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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북 큐슈 기차 여행기 3

유초잡감

by 유초선생 2024. 4. 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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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이어 계속≫
오늘 숙박하고 내일 아침 유후인으로 떠날 쿠루메에 도착했다.  
쿠루메역 앞은 화려하지는 않다. 여행안내소에서 호텔예약 바우처를 보여주니 여기서 멀고, 지금 내린 역은 JR쿠루메역이고 호텔은 서철 쿠루메역 앞이란다. 
아뿔싸! 호텔 예약 시 쿠루메에는 3개의 호텔밖에 나오지 않아 내일아침 일찍 유후인행 기차를 타려고 역 앞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는데 JR쿠루메역 앞이 아니고, 서철 쿠루메역 앞 호텔을 예약했느니 말이다. 하기야 처음 가는 곳인데 그것까지 어떻게 알겠는가?

몸도 피곤하고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아 택시를 탔다. 
일화루 호텔까지 가자 하니 늙수그레한 택시기사가 이 호텔은 잘 모르겠다고 해서 그냥 서철쿠루메역 앞에 내려달라고 했다. 쿠루메시는 인구가 약30만 명이라고 한다. 65~70세로 보이는 나이에 택시를 운전하니 일본이 고령사회임을 느낀다. 

쿠루메 서철 앞에 내려 지도를 봐도 호텔이 찾을 수 없다. 분명히 여기 근처인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으니 아주머니는 시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호텔에 들어가서 체크인 하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예약할 때 숙박비를 전액 지불했는데 1인 숙박이니 200엔을 더 내라고 한다. 장황한 설명이나 설명서도 잘 알아듣지 못하겠기에 그냥 추가로 200엔을 더 내고 만다. 

KEY를 받고 충전기를 빌려 올라가니 ... "아니 이게 뭐야?" 
창고도 아니고 출입문도 접이식 홀딩도어로 되어있다. 그것도 문 위아래가 다 뚫려있다. 잠금장치도 고리하나만 있고 접이문을 젖히고 열면 다 열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목재로 된 2층 침상룸에 화장실도 없다. 황당하다. 
프론트로 내려가 물어보니 여긴 일반 호텔이 아니고 호스텔, 즉 모르는 사람끼리도 공동 사용하는 공유형 호텔이란다. 
어쩌랴 내가 몰랐고, 이왕 예약한 것이니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그나마 혼자(?) 숙박한 게 다행이다. 

사물은 밖에 있는 락카에 넣고 저녁도 먹고 한잔 할 겸 나간다. 이때가 제일 설레는 시간이다. 
가는 비가 내렸지만 서철 쿠루메역 앞쪽 상가 아케이드는 유리 지붕이 덮여 있어 비는 맞는다. 여기가 쿠루메의 핫스팟 , 먹자골목이고 술집도 많다. 

쿠루메 서철역앞 아케이드, 식당과 술집들이 즐비하다 .


집집마다 젊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뭘 먹을까? 
고르기도 마땅찮고 계획한 것도 없어 한 바퀴 두 바퀴를 돌아 야키니쿠(숯불구이집)집에 들어간다. 
얼마 전 TV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야키니쿠에 와서 이런저런 고기를 시켜 구워먹은 것을 봤기에 나도 한번 가보고 싶었다. 

바(BAR) 좌석엔 젊은 남녀들이 가득하고, 혼자라 하니까 1명이 들어 갈만한 빈 좌석에 앉으라 한다. 혼자라도 받아주니 감사하다(나중에 온 손님들은 전부 대기했다).
주문은 고기 부위별 하나하나 주문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름을 다 알 수 없을 땐 세트 메뉴를 시키는 게 좋다.
고기 14점에 공기밥이 1,980엔, 육고기 스시, 뱃살, 로스, 야키니쿠 4종 모듬 등이 포함된 건 3.500엔인데, 2차로 한군데 더 들러야지 하는 생각에 작은 것을 시켰다. 
우리나라 한우도 맛있지만 일본 소고기도 정말 부드럽고 입에 살살 녹는다. 1명인데도 개인용 숯불을 내고 접시 위 고기마다 고기 이름표를 붙여 나오는 정성이 대단하고, 혼자라서 미안한 느낌마저 든다. 
옆 좌석 젊은 아가씨 2분은 한 점 한 점 불에 올려 구워먹으면서 수다떨기에 바쁘다. 우리처럼 한꺼번에 많이 올려 허겁지겁 먹는 것보다 한점 한점 부위별 맛을 느끼면서 먹는 모습이 여유롭고 정겹다.  
멋진 경험이다. 일본은 역시 나마비루(생맥주), 생맥주 2잔을 기분 좋게, 거뜬하게 비우고 나왔다. 

