀 사이인데도 휴대폰이나 TV를 보던 습관이 다시 책을 읽는 습관으로 되돌아 왔다.
역시 습관은 들이기 나름이다.
종이 냄새, 책 냄새
어릴적 가난해서 책이나 공책, 도화지도 제대로 사지못한 한이 있어서인지, 난 (보석보다) 종이에 대한 욕심이 많다.
점심값으로 책을 사고는 점심을 안먹어도 배가 불렀는데
이렇게 많은 책을 쌓아두고 하나 하나 꺼내 읽을 수 있다니 괜히 부자가 된 느낌이다.
처마밑엔 겨울 날 장작이 소복이 쌓여있고
내 서재엔 내년까지 읽을 책이 소복이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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