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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에게 ....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5. 3. 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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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나절
남의 땅에 와서 길 잃고 헤매던 황사를 씻어내던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엔 
우리 땅, 우리 고향의 맑고 파란 본래 하늘이 돌아왔다.

푸른 하늘을 지나며 파랗게 날이 선  
투명한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아이들처럼 두 팔을 벌려 햇살을 안고, 얼굴에도 가득 담아본다 
어둠과 칙칙함, 흐리멍덩한 정신 속에 죽어있던 세포들이 돌기를 세우고
말초신경을 지나는 혈류에 손끝이 저리다.   

양지쪽엔 벽에 부딪혀 떨어진 햇살이 소복이 쌓였고
출근길 바쁜 이의 목덜미를 비치는 햇살은 따사롭다. 

아~......!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다 같이 누려도 될 이 행복

남녘엔 벌써 봄이 시작되었다. 
먹고 사느라 바빠 
매무새를 고치고 꽃을 맞을 기도도 아직 준비하지 못했기에
좀 천천히 봄이 왔으면 하고 괜히 안타까워 해 보지만 
“바쁜 것은 니 탓”이라며 홍매화가 피고, 산수유가 피고, 
낙동강 긴 벚꽃 길에 무리에서 떨어진 매화가 혼자 만개해 있다.  

곧, 목련, 개나리가 앞 다투어 피려 할 것이고,
포삭해진 대지에서 싹을 틔운 키 작은 봄꽃들도 나도 있다며 양탄자를 깔 것이다. 

봄꽃들이 다 창조처럼 신비하고, 한바탕 향연을 베풀지라도,
난 낙동강 철길을 따라 피는 늙은 매화가 좋다.   

봄보다 먼저 
결 곱게, 정신으로 피는 매화.
그런 매화를 기다리며 꼬깃꼬깃 숨겨둔 마음을 적어보는 걸 보니
봄은 무딘 가슴에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는가 보다. 
 
매화는 그리움이다. 
매화는 기다림이다, 

봄이 들고, 매향이 스미도록 겨우내 닫힌 창을 살짝 열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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