여행지에서의 첫 밤을 한곳만 들르기엔 좀 아쉬워 혼자 2차 할 때가 있나하여 기웃거려보니 대부분 고기를 굽는 집이다. 이젠 기름 냄새가 싫은데 간단히 맥주나 사케 한잔 할 수 있는 펍 같은 곳은 보이지 않는다.
한글로 ‘마셔’라는 상호가 보여 가보니 여기도 또 고기 굽는 곳이다...
"그래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치자. 내일 후쿠오카 나카스에서 편하게 한잔 하면 되지 뭐" 

숙소로 돌아와 공용샤워실에서 샤워를 한 후 내일을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한다. 
여행의 피곤함은 나그네의 잠을 달콤하게 한다.   
호텔 아침식사는 카레밥과 커피한잔이다. 이것 또한 간단해서 좋다. 
쿠루메호텔 예약을 잘못한 덕에?? 어쨌든 좋은 경험도 했다.  
그래도 여행이니까 즐겁고, 오늘은 또 어떤 여행이 이어질까 설렌다. 

유후 1 열차, 기차안 좌석이 특이하다. 

이제 2일차 여행의 시작이다. 
버스터미널에서 JR 쿠루메역까지는 버스를 탔다. 
택시를 타면 편하지만 배낭여행을 온 사람이 편하다고 택시만 타면 여행이 아니다. 1편에서도 언급했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에는 버스를 타는 것이 더 낭만이 있고 추억이 있다. 

내가 현재 버스회사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버스터미널 구조라든지, 매표소, 승차홈 등을 관심있게 살펴보고는 버스에 오른다. 행선지를 보고 타지만, 이 버스가 나의 목적지까지 가는지는 운전기사에게 꼭 물어보고 타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어제 택시비는 960엔이었는데 버스는 170엔이다. 

쿠루메역 대합실에 비치된 검은색 피아노가 눈에 띈다. ‘FREE PIANO’라고 써져있는 걸 보니  누구나 치고 싶으면 치라고 설치해준 것 같다. 
8:25분 유후인으로 가는 ‘유후1’기차를 탔다. 
일본은 노선마다 열차이름이 다르고 기차모양도 제각각이라 골라타는 즐거움이 있다.
‘유후1’ 열차는 빨간색이고 지하철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기차의 반쪽은 2인석 좌석으로 되어있고 반쪽은 지하철처럼 횡으로 길게 좌석이 깔린 것이 특이하다. 실내는 나무 바닥으로 되어있어 안방같이 차분하고 예쁘다. 

쿠루메에서 히타 – 유후인을 거쳐 벳부쪽으로 가는 JR큐다이혼센은 북큐슈 내륙 산악지대를 지나가는 노선이다. 철로도 단선이라 기차의 속도도 느리고, 나가사키 갈 때 보다는 또 완전 다른 풍경이다. 우측에 산과 좌측의 평원이 끝없이 이어진다. 새로운 풍경이 멋지다. 난 여행가면 그 낯선 풍경들을 놓칠 수 없어 잠시라도 눈을 붙이지 못한다.  

탁월했던 선택, 준비해온 천 원짜리 슬리퍼가 오늘도 제값 이상을 한다. 
여행노트를 펴고, 다가오는 풍경과 느낌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일지를 적는다. 
여행일지는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거나 달리는 열차 안에서 많이 쓰는데, 그 때 그 때 적어두지 않으면 순간의 오롯한 느낌들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한 잔의 커피와 과자는 여행의 멋과 맛을 더한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 축복받은 땅이다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이 1780년 청나라 건륭황제 칠순 축하사절 수행원으로 중국 열하를 다녀오면서 5개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650페이지 3권으로 된 여행일기다. 

KTX가 아니라 말을 타고 가고, 붓으로 한지에다 일일이 적었을 텐데, 나무그늘 아래서 참외 사 먹은 이야기며, 바람소리, 말투, 풍경, 사람들의 옷매무새 까지 깨알 같이 묘사한 박지원이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낯선 사람들과 만나 술 한 잔하고, 필담으로 대화하고, 새로운 문물을 보고 배우는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오늘날 여행전문가의 여행기와도 닮았고, 자연과 거리풍경, 사람들의 심리 등을 감각적 언어로 섬세하게 표현한 열하일기는 현대의 수필 이상으로 지금도 맑게 새롭게  다가온다.
그래서 나도 이제 여행을 할라치면 이처럼 해보리라 하여 여행일기를 한번 적어 보는 것이다.
기차가 산악지대로 접어든다. 평지와 터널이 교대로 나타나고, 이젠 계속 계곡 옆으로 달린다. 약간 탁해 보이기는 하지만, 맑은 계곡물이 경쾌하게 굽이굽이 회돌이 치며 흐른다. 
강을 따라 자리 잡은 예쁜 집들이 정겹다. 계곡너머 산엔 잘 조림된 히노키(편백)나무가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나는 쭉쭉 뻗은 일본의 편백나무가 부럽다. 이런 편백이나 스기(삼나무)나무들이 많아 일본은 목조건축이 발달했다고 한다. 

