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해거름으로 달려가다 뒤돌아보는 8월 초순의 태양은 뙤약볕이다.
그게 뙤약볕이라 할지라도 갈 길이 있는 나를 멈출 수 없고,
운동 삼아 도심 속 나무그늘과 가게 어닝 밑을 걷는 40분, 왕복 80분 거리는 나에겐 그저 오솔길일 뿐이다
더딘 걸음을 다해 45년 전 쯤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종로서적에 다다랐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 더니 물어물어 찾아간 종로서적은 종각 앞 고층빌딩 지하에 동네 책방 만하게 다시 둥지를 틀고 있었다. ( 2002년 폐업 후 2016년 다시 문을 엶)
1970년대 후반, 휴대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의 종로서적은 젊음과 지성이 가득한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날의 영광도 주변의 풍경도 간데없음에 괜히 마음이 아파진다 .
이 좋은 세상에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되고 인근에 교보문고란 대형서적도 있지만, 굳이 이곳까지 와서 추억을 더듬고 책 냄새 맡고 가는 것도 행복이다.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진작 읽지 못한 책 몇 권을 사서 기분 좋게 돌아간다.
어느새 해거름의 빌딩 그림자가 길게 도시를 덮고 있다.
가다가 맛 집이 있으면 들르겠지만, 밥값으로 책을 샀고 책 몇 권에 이렇게 행복하니
오늘 저녁은 편스토랑에서 간단하게 때워도 배가 부를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즐겁게 인생을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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