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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은 '단일 민족'인가? (2)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4. 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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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특징은 강한 민족주의(nationalism)로 꼽힌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인종, 언어, 문화가 동일하고, 역사적 경험과 관습을 공유하는 동질적 종족이고,  ‘단군의 자손’이라는 공통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한민족이다. 

조선말기와 일제강점기에 외세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발로된 민족주의는 ‘우리 민족’과 ‘우리’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공고하게 만들었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과 세계 5~6위의 군사대국의 반열에 오른 지금은 한민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 

이러한 대한한국의 민족주의는 IMF 등 국가위기 상황에서는 희생과 헌신의 모습으로, 한일 간 과거사문제, 반미감정 등에 있어서는 배타적.저항적 성향으로,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가 간 스포츠 경기에서는 역동적인 공동체의 단결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다.

이처럼 ‘민족주의’와 ‘우리’라는 의식이 강한 한국은 다인종.다문화 수용태도에 있어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장려하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이 아니라, 한국의 지배문화로 동화되는 것을 장려하는 ‘배타적 동화주의(assimilationism)’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화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결혼 이외는 거의 이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고용허가제를 통하여 도입하고, 최대 9년 8개월간 체류할 수 있다)

한국이 단일민족,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인종차별에 해당되어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단일민족주의 신화에서 벗어나고 인종차별적 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은 바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한국의 ‘민족주의’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고 남북통일의 명분이기 때문에, 없어져야 할 것도, 없어지게 할 수도 없는 운명적인 것이다. 

우리나라 민족주의(nationalism)의 기원은 ‘한민족은 같은 핏줄과 운명을 지닌 민족’이라는 신념과, 조선말기 근대 세계 체제에 통합되면서 출현한 근대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지정학적으로는 대륙으로 부터의 접근성이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는 한반도의 폐쇄성과, 정치사회적으로는 오랜 기간 관료주의 국가(조선)가 유지되었던 것이 한반도내에서 통일된 이념과 민족정체성을 형성할 사회문화적 토대가 되었고, 이것이 나중에 근대적 의미의 독특한 한국적 민족주의로 뿌리 내리게 된다.   

특히 조선말기 외세의 침입에 대항하고, 일제강점기 주권을 되찾기 위한 항일투쟁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민족주의는 외부에 대하여 저항성과 배타성이 강한 민족주의 형태를 띠게 된다. 
일제강점기 때의 ‘민족’은 ‘나라’를 잃은 공백을 메워주는 신화적 실체였고, 식민 종주국인 일본을 ‘적’으로, ‘한민족’은 ‘우리’로 굳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민족주의는 개화, 계몽, 애국애족, 독립운동, 나라 세우기, 조국근대화, 통일운동 등 사회운동의 배후로 작용했고,  6.25전쟁이후에는 분단의 상황 속에서 독재와 동원 체제로서의 지배이데올로기로 강화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세계는 하나의 지구촌, 다문화.다인종 국가, 국제화.세계화의 시대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 국경 없는 지구촌이 된 지금은 모든 국가들은 개별국가, 민족단위로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국가간 국제협력을 통하여 평화와 국가의 안전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결혼과 노동력의 부족등으로 급격하게 다문화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배타적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21세기 열린사회로 나아가려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민족주의의 기반이 되는 ‘국가(Nation)’는 '상상의 공동체'로서, 본질적으로 제한적이고 주권적인 것이다.
공동체를 지탱하는 ‘우리’라는 의식과 소속감은 국가차원에서도 만들어 질수도 있고, 일부 지역 차원에서도 발생 할수 도 있다.
따라서 꼭 ‘단일 민족’으로 구성되어야만 ‘국가’가 되고, ‘우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국가’에 소속된 사람이다. 따라서 그 국가에 소속된 사람들은 (외국인이든 타 인종이든) 그 나라 ‘국민’이 되고 공동체의 일원인 ‘주민’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단위도 이제는 ‘민족’이 아니라 ‘국가’다.
 
따라서 우리의 이념이나 사상도 ‘민족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국가 이데올로기’로 바뀌어야 하고, 사고 역시 '세계시민정신'과  '다문화 수용태도'를 가져야 한다.
민족과 이념, 사상에 매몰되면 강성 꼰대가 되고 배타적인 사람이 된다. 

세상에는 완벽한 것,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 순금도 99.9%는 있어도 100% 순금은 없다.
합금이 오히려 더 단단하고 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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