유후인으로 가는 도중에 잠시 히타에 내려 1시간 정도 머물다가 ‘유후인 노모리’ 열차로 바꿔 타기로 했다.
이것 역시 기차여행인 만큼 다른 기차를 타보기 위해서다.
다시 말하지만 ‘레일패스’는 내 자가용기차다. 아무데나 내려도 되고 아무시간, 아무열차를 타도된다. 


이런 장점을 맘껏 살리려 9:05분 히타에 내렸다.
역무원에게 다음 유후인 가는 기차 시간을 물어보니 10시, 11시 열차는 결행이고 12:27분 기차가 제일 빠르다고 한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 일정인 유후인 – 벳부 – 모지코 일정이 안 맞는데 ..그 러면 유후인에 머물 시간을 줄여야 하는데 ...자유여행은 이처럼 생각지도 않은 일이 발생한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것 히타를 즐기자. 히타는 15년 전 쯤 골프여행을 왔을 때 맑은 계곡과 온천이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역에서 내려 제일먼저 챙겨야 하는 것은 관광지도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강이 있고 온천도 있다. 3시간 20분이나 되는 시간이 갑자기 생겨버렸으니 그래 걷자. 큰길과 골목길,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보자. 욕심내지 않는 가벼운 배낭은 예상치도 않았던 여행을 가볍게도 한다. 

히타역 앞과 주택가

히타역 앞과 골목에도 사람의 통행은 거의 없다. 마을 안은 더욱 조용하다. 
깨끗한 거리, 예쁜 정원, 고즈넉한 마을이 분재 같고 정물화 같다.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하천이 깨끗하고 꽃도 예쁘게 피어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한 컷을 부탁한다. (한국에 알았지만 갤러시 25S 노트의 펜으로 멀리서도 카메라를 작동시킬 수 있었는데 말이다) 

걸어 걸어 온천단지와 강가에 도착했다. 온천단지 인데 타케오 온천처럼 온천지역이라는 느낌은 없다. 무슨 행사를 하는지 강변길엔 먹거리도 팔고 참나무 장작으로 바비큐를 굽는 풍경이 정겨워 여기서도 사진하나를 남긴다. 

강에선 패들보드 경기가 열리고 있다. 죽을 힘을 다해 노를 젖고 강가엔 응원하는 소리가 높다. 멋지다. 강가에 자리 잡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강 건너 마을로 가기위해 다리를 건너간다.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탄 젊은 사람에게 15년 전 히타에 골프치러 왔을 때 족욕을 했던 기억을 되살려 성천각 료칸 등 주위 풍경을 설명했더니 그곳은 히타가 아니고 아마가세 라고 한다. 그리고 국제골프장과 로렐골프장을 형제가 경영했는데 로렐 골프장은 코로나로 손님이 없어 문을 닫고 국제골프장만 운영한다는 설명도 곁들이며 여기서 가려면 멀단다. 

아쉽지만 포기하고 뚜벅이 여행을 계속한다. 강너머 마을이라 전형적인 주택가다.
일본에는 정원문화가 발달해 집 마다 작고 예쁜 정원들이 가꾸어져 있다.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천은 맑디 맑다. 나는 이런 자연환경이 늘 부럽다.
주택가 마을회관에서 화장실 좀 이용하자고 하니까 이용하란다. 계속되는 친절에 그저 감탄만 할 뿐이다. 

 중고차 시장에 들러 중고차가격도 알아보고, 정비소에서 올드카를 튜닝하는 모습도 구경한다. 1922년식 BMW가 898,000엔(약900만원), 21년식 컨트리맨 미니가 398,000에(400만원), 중고차 시세가 일본차는 물론 BMW 등 외제차 시세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데 놀란다. 일본에서 중고캠핑카를 알아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여기엔 없다. 
강을 다시 건너기 전 길가에 시장같은 큰 건물이 보여 들어가 보기로 한다.
자유여행이니까, 시간이 많으니까 ... 시장에 들어가 과일, 커피, 젤리 과자 등 간식거리를 사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좀 쉬면서 군것질을 한다. 이것도 여행의 멋이고 맛이다. 
야외 테이블 옆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노천 족탕이 있다. 양말을 벗고 족탕(아시유)에 발을 담근다. 
많이 걸어서 묵직해짐 발을 온천에 담그니 따뜻한 기운이 머리까지 전해온다. 피로가 싹 풀린다. 좋다.

