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60+의 시간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3. 12. 14. 17:09

본문

한해도 저물어가고 .. 어느새 우리나이도 60에 + 를 계속 더하고 있다. 
아직 청년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을 테고 (UN의 평생연령기준은 18~65세 까지 청년이니까), 혹은 시간과 나란히 걸으며 얻은 세월의 더께에 "이게 접니다. 이게 나의 전부입니다" 라고 긍정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처럼 머리는 허옇지만 아직 꿈꾸는 소년(오래된 소년)이라고 우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린 60을 훌쩍 넘겼고 보름 정도 지나면 거기에 또 + 1을 더한다. 

어느 날 밤 악령이 나의 깊은 고독 속에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네가 지금 살고 있고, 네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 삶을 다시 한 번 살아야만 한다면, 또 그걸 무수히 반복해서 살아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찢어지도록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유학하고, 공무원이 되었고, 회사의 임원도 되었으면 그럭저럭 잘 살아온 인생일지도 모르는데 .. 그래도 이런 인생을 한 번 더 똑같이 살라면 왠지 가슴이 답답해질 것 같다. 

잘 산 것도 못 산 것도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내 삶이 아닌 남을 위한 삶을 죽을 똥 살 똥 산 것 같고, (배부른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남은 인생은 온전한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개똥철학 같지만, 안 그러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고 ....지나고 나서 다시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우리는 맨날 YOLO, YOLO 하지만, 진짜 한 번 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한 해 한 해 점점 아래로 아래로, 끝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 나이이고, 평균 기대여명을 보면 건강하게, 내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대충 헤아려 진다.   

그런데 앞으로도 또 그놈의 형식에, 규범에, 조직에, 관계에, 이념에, 목표에 붙잡혀서 살다보면, 세상에 온 유일한 존재로서의 ‘나’, 자연인으로서의 ‘나’로 살지 못하겠다는 자기반성이고 성찰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난, 세상의 중심에 서지 않고, 무책임한 방관자로, 관찰자로 살기로 했다.
그런 자리를 ‘가장자리’라고 하던가? 
김훈은 ‘가장자리’를 이렇게 표현 했다. “가장자리는 삶을 옥죄는 헛것들이 빠져나가서 새로운 시야가 열리는 자유의 자리다, 헛것들은 무게가 많이 나가고 그 무게로 사람을 겁준다.” 
뭐가 헛것일까? 부귀, 영화, 명예, 권세, 존경, 국가, 기득권, 내세...... 뭐 많겠지..

어떻게 보면 나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나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 존재에 기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것에 종속이 되게 된다. 그러나 욕심 부리지 않고, 기대지도 않고, 또 기대하지도 않는다면 그런 헛것들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진것에 만족하고 욕심을 버린다면 굳이 더 얻기위해 비굴하게 살 필요까지 있을까?

나이 들었다고 꼰대질 할 것도 없고,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종교든, 규범이든, 이념이든, 실체도 없는 그것들에 억매여 내 영혼과 육체를 힘들게 하고 스트레스 받으며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 그래 ~~ “불량노인”이 되어 좀 튀게 사는 방법도 재밌겠다. 
청바지입고 꽁지머리하고, 연애도 하고, 젊은이들과 카페에서 맥주도 마시고 ....
고은 시인처럼 ‘너의 시를 쓰고 나는 나의 시를 쓰면 되는 것이다’ 

치열하게 산다 해서 부귀영화 누릴 것도 아니고, 거룩하게 살고 싶지도 않다.
난 그냥 내 모습 이대로, 내 개똥철학을 따라 가볍게 살고 싶다. 
바람구두를 신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길 따라 바람 따라 떠나는 멋진 여행 같은 삶, 조르바가 되어  .... 

728x90

'유초잡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줄기(脈心)에 따듯함을 채우며  (0) 2023.12.15
비 오는 저녁 5:30분 ..  (2) 2023.12.14
인생 단어  (2) 2023.12.12
꽃은 피고 볼 일이다  (0) 2023.12.11
프로기즘(frogism)  (1) 2023.12.1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