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면 늘 느끼는 게 있다.
그중 하나가 일본은 아파트보다 단독주택들이 많고, 주택의 형태도 특색이 없고 획일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주택 대부분은 공동주택이다. 통계청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 비율이 78.3%〔아파트 1195만호(63.5%), 연립·다세대 278만호(14.8%)〕나 되고, 단독주택은 387만호로 전체 주택 중 20.6%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은 단독주택이 81.4%,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17.4%로 단독주택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이 고층의 아파트 가 숲을 이룬다면, 일본의 단독주택이 평야를 이루고, 공동주택도 층수가 낮고 대부분 1동 또는 몇개 동 정도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한국의 주택, 특히 전원주택은 자랑이라도 하듯, 남들과 뭔가 차별화를 두기위해 외관이나 건축자재, 색깔 등도 독특하고 다양하다. 그래서 주택 하나하나가 작품이고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반면 일본의 단독주택은 (기와형태의 전통일본가옥을 제외하면) 대부분 박공지붕의 2층 주택이고, 외부도 칙칙한 회빛으로 일본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가이드가 일본에 고층건물과 돌출간판이 적은 것은 지진 때문이라고 했지만, 나는 여기에 더하여 일본의 정신문화와 관련된 결과라고 해석하고 싶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라고 하는,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화코드가 있다. '혼네'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상대방에게 겉으로 표현하는 마음이다,
본심은 상대방의 생각과 완전히 틀리지만(혼네),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도 쳐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다테마에’다. 언뜻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다툼을 예방하기 위한 처세술일 수 도 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의 진심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다테마에'가 생활화 된데에는 일본 막부시절 칼을 찬 무사들 앞에서 그들의 마음에 거슬리게 되면 바로 목이 달아나게 되니 내 생각대로 바로 말하지 못하고, 틀려도 겉으로는 맞는 것 처럼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던데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일본에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迷惑を 掛けない. 메이와쿠오 카케나이) 문화가 있다. 하물며 공익광고에도 “他人にめいわくをかけないようにしましょう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합시다.”라는 표어가 나올 정도다.
일본사람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차가 밀려도 크락숀을 울리지 않고, 질서를 잘 지키고 예의바르다. 일본을 여행해보면 길거리에 담배꽁초나 쓰레기, 불법주차도 찾아보기 어렵다. 만일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다면 거기는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많이 머무는 곳일 것이라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일본이 개인적 사생활을 중시한다면, 한국은 거기에다 (남에게 피해가 가든 말든) 내 권리까지 찾아 누리려 한다. 일본이 철저히 '개인주의'라면 반면 한국은 '개인주의+이기주의'가 결합된 정신문화다.
이러한 일본의 정신문화가 일본주택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첫째) 공동주택(멘숀, 아파트)보다 단독주택 선호다.
요즘 한국에도 층간소음문제로 살인까지 일어나는 뉴스가 종종 난다. 아파트에 살면 모든 게 편리하지만 층간소음이 발생 할 수밖에 없다. 서로 조심하면 되는데 한국사람은 "내집이고 내 권리인데 어쩌란 말이냐, 시끄러우면 당신이 이사를 가든지" 하는 식이니 문제가 생기는것이다. (개인주의 + 이기주의다).
그러나 일본사람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기도 싫어하고 받는것도 싫어한다.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싫고, 본인이 층간소음을 당하더라도 대놓고 항의하는 것도 불편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파트를 피하고 주택을 선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둘째) 단독주택의 획일성이다.
일본의 주택은 전국 어디를 가나 경사진 박공지붕의 2층 회색건물로 비슷비슷하다. 흔히들 일본의 정신을 사쿠라(벚꽃)에 비유한다. 사쿠라는 필 때는 한꺼번에 피고 질 때도 한꺼번에 진다. 남들 필 때 나도 따라 피고, 남들 질 때 같이 지는 것이다. 이것을 단결된 힘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 기저에는 튀지 않고, 두드러지지 않고, 다수에 묻어서 가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일본 사무라이 이야기를 했지만 모난 돌이 정 맞게 되어 있다. 너무 앞서거나 너무 처지면 남의 눈에 띄게 되고 그러면 눈총을 받거나 목이 달아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일본사람들이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하고, 단독주택을 짓더라도 이웃에서 박공지붕을 한 2층집을 짓고 외벽을 회색으로 칠하니 나도 똑같이 따라 한다. 결국 천편일률적인 개성없는 주택이 되고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남에게 민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고(메이와쿠오 카케나이), 남들 따라 다수에 적당이 묻어서 가는 사쿠라정신, 자기의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혼네와 다테마에의 일본정신문화가 보이지 않게 일본의 건축문화에 끼친 영향이 아닐까 싶다.
