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먹고 산다고 바쁠 텐데, 너나 나나 사람 사는데 뭐 뾰족한 수가 있겠나?
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러 간다
모 병원
진료 1시간 전 쯤 도착해서 예약 접수를 하고 로비에서 기다린다.
오늘은 비도오고 해서 간호사님께 카라멜 모카커피 두 개를 사서 전했다
얼마 전 병원로비 코너에 멋진 커피바가 생겼는데 지나가는 담당 간호사님께 커피한잔 사겠다고 했더니 그걸 주문했기에 이젠 갈 때마다 미리 사서 올라가는 것이다 (나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밖에 몰라 카라멜 모카의 맛은 모른다)
1시간의 여유가 있기에 나도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외국어 공부를 한다. 그러면서 눈앞을 스치는 사람들(특히 여성분)의 인물평, 패션 평을 속으로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데, 가장 많이 시선이 머무는 곳이 아무래도 안내데스크의 아가씨 인 것 같다
성도 이름도 모르지만 그녀의 지적인 외모와 상냥한 미소에 나 혼자 속으로 흠모(?...괜찮다는 생각 정도)하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다운 것은 그저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기라도 하면 우연인 것처럼 고개를 돌리지만 잠시 후면 또 그녀를 향한 시위를 던지는 것이 몇 번째다. 물론 이 나이에 시시한 농(弄)을 걸 입장도 아니지만 깔끔한 제복속의 단아한 그녀는 뭇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마 그녀도 자주오는 나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커피를 들고 현관 밖으로 나간다. 시원한 공기에 콧구멍이 뻥 뚫린다.
이슬비의 촉촉함과 꽃샘추위의 쌀쌀함에 커피는 더 따뜻하고 더 진하다.
저 멀리 앞산의 푸르름과 산허리에 걸린 구름이 한폭의 풍경을 연출하고 그 느낌을 담아 몇 몇 친구들에게 인사문자를 보낸다. 곧 진동과 함께 답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
.
“아니 아저씨! 그래서 어쨌단 말입니까?”
“내가 뭐라고 말했습니까?”
“아니? 이 아저씨가 진짜?....”
크고 찢어지는 여자 목소리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
아뿔사 .. 그녀가 그녀일 줄이야.......
그 지적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에서 살기가 돋고 있었다.
'천사 같던 그녀가..........????'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를 등 뒤로 하고 난 멀리 비켜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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