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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저녁 5:30분 ..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3. 12. 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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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오후입니다.
어둑한 하늘아래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무게중심이 낮은 깊은 침묵처럼 초점 없는 아득함 들을 심연의 바닥에 깔고 있습니다. 
창문을 통해 비치는 풍경들이 비의 얼룩처럼 아련합니다.

어둑함은 어느새 밤의 어두움에 흡수되고, 
빗줄기는 보이지 않지만, 뒷골목 팽팽한 비닐 차양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자그랍게 아련한 기억 속으로 나를 끌고 갑니다.   

깊은 우물 속에 두레박을 내리듯, 그리움인지 기다림인지, 아니면 나의 자아인지도 모를 어떤 것을 찾아보려고, 저기 기억의 끝이 닿는 곳까지 생각의 깊이를 더해보지만, 비에 젖은 카메라 앵글처럼 초점이 잘 맞아지지 않습니다. 

괜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립니다. 
이미 어둠이 집어삼켜버린 비오는 저녁 5시 30분  
투두둑 투두둑 자갈치 포장마차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좋은 사람과 아날로그적 감성에 젖어보고 싶은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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