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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삼락보다 소인삼락(小人三樂)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4. 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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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나이의 화두는 건강과 행복이다 
어떤 친구는 아직도 돈을 버는 것이 재미있다며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눈에 보이는 투자도 안하고 조용히 살려한다.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철학이 다르고,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것이 맞고 틀리고가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자기의 형편에 맞게, 자기인생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모두 건강하게,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것 만은 똑같다. 

나는 시골 초등학교 동기들도 있지만 48년을 동고동락해온 고등학교 친구들과 제일 친하다.
친구를 넘어 하도 붙어 다니니 "애인이냐?"고도 한다. 

별것 없다. 시간나면 어디 콧구멍에 바람이나 넣으러 갈까 먼저 전화하고, 비오는날 파전에 막걸리 한잔하는 것도 즐겁다.
주말엔 1,000원짜리 내기 스크린골프도 치고, 모인 개평으로 감자탕, 김치찜이라도 먹는다. 
시간과 뜻이 맞으면 외국에도 가고, 친한 친구가 사는 먼곳까지 가서 산천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온다.   

“재너머 성권롱 집의 술닉닷 말 어제 듯고 
누은 쇼 발로 박차 언치 노하 지즐타고 
아희야 네 권롱 겨시냐 뎡좌수(鄭座首) 왓다 하여라”

이 짧은 시조 속에 낭만과 서정과 우정이 가득하다. 
친구가 보고 싶고 술도 한잔 하고 싶은 마음에, 
성권롱은 정좌수에게 아랫목에서  띄운 농주가 잘 익었으니 한잔하러 오라 했을 테고,
정좌수는 성권롱이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던 차에, 술 한 잔 하자는 전갈이 왔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분위기를 보자면 아마 기뻐 날뛰었을 것이고, 급한 마음에 풀을 뜯고 누워 쉬는 소를 발로차서 일으키고는 안장도 없이 거적만 깔고는 올라 타  달려갔다. 

“친구야 내다”
그날 둘은 거나하게 취하고 시도 한수 읊었으리다.

우리 친구 모두 성권롱이고 정좌수다.
스크린 하면 아웅다웅 하기도 하지만 안보면 보고 싶고, 
한잔하고 추억을 이야기 할때면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첫째가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둘째가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 셋째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는 것이 군자삼락(君子三樂)이다. 
역시 군자답다.

그런데 봉황이 되어 구만리를 날아가면 행복할까? 
아니면 참새처럼 이 나무 저 나무를 폴짝 폴짝 뛰며 자유롭게 사는 게 행복일까?

나는 군자가 아니다. 먹고 살기 바쁘고,  남들처럼 감각적인 것도 좋아하고, 사랑도 하고픈 보통사람 소인이다. 
소인이라고 망나니처럼 사는 것은 아니지만, 무게가 넘치고 상대를 압도하는 기품도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거룩한 것은 내 체질에 더 안 맞다. 

그래서 난 보통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통하는, 그 '통속함'이 좋다.
그러면 군자에게만 즐거움이 있고, 소인에게는 즐거움이 없을까?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시간 날 때 마다 경치 좋은 곳에 구경가고, 그리고 맛집을 찾아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소인삼락이다.
친구들과, 가서, 보고, 먹고, 놀고, 즐기는 것  
나는 이 소인삼락(小人三樂)이 좋다. 

친구들아 작년 여름 담근 매실주 익거든 나도 불러주고
자갈치 근처 오거든 내게도 연락하시게
우리 소주한잔 하며 소인삼락을 즐겨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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