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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처럼 맑고 밝게 ....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10. 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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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주도 숨 쉴 틈 없이 바빴다.
회사.친구.학교 모임에,  회장이다 총무다 역할까지 맡다보니 이런저런 사유로 밤 10시를 넘긴 것이 4일이나 된다. 
이러다보니 몸뚱어리는 늘 피곤에 찌들어있고, 신호대기 중 깜박 졸다가 빵빵거리는 뒤차의 재촉을 받은 것도 여러 번이다.

사람구실하며 산다는 게 뭔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책임을 다하려면 돈과 시간 그리고 공을 들여야한다
공을 들인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힘들고 지친다.

어쨋든 그런 피곤 덕에 어제 밤엔 꿈도 안 꾸고 곤한 잠을 잤다. 
피곤에 쩔고, 예민한 성격에 깊은 잠도 못 들어 늘 몸이 찌뿌둥했는데,
달콤한 잠을 자고나니, 항아리의 내부를 깨끗한 물로 몇 번이나 씻어낸 후의 뽀드득함 같은 것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육체와 정신도 이래야 하는데 ...
삶도 늘 이렇게 (기름기 없이) 뽀드득 해야 하는데....
역시 잠이 보약이다.

머리도 감지 않은 채, 커피한잔을 만들어 들고는 베란다로 나가 아침 햇살을 즐겨본다.     
손에 잡힐 듯 실오라기 같이 투명한 햇살 줄기,   
반짝이는 나뭇잎들의 미소,   
커피 한잔.
더 이상 바랄것 없는 ... 그득한 행복이다.

나에게 아침햇살은 치료하는 광선이다. 
두 팔을 벌려 햇살을 안으면, 햇살은 내 몸을 투과하며 흐릿한 내 영혼을 맑게 해주고, 몇 남지 않은 순수를 걸러내준다 .  
깨어진 거울조각에 부딪힌 빛이 이리저리 튕기듯 햇살이 온 몸을 두드리면, 말초신경까지 맑은 피가 돌고 지릿하게 손끝이 저려온다..

어둠속에서는 결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맑음과 밝음이다. 환희다. 

그래서 이런 글을 두드리다 더 이상 글이 이어지지 않을 때면
난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듯 햇살에 몸을 맡기고 맑음과 밝음을 충전한다.
그러다보면 죽은 세포가 살아나고, 실안과 영안이 열리는 것 같다.
털끝을 스치는 바람에 간지러움을 느끼고, 
조금 후면 다다를 바다를 앞두고,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떠내려가는 낙동강 물의 게슴츠런 졸음도 보이게 된다.  

내가 사는 땅위의 하늘이 파랗고, 
거기 뭉게뭉게 피어오른 흰 구름은 더 하얗다.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미소가 맑아지고, 삶도 밝아진다. 

가을!
벙거지 모자를 쓰고 홀로 가을여행을 떠나는 코스모스 같은 여인에게 
커피한잔 권하고 싶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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