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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남자여 ! 바바리 깃을 세워라.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11. 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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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이 바뀌는 것을 좋아한다.
떠났던 것들이 돌아오고, 있던 것들이 변하고 떠나게 만드는 계절.   
그중에서도 생기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이른 봄과 늦가을이 좋다.

봄도 꽃이 활짝 핀 봄의 한가운데가 아니라, 찌지징 꽁꽁 얼었던 겨울에 금이 가고 풀어지는 계절, 찬 바람이 순해지고, 언 대지가  들썩거리고,  연두빛 새싹이 뾰족 뾰족 고개를 내밀고, 버들강아지가 솜털에 감싸였을 때, 
특히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전 꽃봉오리 가득 꽃물이 찻을 때다. 
봄보다 먼저 오는, 봄의 기운이 좋은 것이다. 

가을은 늦가을이 좋다. 
고운 단풍도 예쁘지만, 낙엽이 우수수지고,  떨어진 낙엽이 포도위를 구르고, 억새가 하얗게 피었을 때다. 
이때는 햇살이 맑고, 바람이 맑고, 낙엽 밟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귀에 맑다. 
기름기 없는 바싹한 늦가을엔 내 영혼도 야위어가고 눈동자는 고흐처럼 빠끔해진다.  
간절한 염원의 기도처럼 모두가 남으로 남으로 고개를 돌리는 계절이다. 
낙엽진 자리에 내년에 피울 꽃눈 하나 만들어 둔다지만 그래도 마지막 잎새는 늘 아리다.

매화가 피려고 할 때와 낙엽이 질때 난 폐인이 된다. 
봄을 마중가야 하고, 낙엽 지는 숲으로 가야한다.
그리운 사람을 생각해야 하고, 아무 글이나 휘적거려야 한다. 
학창시절부터 앓아온 중병이다.

가을이 되면 남자는 옆구리가 허전하고, 색깔이 빠지고, 퍼석해진다.
'흔들리는 중년'이라더니 남자는 왜 가을을 탈까?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하루, 절기, 1년이라는 일주기성, 생체주기에 영향을 받는데, 우울증, 스트레스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이나 멜라토닌도 일주기성을 가진다.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기분을 좋게하고 항 우울효과가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햇볕을 많이 받을 수록 분비가 촉진된다.
반면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분비량이 늘어나, 신체는 에너지 이용률을 줄이고 잠이 들기 쉬운 몸 상태를 만든다.
그래서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이 되면 괜히 우울해지는 것이고, 햇볕을 많이 쬐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일까? 

가을은 낭만의 계절, 결실의 계절이다. 

중년의 남자여!
이 가을에 우리도 햇볕을 많이 쬐고, 많이 걸으며,  곱게 익어가자. 
코르티솔과 세로토닌의 분비가 증가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활력도 넘친다.      

낙엽이 진다고 괜히 센치해지지 말고,  
구르몽의 ‘낙엽’ 을 읊으며 우수에도 젖어보고, 책을 읽으며 내면적 감성을 채워가자.      

가을은 멋내기 좋고 떠나기 좋은 계절이지 않은가. 
워커를 신고, 바바리 깃을 세우고 가볍게 가을 여행을 떠나자.  

비에 젖은 낙엽같은 맥 빠진 추남(醜男)이 되지말고,   
주머니도 빵빵하고, 마음근육.몸 근육도 빵빵한 자신감 넘치는 멋쟁이 추남(秋男)이 되자.  

혹 아는가
당신이 기다리던 그 그리움이 우연처럼 다가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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