순전한 내 생각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쿠라정신을 일본의 단합된 마음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주관없이 남이 하는대로 따라하는 자세라고 이해하고 싶다)
요즘 K문화가 대세다. K팝, K드라마, K스타일..., 이런 세계적 한류문화의 힘은 '끼' 곧 '개성'에서 나온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이길 수 없다, 지금은 남들과 뭐라도 '차별화'하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야' 존재감이 나타나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한국은 집 하나를 짓더라도 남들과 다르게 독특하게 짓는다. 이런 강한 개성들이 한류를 만들고 대한민국을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지금 '잃어버린 30년'이라는 경제침체의 늪에 빠져있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란 타이틀도 중국에 내어줬다. 그 이유가 당연히 일본의 경제정책의 실패에 있겠지만,... 연구자적 입장에서 본다면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인들의 정신문화도 한 요인이 되었다고 본다.
근대(1,600년~1,900년대) 초.중기에는 한국과 일본 모두 쇄국정책을 펴다가, 근대 말기에 들어서 일본은 1854년 미일화친조약으로 미국에 의해 강제 개항을 당하고, (일본은 이를 배워) 한국은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일본에 강제개항을 당했다. 개항 후 일본은 서양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자기화 한 결과 경제.군사대국으로 발전했고, 개항한지 불과 60-70년 만에 항공기와 항공모함까지 만들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인 결과다.
(여기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문제는 논외로 하고, 이와 별도로 일본이 경제.군사대국으로의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자금줄은, 임진왜란때 일본으로 잡혀간 조선도공 이삼평, 심수관이 아리타 도자기, 사쯔마 도자기를 만들었고, 일본은 이를 유럽에 팔아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또 한국으로 부터 전수받은 은제련법을 통해 많은 양의 은을 생산하게 되고 이 돈들이 유럽의 무기나 군함을 구입하는 자금줄이 되었다.... 이 부분은 별도로 포스팅하기로 하겠다)
그런 과거 일본의 적극적인 변화와 개혁정신이 지금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근본적 이유가 변화를 싫어하는 일본의 정신문화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학생들은 아직도 교복을 입는다. 철도 역무원이나 버스기사도 제복에 제모까지 착용한다. 기차를 타면 아직도 100년전 하던 방식으로 승무원이 집게(뽄찌)로 검표를 한다. 우리에겐 이미 추억으로 남아 있는데 말이다. 한국에서는 교복이 없어진지 오래고, KTX를 타면 검표자체를 하지도 않는다.
제복은 제복에 맞는 정신과 행동을 요구한다. 제복이 나타내는 통일되고, 획일적인 이미지다. 제복이란는 틀 안에 갇히면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이 넘치는 자유로운 사고가 불가능하다. 경직된다. 일본인들의 사고와 행동은 자동판매기에서 준비된 물건을 뱉어내는 것 처럼 동일제품처럼 똑 같다. 이와 더불어 일본의 종신 고용제도, 30년간 동결에 가까운(겨우 4.4% 인상) 낮은 임금인상도 경쟁심과 동기를 부여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일본의 임금이 한국 임금의 2~3배나 되었지만, 지금은 2024년 한국의 최저임금이 일본의 최저임금 보다 높고 실질적 평균임금도 일본보다 훨씬 높은 곳이 많다)
지금은 개성의 시대다. 건축물이나 상품도 개성이 있어야 잘 팔리고, TV, 영화, 오락프로그램도 다양성과 개성이 있어야 인기가 있다. K한류가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가 바로 개성과 차별화에 있다. 그런데 일본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도시, 건축, 패션, TV프로그램, 정신, 모두가 박제된 느낌이다. 한국에는 '강남스타일'이 있는데 일본에는 '신주쿠스타일'이 없다.
'The world is changing 그것도 too fast.'다
세계가 급변하는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한다. '평균 속도로 달리면 절대 1등을 할 수 없고, 남들처럼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더구나 평균마저 따라가지 못하면 뒤처지고 결국 도태한다.
개성의 시대, 변화의 시대.
우리도 개성으로 무장하자. 청바지도 입고 꽁지머리도 하자.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의 사고에 사로잡혀 있으면 꼰대가 된다. 수구(守舊)하면 꼴통이 된다.
남들이 짜장면 시킨다고 통일하자며 "그럼 나도 같은 걸로 ..." 하지 말고, "나는 짬뽕, 보통"으로 나의 태도를 분명히 하자.
오빠는 '강남 스타일'로, 나는 '유초 스타일' 살믄 된다. 나만의 비린내를 풍기며 .....
(** 이상, 순전히 저 유초 생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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