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새벽에, 싸리비로,
마당의 티끌과 낙엽을 밤새 내린 서리와 함께 쓰는 것으로 하루를 여셨다.
싸리비는 흙 마당에 선명한 빗질 자국을 남기고
지난 밤의 때와 번뇌를 쓸어갔다.
다시 여백이다.
빗자루는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고운 채로 순수를 걸러내듯
싸리비는 자신을 닳리고, 흙 마당은 자신을 깎아 때를 벗긴다.
대나무도 갈대도 없어, 만들 수 있던 건 싸리비와 수수비.
큰 싸리비는 마당과 몸을, 작은 수수비는 방과 마음을 쓸었다.
영광의 자리도 뒷말이 없어야 하듯,
쇠죽 솥 아궁이 입구는 늘 몽당비 차지다.
빗질은 수양이다
빗질은 상처를 지우고 흔적을 남긴다.
원초적 질감을 드러낸 여백위에 담담히 그린 빗질의 물결
보이지 않는 바람이 구름을 빗질하여 새털구름을 만들고
석양의 짧은 파장은 구름을 빗질하다 산란하며 노을을 만들 듯
우리도 늘 마음에 빗자루를 품고 살아야 한다
마당을 쓸고, 새털구름을 만들고, 노을을 만들어야 한다.
한여름의 붓기를 빼고, 담백하고 투명한 자신으로 다시 여백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버지는
새벽에, 손수 맨 싸리비로, 흙 마당을 쓰셨다.
경제는 모르고, 술과 글만 좋아했던 아버지는
새벽에, 싸리비로, 흙 마당에,
반성같은
아버지만의 흔적을 남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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