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60대 중반이다 보니 지금의 최대 관심사는 아무래도 은퇴이후의 삶이다.
국민연금을 수령하지만 아직 현역으로 있고, 또 젊은이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일하다 보니 가끔 내 나이를 까먹는다.
(나이를 잊고 살아서 그런지) 누가 나이를 물으면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는 어느새 물리적으로 적지 않은 내 나이에 나도 깜짝 놀란다
“진짜?...벌써?”...
나이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23. 6. 28부터 나이계산 및 표시원칙을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하기로 ‘행정기본법’과 ‘민법’으로 정했다.
덕분에 다들 한두살 젊어졌다고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진짜 젊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도 정년이라든지, 국민연금.기초연금 수령, 지공파(지하철공짜)의 법적연령은 주민등록상 나이로 해 온 만큼 혜택상의 차이는 없지만, 다만 이제까지 내 나이보다 적게 불러주니 마음도 같이 젊어질 수 있다면 좋은 일이기는 하다.
집 나이면 어떻고 호적 나이면 또 어떠냐?
친구들도 호적 나이는 아직 어색해 진짜 자기 나이를 과시?하기 위해 그냥 집의 나이를 자기 나이라고 하고 있다.
(나이 먹은 것이 자랑도 아닌데 .. "라떼는 말이야") ... 하긴 나도 9살에 학교에 들어갔지만 그 당시에는 호적을 늦게 해서 같은 학년인데도 2살 차이나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렇든 저렇든 지금의 나이가 되니 월급쟁이하던 친구들 대부분은 현역에서는 은퇴를 한 후 관련업에 재취업을 하거나, 일부는 자연인이 되어 나름의 은퇴 이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감사하게도 나는 아직 현역으로 있지만, 이제 은퇴는 시간의 문제이지 곧 다가올 현실임엔 분명하다.
기술직, 전문직의 능력있는 친구들은 정년 후에도 앙코르(encore)를 받으며 스카웃되어 제2의 현역으로 젊게 살지만, 나 같은 일반 관리직은 딱히 불러줄 곳이 없다.
그래서 은퇴이후의 삶과 노후문제에 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난 그동안 은퇴 준비를 잘 해 왔는가?
아니, 곧 은퇴가 다가올 수도 있는데 은퇴 준비가 다 되어 있는가? 가 맞을 것이다.
은퇴준비에는 경제적 안정, 일, 건강, 인간관계 등 많은 부분이 포함된다.
그래서 은퇴는 계절을 맞듯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집을 짓듯 설계를 하고 잘 지어나가야 한다.
나도 후회하지 않는 은퇴이후의 삶을 위해 공부도 하고 고민도 했다.
은퇴관련 책도 읽고, 유튜브도 ‘노후문제’, ‘노후대책’을 검색어로 해서 지금도 많이 듣는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경제상황을 수치적으로 분주히 계산해 보기도 한다.
나름 잘 살았다. 열심히 살았다.
(몇몇을 제외하면) 크게 후회스럽지 않는 삶을 살아오긴 했다.
그럼에도 경제적 문제도 포함되겠지만, 은퇴이후 그 많은 시간을 뭘 하며, 어떻게 의미 있게, 보람되게, 즐겁게, 건강하게 사느냐에 생각이 많아지는 건, 아직 충분할 만큼 준비도 안됐고, 계획도 확실히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일게다.
10년, 15년전만 해도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도와달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돈을 떠나서 평생을 뼈 묻고 나의 삶의 일부가 된 직장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회사중 일부는 부도가 나서 문을 닫은 회사도 있고, 일부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그 자리를 메꾸어서 이제 내가 낄 자리도 없다.
다 한때의 이야기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그때 이 회사에 그냥 남아있기로 한 판단은 참 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주기를 크게 둘로 나누면 은퇴전까지를 제1의 인생, 은퇴후 부터는 제2의 인생이다. 그래서 지금은 인생2막을 사는 시기다.
인생 90을 3단계로 나눈다면, 출생 후 30년 까지를 청년기, 30세~60세까지 30년을 중장년기, 은퇴 후 30년을 노년기로 구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나는 노년기에 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가 되고, 인간의 사회적 욕구가 증대하는 현실에서, 은퇴는 했지만 일해야 하는 새로운 세대, 즉 중장년기와 노년기 사이의 낀 세대를 하나의 연령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제1연령기(아동기~청소년기), 제2연령기(결혼.출산,중년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시기), 제3연령기(3rd age, 은퇴 후 인생의 전성기, 노년 초기), 제4연령기(허약, 쇠퇴, 진정한 노인)가 그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지금 서드에이지, 인생의 전성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은퇴 후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이냐'는 것이다.
앞으로 의료과학기술과 항노화(anti-aging) 분야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다면, 우리는 100세를 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120세 이상을 살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 은퇴후의 시간은 더.. 더.. 더 길어진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퇴 시기인 50대 중반에서 실제적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75세 정도 까지의 시기를 잘 보내는 것이다.
이 시기는 아직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건강해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고, 장수시대에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한편,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고, 직장, 자녀에 대한 책임도 부담도 줄어들고, 시간적 여유도 많이 생겨 몸도 마음도 가벼운 시기다.
따라서 마음껏 여행도 하고,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도 가 보고, 먹고 사느라 하지 못했던 꿈도 실천해 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에 진정한 '인생의 전성기', 'golden age'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60대 이후의 삶을 표현하는 명칭을 공모한 결과, 노련한시민, 올빼미들(owls : Older, Wiser, Livelier Souls: 더 노련하고 더현명하고 더 활기찬 사람들), geri-active(활기찬 노인), 세 번째 국면,, 제3쿼터, 새로운 노년, wellderly(독립적이고 건강하며 풍적한 노년)등이 응모되었다고 한다.
모두 긍정적이고 희망을 주는 단어고, 사실이 그렇다.
물론, 은퇴시점에서 노후준비가 다 되어 여유있는 은퇴 후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녀결혼문제, 경제적 문제등으로 보다 낮은 단계로 재취업해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다 떠나서도, 우리는 죽을때 까지 일해야 하고 움직여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그게 경제적 목적이든, 봉사활동이든, 취미생활이든 좋다.
움직일 수 있을때 사회의 일원으로 적극 활동해야 소속감과 살아있음을 느끼고, 그래야 의미 있고, 가치 있고, 건강한 삶이 만들어진다.
이 시기는 이제까지 구분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의 시기라 '앙코르(Encore) 시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앙코르 .. !!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끝내면 관객들로 부터 앙코르를 받듯 ....
내 인생이 앙코르를 받았으면 좋겠고,
지금까지 쌓은 나의 경험과 지혜와 능력을 다시 소환해 재활용 할 수 있는 앙코르 커리어(encore career)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겠다.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귀와 귀 사이에 있다' ... 머리 속에 있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다.
'열정은 은퇴가 없다'
'중요한 것은 여정이고 그 끝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도 잘 정돈된, 자신만의 인생2막, 멋진 앙코르 커리어를 만들어 갈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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