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3/23 진해 벚꽃축제라고 서울친구가 벚꽃 구경을 왔는데 벚꽃은 아직 피지 않고 애꿎은 비만 내렸다.
사업으로 바쁜 와중에 큰맘 먹고 아내에게 점수도 따고 친구도 만나려 했는데 하늘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어쩌랴 벚꽃없는 벚꽃 축제를 남도의 싱싱한 바다 맛을 즐기는 것으로 벚꽃여행을 대신했다고 한다.
머피의 법칙인가? 이런 놈의 벚꽃이 친구가 서울로 올라간 밤부터 하나둘 입을 벌리더니 한 주 만에 만개하여 온 동네를 벚꽃천지로 만들어 버렸다.
벚꽃이 하나둘 필 때는 청순한 소녀 같더니 만개한 벚꽃은 하얀피부에 살이 통통한 육감적인 여인 같다.
부산의 낙동강 양쪽 둑길엔 거목의 벚나무가 심겨져 있다.
벚꽃이 만개한 30리 벚꽃 터널을 걸으면 하얀 설경과 목화 솜 위를 걷는 듯 자못 몽환적이다.
올해도 가슴가득 꽃물을 안고 부풀어 있는 매화, 벚꽃, 개나리, 목련을 보면서 서울보다 먼저 온 남도의 봄소식을 친구들에게 전하려고 했는데,
어제 맺혔던 꽃망울이 오늘 터져버리고, 하나둘 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쓰려면 제법 많이 피어버리고, 제법 꽃이 많이 피었다고 적으렸더니 어느새 또 만개해 버렸다.
아 이러다 좀 늦으면 꽃이 지는 아쉬움만 전하게 될것같아 점심 밥 먹고 퍼떡 부산의 봄소식을 전해본다.
봄은 바람둥이다.
봄은 기다리면 오지 않더니, 잠시 한눈 팔면 강가에, 양지쪽에, 아지랭이로, 움으로, 꽃망울로, 하얗게, 연분홍색으로 와서는 가슴에 불을 지른다.
겨우내 닫힌 마음의 빗장을 풀고 살포시 다가갈량이면 봄은 또 저만큼 달아나 버리니 봄은 고양이고 수선화다.
〈수선화〉
"너 아름다운 수선화여,
네가 그렇게 빨리 시들어 사라지는 것이 아쉽구나.
아침의 태양이 아직 중천에도 이르지 못했는데 ....
..
우리도 너처럼 그리 오래 머물지 못하리라.
마치 짧은 봄에 핀 꽃들이 곧 시들어 버리듯이
우리의 죽음도 네가 그러하듯 곧 다가 오리라.
......
......."
아침에 뜬 해가 중천에 이르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는 수선화를 보고 로버트 헤릭은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했고,
나는 40 중반에 먼저 이 세상을 떠난 친구를 애도하며 이 수선화를 노래한 적이 있다.
이런 수선화처럼, 벚꽃은 편지 한 통, 글하나 쓸 여유도 없이 지 마음대로 꽃망울을 맺고, 밤새 활짝 피었다가, 바쁘게 또 어느새 지고 마니, 과연 '화무십일홍'이고 우리 인생 또한 그렇다.
아 ...벚꽃은 만발했는데 ...벚꽃 아래서 긴 편지를 써도 전할이 없으니 ...
이번 주말 벚꽃 환한 밤엔 그리운 친구와 월하대작(月下對酌) 이라도 해야겠다.
봄은 '아쉬운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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