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이 올 들어 제일 추운 날씨라 하는데 부산은 그렇게 춥지는 않다.
다만 연말이라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고,
저녁나절 도시의 건물과 앙상한 가로수를 스치는 바람이 조금 스산할 뿐이다.
소년처럼 꿈을 꾸게 하고, 다짐을 하게 했던 2024년 한해도 열흘 남았다.
신년사를 준비하고,
카렌다는 이미 2025년 새 카렌다로 바꿔져 달려있다.
탁상형 카렌다도, 벽에 걸린 카렌다도 12월이지만, 모두 2025년 카렌다의 표지장이다.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또 새로운 1년을 맞을 준비를 한다.
시절이 하 수상해서 일까, 나이가 들어서 일까?
올해는 연말의 들뜬 마음이나, 한해를 마무리 하며 느끼는 후회 같은 것은 적다.
세상살이에는 희로애락이 있고, 바다의 파도가 멈추지 않듯이 인생에는 크고 작은 풍파가 늘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나온 한해는 누구에게나 '다사다난했던 한 해'로 기억되는 것이다.
나는 연말이 되면 늘 쫓김을 느꼈다.
째각 째각 .. 한해의 마지막 남은 시간들을 갉아먹는 벽시계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좀 더 천천히 갔으면 ...
시간이 조금만 더 머물러주면 한해를 깔끔히 마무리 하고 새롭게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데...
라고 안타까워도 했지만, 그건 늘 나의 바램일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조급함이 덜하다.
한해를 잘 살아서도, 풍파가 없어서도 아니다.
오히려 어느 해보다 (나이를 더 먹음에도 불구하고) ‘이 한해가 빨리 가버렸으면’ 했다.
그럼에도 이만큼 차분 할 수 있는 것은 왜 일까?
욕심 부리지 않고,
(뭘 새롭게 이루려 무리해 가며 도전하지 않았다)
작은 것이나마 내가 하고 싶은 걸 했고,
(블로그도 운영해보고, 혼자 해외여행도 다니고, 젊은이들 워커 구두도 사서 신어봤다)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와 철학이 생겼다.
(그게 뭣이라고, 이만하면 됐다, 세상이 다 그런 거지 뭐, ...받아들이고, 감사한다)
작은 것에 예민하지 않고, 이해하게 되고, 멀찍이서 바라보게 되고, 마음에 넉넉함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모든 게 여유로워지고 느긋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욕심을 버리니까, 마음을 비우니까 참 편하다.
중심보다는 (바라볼 수 있는) 가장자리가 좋다.
이제부터 뭘 이루려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했다. (노력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얻은 것들이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가짜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한다.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찾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사는 것이다.
지금이 내 인생의 절정기다.
좀 더 지나 무언가를 할 수 없을 그 때,
~할껄, ~해 볼껄, ~가볼 껄, ~먹어 볼 껄...
껄.껄.껄. 후회하는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
대신, ~해 봤 찌롱, ~가 봤 찌롱, ~먹어 봤 찌롱...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금 즐겁게, 건강하게, 의미있게 살아야 후회 없는 인생이 된다.
내년 한해가 기다려진다.
더 많은 마음의 여유가 생길 거고,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한 살 더 먹으니까 얼마나 더 멋있어 질까?
2025년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더 여행같이 설레는 하루가 되고, 얼마나 나를 더 성장시켜줄까?
‘내가 현재 가진 것 보다 덜 원하면 부자이고, 내가 가진 것 보다 더 원하면 가난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니 나는 이미 부자다.
2025년엔,
염색하지 않은 내 모습 이대로....
올해보다 더 성숙한 삶, 더 우아한 삶, 더 설레는 삶, 더 멋진 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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