다시 공원으로 향하니 강 축제가 있는 모양이다.
모처럼 사람들이 북적이고 DJ가 LP레코드판을 돌리고 몸을 흔들며 신난 음악을 틀어댄다. 푸드 트럭에서는 먹거리들을 팔고 있다, 한 트럭엔 ‘찌지미’라고 쓰여 있다. 한국 부침개라고 쓰여있다.   

공원까지 다 돌고 나니 40분 남았다. 이젠 역으로 가야지.
빠른 걸음으로 히타역에 도착하니 25분이 남았다. 역 벤치 테이블에 앉아 다시 여행일기를 정리한다. 
시끌벅적 하기에 돌아보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다. 나의 짧은 중국어 실력이지만 “3시 반에 여기 다시모이라”는 중국어는 들린다. 

이제 기차를 타러 간다. 두 칸짜리 빨간색 ‘큐다이’ 열차다. 
이 기차의 좌석은 지하철처럼 옆으로 되어 있다. 많이 걸은 탓에 발이 아파 슬리퍼로 갈아 신고 과자도 한 봉 뜯었다. 일본에선 역이나 기차에서 파는 에끼벤(도시락)과 식당 칸이 있는 열차는 술도 팔기 때문에 열차에서 간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규다이 열차, 역마다 서는 완행열차다

계곡물이 흐르는 협곡사이로 기차가 달린다.
이쯤이 큐다이 노선의 최대 산악지역인가 보다. 봉화 분천역쯤이랄까?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에 감탄을 쏟아내며 기차의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카메라를 눌러댄다. 기차의 마지막 뒷 칸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영화 같다. 예술이다.

협곡과 터널을 지나는 기차는 철커덕 철커덕 바퀴소리를 내며 풍경들을 받아들이고, 다가온 풍경들은 다시 뒤로 밀어낸다
기찻길 옆 나뭇가지들이 열차를 때리듯이 선로까지 들어와 있고 몸이라도 내밀었다간 나뭇가지에 뺨이라도 맞을 것 같다. 
이런 모습이 내가 기대했던 기차여행의 백미다.
끊임없이 토해내는 풍경과 바퀴소리를 담기위해 동영상을 찍는다.
눈앞에서 툭툭 튀어나와 달아나는 풍경들이 나선형 터널을 지나 4차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환상 같다.
사실 한국철도는 거의 복선화 되었고, 철로 역시 레일을 서로 용접하여 길게 만든 장대레일이라 철커덕 소리도 들리지 않아 낭만이 없는데 여기에선 철커덕 철커덕 레일 조인트 넘는 소리를 그대로 다 들을 수 있다. 

 

가도가도, 계속봐도 아름다운 풍경,
기차여행은 그 자체가 힐링이다.

아마가세역이다. 여기가 히타인 줄 알고 여기에 가보려고 했던 그 역이다. 
선로가 단선이라 반대쪽 열차가 올 때까지 역에서 멈춰서 있다. 잠시 후 반대쪽에서 제일 낭만스럽고 멋진 ‘유후인 노모리’ 열차가 도착하고 내가 탄 큐다이 열차는 다시 출발한다. 높은 산과 암벽이 보이고 3단 폭포가 힘차게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산악지대를 지났는지 어느 정도 분지인 평원이다. 도로에 ‘유후인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과, 키타야마역, “동화의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입간판도 보인다. 
분지 저 멀리 서부영화에서 보았던 카우보이 모자모양을 한 산이 보인다. 관광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다. 긴 언덕에 예쁜 집들이 동화처럼 있다. 큐슈의 알프스다. 분코모리역 ‘동화의 마을’이다.

 아마가세 역, 

일본은 어디를 가도 맑은 물, 계곡 천지다. 부럽다.
분지 끝쯤에 에라역이다. 역들 모두 승강장 하나뿐인 간이역이고, 가을편지속에서나 나올듯 한 간이역들이 정겹다 
계곡의 숲속에서 맑게 흐르는 물, 작은 계곡 줄기는 더 큰 계곡에 합류하고 계곡은 동네 가운데를 또 흐른다. 기차여행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기가 천국이다. 
다시 산악지대를 건너고 이제 다음역이 유후인이다. 
슬리퍼를 백 팩에 넣고 내릴 준비를 한다. 1:32분 빨간 기차 앞에서 추억을 저장하고 유후인역을 나선다. 

유후인 역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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