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오공의 세상사는 이야기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2. 29. 08:55

본문

 

환한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손에 잡힐 듯 실오라기 같이 투명한 햇살,
걸음을 멈추고 두 팔을 벌려 가슴가득 햇살을 안아본다.
내 영혼 깊은 곳까지 환한 햇살이 가득 담기길 빌면서 소년처럼 말이다

이제 상쾌한 마음으로 출근을 재촉한다
강변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끝에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차량 한대가 저만큼 앞질러 가서 새치기를 한다. 
또 한 대가 쏜살같이 달려와 10분가량을 밀리며 기다려온 줄 맨 앞으로 끼어든다.
(대가리를 들이민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화가 난다 
“누군 새치기 할 줄 몰라서 안하는 줄 아나? 이 양심도 없는 분(?)아” 
쌍 라이트를 켜고 크락숀을 울리며 CB라도 하고 싶지만, 순간을 참으면 만사가 편안하기에 
그리고 한두 분(?) 끼어들었다고 내 인생에 크게 손해 본 것도 없기에 그냥 참고 만다.  

사실 새치기 하나가 시비로 번지는 것이 두렵고, 이것 때문에 회사에 늦을까 두려운 
40-50대 중반의 나약함 이었을 런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아 “오늘 하루 힘들지는 않았나?”
민노당 권영길 대표의 말처럼 “요즘 살기가 좀 나아졌는가? 
집을 나서면 교통전쟁, 학생들은 과외. 입시전쟁, 직장에선 생존전쟁, 정치는 이념전쟁,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은 사람은 이민전쟁.
이것이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 들이다.

요즘은 변화의 시대라고 하더라.
변하는 것도 너무 빠르다보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고...

인류의 시대적 변천과정을 4세대 3333년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3.000년은 농경시대, 그 후 300년은 산업시대, 그 후 30년은 정보화 시대, 
그리고 최근 3년을 지식시대라고 하는데 과거 3.000년, 300년의 변화가 오늘날 30년 3년 만에 변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급변이지 뭐.

그러니까 우리 40~50대(지금은 60대가 되었다)는 태어나서 산업사회와 정보화 사회, 지식사회를 다 겪어온 세대로써, 단 기간에 3시대를 다 경험하다보니 가치관에 혼돈이 생기고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가장 버거운 시기를 사는 세대인 것 같애
 
거기다 회사에 나가면 명퇴다.. 황태다.. 동태다.. 
짜른단다.. 보낸단다.. 줄인단다...맨 날 밥맛없는 이야기만 나오는데.... 
체력은 딸리지... 벌어 논 돈은 없지..... 젊은 놈들은 턱밑에서 밀고 올라오지...
자식들은 대가리 굵었다고 말 안 듣지..., 급변하는 정보화시대를 따라가려니 머리는 안 받혀주지...
사장의 헛기침에도 가슴 철렁함을 느끼면서..
이리 받치고 저리 받치고 스트레스 받아 힘 빠지고 맥 빠져 집에 돌아오면 
마누라는 애 둘 낳고 오히려 힘이 세져 남편도 귀찮은지 
"어휴 밥 먹고 들어오지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어?"하니
우리 4.50(사오공)들은 날마다 위축되고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애.

그런데.. 사오공 남자도 힘들지만  사오공의 아내들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겠지? 
남편은 직장 핑계대고 출근해 버리면 모든 것 잊어버리지만 여자는 새벽같이 일어나 
신랑 밥해 먹이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들 공부시키고..., 거기다 뒤늦게 시도 때도 없이 보채는(?) 남편을 챙겨야 하고..... 그리고 위기의 남편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말없이 내조하고 가슴으로 삼키는 아내들을 보면 난 가끔씩 아내는 위대하다는 생각도 들더라

우리 늦었지만 아내를 한 번 사랑해보자. 
비오는 날 남편을 위해 찌짐(부침개) 굽는 아내의 엉덩이라도 두드려 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어떨까?
지친 퇴근길이지만 장미꽃 한 송이라도 사들고 가서 고생하는 아내에게 전하면 
세상사는 재미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우리 4.50은 이제 좌로나 우로나 흔들리지 아니하는 不惑의 나이이고 
하늘의 뜻을 아는 知天命의 나이다. (60대는 귀가 부드러워지는 이순(耳順)의 나이니 아내 말을 잘 들어야 하는 나이다)
우리 4.50은 이 시대 의 주역이고 이 사회의 이념과 정체성을 안전하게 받쳐주는 기둥이다. 

비록 가장 어려운 시기를 사는 사람들이지만 이 사회를 위하여 가장 많은 일을 해온 장본인
이기에 그래서 우리 사오공은 행복하다.
당당한 후반생을 위해,... 부끄럽지 않는 삶의 자취를 남기기 위해,... 
우리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우리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자. 
힘을 내자. 

우리에겐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아름다운 추억이 있고, 
평생 함께 가야할 친구들이 있다

내일 아침 햇살이 밝게 비치면 두 팔 벌려 가슴 가득 안아 보자
이마에 남겨진, 무디게 흘러온 세월의 자국들 사이로 찬란한 아침햇살이 비칠 때 
우린 어느새 소년이 되어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728x90

'유초잡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겉 옷  (1) 2024.03.07
철학이 있는 삶은 행복하다  (2) 2024.03.04
천사 같던 그녀가 ...  (3) 2024.02.28
단소경박(短少輕薄)  (0) 2024.02.26
좋은 물건  (0) 2024.02.2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