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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에서 열하일기를 읽으며 ...

BOOK 적(積) 글적(積) (독후감)

by 유초선생 2023. 11. 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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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어쩌면 바쁨과 휴식사이의 짬일 텐데도, 기꺼이 책 한권을 챙긴다.
눈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대가리까지 돌리려니 나도 돌 수밖에 ...

650페이지짜리 3권으로 된, 조선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
1780년 청 건륭황제 칠순축하 사절 수행으로 열하(중국) 다녀온 약 6개월간의 기록을 적은 일기다

KTX가 아니라 말을 타고 하루에 50리, 80리, 100리 가다보니 한편 바쁜 걸음이고, 한편 여유도 있는 행로였으리라.
홍수나면 머물고, 나무그늘에서 참외도 사먹으며 가다보니 여행길에서 만난 바람소리, 말투, 풍경, 옷매무새. 문명의 제도까지 깨알 같은 묘사가 가능했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 술 한 잔하며 글을 나누고, 새로운 문물을 보고 배우는 여행기록이 한편의 서사시다,

250년 전에 기록한 자연과 거리 풍경, 심리 등의 세세한 표현들이, 박완서 시인의 수필을 읽는 것처럼 지금도 맑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나도 이제 여행을 할라치면 이처럼 하리라
(근데 이 양반 너무한 것 아닌가? 어떻게 한지에 붓과 먹으로 여행일기를 적으려 마음먹었으며, 그 방대한 분량을 어떻게 다 적었을까? )

 쓸모없는?? 공부한다고 몇 년을 헤매다 보니 언제부턴가 내게 감성이 사라졌다
선행연구 한줄 채우려고 많이 읽고, 뼈대만 급하게 읽다보니 박지원 같은 문장의 섬세한 표현력도 사라지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오감도, 지릿하게 모세혈관을 지나는 혈류의 흐름도 느낄 수 없다
뭔가 잃어버린 데에는 필시 다른 사유가 있으리라

대전을 지나고 있다
차창을 밀고 들어오는 햇볕이 따뜻하다.

많은 생각...
얼른 휴대폰 자판을 두드려 지금의 느낌을 단톡방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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